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과격한 재벌 개혁론자였던 나도 요즘 논의에 비하면 중간 불과”

“한 해 전까지만 해도 가장 과격한 재벌 개혁론자였던 내가 이젠 중간에 불과하더군요.”



진보 김상조 교수가 본 경제민주화
“공감하는 부분부터 천천히 가야
내가 유해져? 그들이 과격해진 것
재벌 룰 지키면 보상, 어기면 엄벌을”

 대표적 진보경제학자인 김상조(50·사진)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의 말이다. 대선을 맞아 경제민주화가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요즘, 그는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다”고 했다. “나보고 유(柔)해졌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내 대답은 이렇죠. 내가 유해진 게 아니라 당신들이 과격해진 것이라고. 난 예전과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을 뿐이에요.”



 8일 오후 한성대 교수 연구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2001년부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맡으며 재벌 총수에게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등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해 왔다. 경제개혁센터는 2006년 참여연대에서 분화해 경제개혁연대로 독립했고 김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경제민주화의 실체적인 내용을 규정하려고 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경제민주화는 사실상 가치 판단의 문제여서 실체를 확정하는 게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현실적으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내세우는 게 ‘방법론적 최소 원칙’이다.



 -너무 어렵고 딱딱하다. 경제민주화를 천천히 하자는 뜻인가.



 “그냥 천천히 가자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인정할 수 있는 부분부터 천천히 가자는 것이다. 내가 재벌 소유구조 자체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야 모두 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거대담론(‘one-size-fits-all’ model)만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부족한 것은 거대담론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능력이다.”



 -올 초 출간한 『종횡무진 한국경제』에서 “요즘 발생하는 주요 이슈들은 예외 없이 한국을 두 개의 국가, 두 개의 국민으로 조각 내는 듯하다.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등의 이분법만이 존재할 뿐 타협과 절충의 여지가 없다. 같은 한국말을 사용하는데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여야든, 진보·보수든 자신의 의도를 관철할 헤게모니는 없고 다른 세력의 의도를 좌절시킬 수 있는 거부권만 난무하는 지극히 불안정한 사회가 됐다. 어떤 세력도 자신이 설정한 경제민주화의 목표를 완수하는 데 필요한 만큼 장기 집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능한 한 많이 나아가자는) 최대 강령식의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질지 모르지만 집권 이후 성공한 정권이 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최대 강령은 (기대가 컸던) 지지 세력의 인내심을 떨어뜨리고, 비판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러니 ‘실패한 대통령’이 반복되는 거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법치주의의 확립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법치주의는 흔히 보수진영이 애용하는 슬로건이다.



 -왜 법치주의인가.



 “사회가 정한 게임의 법칙을 지키는 자에게는 보상을 주고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는 자에게는 제재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경제민주화의 모든 것을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원칙 없이는 어떠한 개혁·진보도 실패할 것이다.”



 -재벌 개혁도 마찬가지인가.



 “재벌도 사회가 정한 규칙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재벌이 협력의 규칙을 지키면 상을 주고, 그 규칙을 깨면 벌을 줘야 한다. 재벌의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자는 것이다.”



 마침 모든 대선 후보가 기업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형량 강화와 특별사면 제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과세 강화,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활성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김 교수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선거판에서는 설명이 필요 없는 선명한 구호를 원하기 때문에 ‘법치주의’와 같은 중요한 내용이 논의 에서 사라지는 게 아쉽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김상조, 알고 보니 보수주의자’ 같은 식으로 기사를 쓰지는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그가 제시하는 경제민주화 각론은 나름의 진보·개혁적인 ‘각’이 살아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공약인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에는 반대하지만 대규모 인수 시 주총 결의를 의무화하자는 대안을 냈다. 순환출자 금지도 정치권과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종속회사가 직·간접적으로 지배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결국 시장의 문제”라고 했다. 시장에서 재벌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나는 비용(cost)과 편익(benefit)을 균형 있게 봐야 한다고 믿는 경제학자일 뿐”이라며 그는 말을 맺었다.





◆김상조 교수=1962년생.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정운찬 전 총리의 제자다. 재벌 개혁에 대한 구체적 성공 경험을 쌓아 되돌릴 수 없는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게 김 교수의 개혁론이다. 소액주주운동에 대해 진보진영은 ‘신자유주의의 첨병’으로, 보수진영은 ‘사회주의적 과격단체’로 엇갈린 평가를 내린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