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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곧 비즈니스다

“흔히 브랜드라고 하면 소위 명품, 로고, 포장 같은 걸 떠올린다. 세상의 편견을 바꾸고 싶었다.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드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서울 논현동 JOH 사무실에서 만난 조수용(38) 대표는 본업도 아닐 잡지(브랜드 매거진 B) 만드는 일에 시간과 공력을 투자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터뷰 중 자주 쓴 말도 “편견을 바꾼다”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전체 기획을 관통해 디자인을 말할 수 있는 사람.”

K-디자인, 10인이 말한다 ③ 조수용 JOH 대표
네이버 녹색창 만든 디자이너
브랜드잡지 ‘B’로 새바람 일으켜



 중앙일보 새 연재 ‘K-디자인, 10인이 말한다’를 시작할 때 대림미술관 김신 부관장, 서울과학기술대 김상규(디자인) 교수 등 선정위원 다섯 명이 그를 추천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수용(38) JOH 대표, 네이버 녹색 검색창을 만든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5월 NHN CMD(Creative Marketing·Design) 본부장을 그만두고 자기 이름을 딴 회사를 차렸다. 그 사이 JOH에서 한 여러 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브랜드 매거진 B’ 발행. 매월 한 가지 브랜드를 선정해 글과 사진으로 그것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일종의 브랜드 다큐멘터리 잡지다.



한국인이라면 거의 매일 접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조수용의 대표작, 네이버 녹색창.
 마침 ‘B’ 창간 1주년이다.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어린 시절 서울 목동에서 자랐다. 재개발 이전의 뚝방 위 작은 집에서 살았다. 생계는 어머니가 해결했다. 없는 살림에 모처럼 바지라도 한 벌 사 줄 때면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가 직접 고르게 했다. “다 보고 제일 후회하지 않을 걸로 고르렴.” 선택도, 그에 따른 책임도 온전히 자기 몫임을 배웠다.



 그는 대입 시험을 치르고서야 디자인과라는 게 있음을 알았다. ‘브랜드’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그에 대한 감수성은 강했던 소년은 합격한 대학을 버리고 재수했다. 서울대 산업디자인과와 동 대학원을 나왔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고, 졸업 후 IT 회사에 들어갔다. 프리챌 디자인센터장을 거쳐 네이버에 입사했다. 직원 10명 정도의 팀장에서 시작, 8년 후 퇴사할 땐 500명 정도를 거느린 부사장이 됐다.



 그는 “디자이너가 마케팅을 같이 한다는 게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그 고정관념을 바꿨다”고 자평했다. 네이버 시절 대표작인 녹색 검색창은 무형의 인터넷 서비스에 유형의 상징을 만든 사례로 꼽힌다.



 IT업계의 레전드(전설), 샐러리맨의 신화였던 그는 이제 디자이너들의 꿈이다. 그 자신이 브랜드인 셈이다. 서울 논현동의 건물 두 개 층을 임대해 쓰는 JOH의 직원은 다양하다. 건축가·디자이너·잡지편집장, 심지어 쉐프까지 총 29명이다. 이 회사는 건축설계와 인테리어, 기업의 브랜드 컨설팅, 브랜드 매거진 B 발행에 이어 올 가을에는 식당 ‘1호식’도 냈다.



창간 1주년을 맞은 브랜드 매거진 B. [사진 JOH]
 -정체가 뭔가.



 “궁극적으로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가장 관심이 있어야 할 영역은 바로 ‘의식주+정’이다. 여기서 ‘정’은 정보(情報)를 뜻한다. 그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한다.”



 -사원에서 사장님이 됐는데.



 “디자이너들의 주 업무는 관련 사업가를 설득하는 일이다. ‘이렇게 하시라’‘이렇게 하셔야 좋다’고. 그 말이 진실이라면 그걸 직접 해야 맞다. 내가 믿는 일을 하고자 사업을 시작했다. 다른 파트너의 일을 하더라도 내 진심을 다할 수 있는 것만 한다.”



 -‘매거진 B’를 만든 이유는.



 “브랜드는 곧 비즈니스다. 좋은 브랜드를 찾아 잡지를 만드는 건 좋은 비즈니스를 찾고 만들고자 함이다. 감성에 기초한 MBA 교재 같은 것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업가들을 타깃으로 했으며, 신문 주말판 정도의 깊이를 유지한다.”



 ‘B’는 그간 스위스의 재활용 가방 프라이탁을 시작으로 한국의 전통 증류식 소주 화요, 영국 출판사 펭귄 등 10개 브랜드를 다뤘다. 시작은 월 2만부, 지금은 훨씬 늘었다. 영문판과 한글판을 동시 발행한다. 가격은 1만6000원. 이미 향후 3년치의 브랜드 선정을 완료했다. 광고도, 해당 브랜드로부터의 금전 지원도 없다.



 -돈벌이는 되나.



 “손해는 안 난다. ‘돈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한 거군요’라는 질문 참 많이 받는데, 어떤 비즈니스든 돈을 벌기 위한 일이다. ‘B’는 과월호도 팔리는 잡지다.”



 -‘B’에서 다룬 브랜드의 공통점은.



 “그 비즈니스가 존재하기 위한 철학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좋은 브랜드란.



 ”아름다움, 실용성, 합리적 가격 그리고 브랜드의 의식 4면체의 균형으로 완성된다. ‘B’ 또한 균형(balance)에서 따 왔다.”



 -좋은 디자인이란.



 “브랜드의 의도를 잘 표현하는 디자인, 디자인은 바로 그것을 위한 도구다. 예컨대 ‘아이폰 디자인이 좋은가 나쁜가’보다 ‘아이폰이 전달하고 싶은 브랜드의 디자인이 잘 표현됐는가’라는 질문이 맞다.”



 -JOH의 목표가 있다면.



 “지난해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보고 생각이 많았다. 잡스는 갔지만 가족들이 여전히 애플의 대주주다. 시간이 지나면 직원들을 잡스 가족 소유의 회사를 위해 일하는 셈이 된다. 기업이나 브랜드는 늘 주인이 바뀌어야 하는 것 같다. 회사 사이즈를 많이 키우지 않으려 노력한다. 엄청나게 돈 많이 버는 회사, 세계적 기업이 되는 것은 관심 밖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풍요롭게 살 수 있을 정도면 되고, 의미 있는 브랜드를 남겨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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