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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돈 몰리는 채권, 새로운 유행인가 곧 터질 거품인가

버블(거품)이냐, 아니면 투자 흐름이냐. 요즘 채권을 두고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이다. 글로벌 경제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개인투자자 자금이 채권으로만 몰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갑작스레 적정 시장 규모보다 더 많은 돈이 몰리는 건 분명한 버블”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돈이 몰리면서 수익률이 떨어져 일시적으로 비싸 보이지만 저성장 저금리 추세를 감안하면 버블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가 열렸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달아오르는 채권 투자 열기를 어떻게 봐야 할까.



‘안전자산이 위험하다.’



 이 모순된 문장이 요즘 자본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전통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져 온 채권에 돈이 한꺼번에 몰려 ‘버블(거품)’ 조짐을 보이자 터져 나온 경고음이다. 세계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로 전 세계 증시 상승률은 물론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뚝 떨어지자 고수익에 굶주린 개인투자자가 조금이라도 더 수익률이 높고 더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채권시장을 기웃거리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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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 버블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국내에선 9월 첫 발행된 30년 국채가 대표적이다. 이달 들어 금리가 오르면서 잠시 주춤해지긴 했으나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30년 국채에 관심은 여전하다. 기관투자가는 값이 비싸다며 외면한 30년 국채에 개인투자자가 몰리면서 9, 10월 발행액 8000억원 중 개인투자자 비중이 63.1%를 차지하고 있다. 통상 채권의 주요 투자자인 연·기금과 보험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30년 국채와 달리 20년 국채는 연·기금과 보험 비중이 절반이고 개인은 8.5%다.



 증시 침체와 함께 쇠락하던 펀드시장에서도 채권 버블 조짐은 도드라진다. 올 들어 국내외 주식형펀드에서 8조원이 빠져나가는 동안 국내외 채권형펀드로는 4조원이 몰렸다. 특히 해외 하이일드 펀드에는 8월 이후 3개월 동안 7500억원이나 몰렸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똑같이 채권 투자 과열 현상을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하이일드 채권 발행은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 10월 말 현재 29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한 해 전체 발행액이 2490억 달러였다. 과거 위험자산이라고 기피했던 신흥국 채권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신흥국 채권펀드로 388억 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유입된 184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버블 경고음이 울리자 기관투자가는 발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개인투자자와 발맞추어 하이일드 투자를 늘리던 기관투자가는 10월 들어 돈을 빼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는 10월 첫 주에도 21억 달러를 더 늘렸다.



 버블 경고에도 돈이 몰리는 이유는 단 하나,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9일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3.27%지만 국내 채권형 펀드는 4.7%를 기록했다.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 수익률은 14.95%나 된다. 신흥국 채권 펀드도 9.54%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돈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벌써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갑자기 많은 돈이 몰리니 수익률은 뚝 떨어져 JP모건의 이머징마켓 채권지수는 이달 들어 4.37%에 불과해 미 국채 수익률과의 격차가 2.74%포인트로 좁혀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수익률이 12%에 달했다.



 신동준 동부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채권 투자는 장기 방향성과 현재 가격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고령화 저금리라는 방향성은 맞지만 현재의 높은 가격은 분명 버블 조짐이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많은 투자자가 일본식 장기불황을 가정하고 30년 국채에 투자하지만 우리가 1, 2년 안에 그 지점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안전자산 중에 고금리를 찾으려는 게 투자 흐름”이라며 “그러나 지금 수익률을 감안하면 해외채권도 분명 비싼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 시장에 버블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중국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더해지면서 차이나펀드와 인사이트 펀드 버블을 맞이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당장 실현 가능한 가치보다는 지나치게 먼 미래 가치에만 주목한 투자를 한 탓에 결국 버블이 꺼지며 이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큰 손실을 봤다. 자금은 계속 빠져나가 반 토막 수준이고 당시 물린 투자자는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당시 해외펀드 버블이 주식형펀드로 불붙었던 1차 버블이었다면 지금은 채권에 쏠린 해외펀드 2차 버블”이라고까지 말한다.



 주식 전문가는 채권 버블이라는 의견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조한다. 이채원 한국밸류투자 부사장은 “일드(수익률)를 감안해 주가수익비율(PER)을 내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증시는 12배, 국고채는 33배 정도로 채권이 지나치게 고평가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하이일드 펀드는 그야말로 고위험 고수익 펀드인데 그 정도 위험한 상품 수익률이 6%대라면 과연 증시 우량주와 비교했을 때 무슨 장점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자금이 몰린다는 점에서 버블이라고 불릴 수는 있으나 금방 꺼질 버블은 아니고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버블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노후 대비 차원에서도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앞으로는 주가가 떨어지면 저평가 매력에 다시 반등하는 식의 과거 투자 패턴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현재의 채권 투자 열기를 버블로 보기보다는 이런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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