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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힘 다해야 관객도 알아보더라

장사익이 힘을 다해 노래를 하고 있다. 그는 “리허설 때 온 힘을 다해 불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대에 올라가면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귤 좀 드세유.”



15일부터 전국 투어 장사익
6년간 맞춰온 연주·코러스
어려도 “기타 선생님” 존대

 10일 오후 1시,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지하연습실에 들어서는 장사익(63)의 손에는 귤이 가득 든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윗옷을 벗고는 바로 “우~ 아아”하며 목을 풀었다. 이날 연습은 15, 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앞둔 최종 리허설이었다.



 본격적인 연습은 예정보다 30분 늦은 1시 반에 시작됐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장씨를 중심에 놓고 연주자와 코러스 20여명이 빙 둘러쌌다. 6년 전부터 장사익과 장단을 맞춰온 연주자들이다.



 장씨는 “공연이 열리는 2년 마다 헤쳐 모여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주자가 아닌) 가족들”이라고 표현했다.



장구·해금 등 국악기와 트럼펫·기타·피아노 등 서양악기가 가득 찬 연습실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저런 조합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은 연습이 시작되자 사라졌다. “쿵쿵” 거리며 박자를 타는 모듬북 사이로 트럼펫이 울었고 장구는 드럼 소리와 궁합이 맞았다. 장씨의 목소리가 악기들의 중심을 잡고 있어 조합이 무너지지 않았다. 리허설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6년 넘게 소리를 맞춰온 터라 이날 연습은 미세 조정에 그쳤다.



 “기타 선생님, 거기서는 조금 빨리 들어가면 좋겠는데.” 장씨는 20살 넘게 나이 차이가 나는 연주자들에게 존댓말을 붙였다.



 김영랑(1903~50)의 시(詩) ‘모란이 피기까지는’에 노래를 붙인 곡을 노래할 땐 장씨의 목에 핏대가 섰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란 가사에서 장씨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허수경의 시 ‘기차는 간다’에는 흥겨운 가락을 붙였다.



 - 목이 터지겠다.



 “공연 일주일 전에는 내가 낼 수 있는 목소리의 120%를 내야 목이 풀리고 점차 가라앉아 공연 때 100%로 부를 수 있다. 내가 죽을 힘을 다해 노래해야 관객도 알아본다. 인생이 그렇다.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살면 삶도 그렇게 술술 풀리더라.”



 - 공연에서 간단한 조명만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노래를 시작하고 나서 울긋불긋한 조명도, 스모그도 써 본 적이 없다.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사람은 보여야 하니까 간단한 조명만 쓴다. 클래식 연주장처럼 단순하면서 따뜻한 그런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서다.”



 장사익에게 공연은 ‘정성’의 다른 이름이다. 그는 노래를 시작한 1994년부터 지금까지 ‘장사익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열어본 적이 없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2004년에는 ‘10년이 하루’라는 화두로 무대에 섰다. 이번 공연에는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터넷에 올리는 공연 설명도 장씨가 붓을 들고 손글씨로 썼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라는 제목은 어떤 뜻인가.



 “내가 살아온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다. 조그마한 씨앗이 태평양 같은 양수에서 10달 동안 자라 태어난다. 그래서 엄마를 만나는데 그 인연 자체가 반가운 거다. 커가면서 해코지하는 친구들도 만나고 음악 친구들도 만났는데 그게 자꾸(지퍼)의 톱니 같이 하나만 빠져도 이 자리에 올 수가 없다. 그 인연들을 만난 그게 고맙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노래를 할 건데 그게 기쁜 거다.”



 1시 반에 시작된 연습은 오후 6시가 가까워서야 끝났다. 공연 시간이 2시간 정도니 공연 2번을 연달아 한 셈이다. 닭볶음탕을 앞에 둔 저녁 자리에서 장사익은 16년 전 얘기를 꺼냈다.



 “96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공연을 열었는데 큐시트(cue sheet)도 없이 앉아 있으니까 담당자들이 ‘이 사람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 앉아 있구만’이라고 하면서 열심히 도와주었죠. 이제 60대 중반이면 할아버지인데 인생을 되돌아 볼 수 있고 제 얘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노래는 결국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건데. 저는 나이도 들고 배운 것도 없는데 많은 가수들 틈에서 노래하면서 박수 받고 있다. 이게 얼마나 눈물 나게 감사한 일입니까.”



 장씨는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대구(23일), 부산(29, 30일) 등에서 전국 순회공연을 펼친다. 02-396-0514.



◆장사익=1949년 충남 홍성 출생. 선린상고를 졸업하고 보험회사, 가구점 등을 전전하다 45살에 데뷔했다. 국악과 재즈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음악세계를 선보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7집 앨범 ‘역(驛)’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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