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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엔 돈 써도 굶는 노인은 모른 체… 노년층 위한 ‘메디컬 홈 서비스’ 절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앞두고 전문가들이 한국의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강민아 이화여대 교수, 김창엽 서울대 교수, 정용덕(서울대 교수)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유승흠 한국의료지원재단 이사장, 신성식 중앙일보 선임기자. 최정동 기자
신성식 선임기자=100세 시대 의료는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 같은데 우선 수요 변화를 예측해 달라.

연중 기획 한국사회 대논쟁<22> 100세 시대 보건의료서비스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100세 시대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건강장수다. 이것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게 기업가 정신이라 생각한다. 기업가 정신이라는 게 결국 약, 의료기기 산업에 관한 이윤과 관련이 된다. 이윤 창출과 기업가 정신이 건강 장수와 100세 시대를 창출할 것이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인간 삶에 대한 문제다. 한국의 의료산업은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해 100세 시대는 우리가 먼저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 글로벌 부(富)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신성식=새로운 산업 창출이 가능하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인데.

김창엽 서울대 교수=현행 보건의료의 주된 모형은 병원의 치료 서비스 중심이다. 앞으로는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돌봄 서비스 같은 수요가 늘어나고 (기술 의존적인 서비스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주로 인적 서비스라는 것이 동시에 필요한 쪽으로 패러다임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측면의 공급자가 나올 것이다. 보건의료서비스 수요 변화에 대해 정책 당국이나 우리 사회가 충분히 대응하고 있는지를 따지면 박한 점수를 주고 싶다.

유승흠 한국의료지원재단 이사장=고령화가 너무 빨리 진행되다 보니까 미래를 준비하기가 힘들다. 진료를 비롯한 간호, 요양, 수발조직 등 여러 가지 서비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발할 사람이 없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치매 환자가 60만 명 정도인데 계속 늘어날 추세다. 치매 환자 본인은 모르지만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무지하게 힘들다.

강민아 이화여대 교수=100세 시대가 축복 받으려면 질적인 면이 고려돼야 한다. 노인을 위한 많은 서비스가 잘되고 있느냐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양적으로 늘어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개인에게 얼마만큼 어떻게 (서비스가) 가고 있는가도 중요하다. 수요와 공급의 분포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창엽=100세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수요도 생기지만 현재의 전통적인 수요가 여전히 남게 된다.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충분히 받지 못한다거나 의료의 질이 고르지 못하며 지역 간 불평등 문제가 여전하다. 이런 수요가 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 이중의 부담이 될 것이다. 또 연명 치료 등을 두고 새로운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강민아=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해외에서 강의하다가 부끄러웠다. 2006년 독일에서 상영된 영화 ‘타인의 삶’이 있다. 동독에서 자살률 통계가 기밀이었는데 독일 아티스트들이 폭로한 것을 그렸다. 자살률이 높다는 걸 알린 게 국가기밀 누설이었다. 우리는 자살률 1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최병호=건강수명과 기대수명에 대한 차이가 좀 많다. 노인에 관한 사고, 자동차·산재 사고에서 우리나라가 최고다. 산재사망률은 거의 톱(top)으로 나오고 있고 그 밖에 사업장과 직장인의 스트레스, 건강 형태 이런 것들이 건강수명을 단축시킨다. 건강수명은 수명에서 장애기간을 뺀 것이니까 보건의료서비스를 가지고 접근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기존의 치료약 개발이나 의료분야 산업은 굉장히 발전하고 있고 선진 대열에 들어갈 것이다. 복합 만성질환과 고령화가 결합될 경우 건강 습관, 건강 행태를 바꾸는 국가 투자를 통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미국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투자 방법이나 투자에 대한 노하우 개발이 되어 있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된다.

유승흠=건강엔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이 있다. 추가로 경제적, 영적인 건강이 있다. 주로 우울증 같은 것을 지적하는데 참 심각하다. 나이가 들면서 돈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할 일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50대 중반이 되면 등산만 가는데 그게 하루 이틀이지 계속하면 재미가 없다. 가까운 친구들도 다 죽고 우울증에 걸려 가만히 있는 사람도 많다. 운동도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사회적 건강, 정신건강까지 지킬 수 있게 사회적 역할도 주고, 노인자원봉사 자리도 줘야 한다.

신성식=만성질환, 암 같은 것은 100세 시대엔 좀 달라질까.

유승흠=의료를 종합적으로 보고 예방 분야에서 많은 걸 해야 한다.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많은데 사회적으로 보장이 돼 있는가.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검진을 2년에 한 번 무상으로 하는데, 국민의 3분의 1 밖에 안 한다.

김창엽=암 등의 사망률은 떨어지는데 유병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병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관리 모형만 있다. 스스로 어떻게 관리하고 가정에서는 어떻게 하고 지역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그런 모형에 대해 이론이 없는 것 같다. 상황이 바뀌고 있는데 당장의 병만 치료하는 전통적인 의료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결정 요인이라고 해서 직업이라든지 거주상태라든지 물리적인 공기 같은 것들이 모두 만성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조건을 다 갖춘 모형으로 확대돼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최병호=만성질환 자가 진단법 등 스스로 질병을 관리하는 모형이 개발되어야 하지 않을까. 2011년에 OECD 보고서에서 복합 만성 질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엄청나게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단과(單科) 질환 중심이 아니라 지금은 몇 개 과를 합쳐야 의사 역할이 바뀌고, 외래 중심의 교육 등 예방의료의 기능이 바뀔 것이다. 환자가 미리 예방하고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김창엽=두 가지 변화가 있다. 먼저 건강에 요인을 미치는 요인이 복합화되면서 소득, 교육, 주거, 직업 등 모든 것을 같이 고려하자는 쪽으로 사회적 결정요인을 강조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Health in All Policies’, 즉 모든 종류의 정책에 건강을 고려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가령 자유무역협정(FTA)이 건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곡물가격과 도시계획이 어떻게 건강과 관련 있는지를 보자는 것이다. 복잡해진 건강 문제에 대처하려면 사회 전체적 전략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방이라는 좁은 틀을 더 넓혀서.

유승흠=사회에서 “나이 들면 다 쉬세요”라고 하니까 노인들이 할 게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리는 거다. 일본은 벌써 단순 직종 같은 것을 노인들이 하게 법제화했다. 우리나라는 통행료를 젊은 여자들이 받는데 일본은 할머니·할아버지가 받는다.

강민아=사회적 활동의 개수와 종류가 많아야 노인의 삶의 만족도가 높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다만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가진 노인들은 직업을 통해 만족감을 그리 크게 느끼지 않는다. 노인빈곤 등이 해결된 후라야 일자리 얘기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유승흠=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노인들이 일하는 것을 많이 봤다. 자원봉사 등 역할을 줘야 한다. 돈을 안 받더라도….

김창엽=지금은 노인 건강검진을 어떻게 할 것이냐, 진료비는 어떻게 할 것이냐 등 부분적인 정책으로 가는 것 같은데 통합적인 접근을 해야 해결될 것이다.

신성식=정책 담당자들이 100세 시대에 대비해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보는가.

최병호=보육이나 다른 쪽의 예산보다 노인 문제 해결에 예산이 덜 들어가고 사회적으로도 별로 관심을 안 가진다고 생각한다. 심하게 말하면 무상급식을 위한 돈은 줘도 굶는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돈을 안 준다는 것이다. 노인 자살률이 1위여도 무감각하다. 정치적으로 주도적인 세력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

유승흠=지난번에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노인병원 등을 알아봤는데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간병인만 한 달에 200만원 주고 케어를 했다. 깊이 따지지 않아도 100세 시대 준비가 덜 되어 있다.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가 필요하고 이런 사람들을 교육할 기관이 필요하다. 의료서비스 인력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이들을 어떻게 훈련시킬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요양보호사 수준도 들쭉날쭉하다.

정용덕 회장=저도 부모님이 요양원에 계시다가 90세가 넘어서 돌아가셨다. 간병인 문제가 잘못 됐다. 이게 간호서비스의 일부인데 비용도 너무 비싸고 이들에 대한 교육이나 관리도 잘 안 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유승흠=병원비 지출보다 간병인 비용이 더 들어간다. 병원에 풀 타임 간호사를 만들자고 했는데 그게 잘되지 않는다.

신성식=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간병서비스를 보험으로 하겠다고 공약했다.

김창엽=기본적으로 동의는 하나 미래 수요의 기본 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1000명, 2000명이 들어가는 중앙집중형 의료기관 위주의 서비스도 필요하겠지만, 협업적인 소규모 서비스 공급이 필요하다. 요양병원이 아니더라도 인간적인 접촉이 필요하고 따뜻한 친밀감, 이런 것이 더 중요해진다. 개인이 운영하는 호스피스가 늘고 있고 이런 수요도 있지 않느냐. 소규모 휴먼서비스, 다시 말해 분산적이고 협업이 되는 이런 모형의 공급구조가 구축돼야 한다.

유승흠=2000년 들어 간호사들이 자기 집의 아래층에 열댓 명의 노인을 케어하는 형태가 등장했는데 노인들이 상당히 만족스러워한다. 이런 곳을 체계적으로 키워갔으면 한다. 간호 업무도 폭넓게 보면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

최병호=정부가 어떻게 제도화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2008년 요양병원을 만들 때 이게 생기면 전체 의료비가 낮아질 거라고 했다. 하지만 요양병원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비용도 크게 늘어났다. 정부가 돈을 아끼려 도입한 정책이지만 결과적으로 돈이 더 들게 된 것이다.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다. 앞으로 자식들이 집에 노인을 모시지 않을 것이다. 노인의 70~80%가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갈 것이다. 요양병원에 가면 간병인이 있고 요양시설에 가면 요양보호사가 있다. 간병인보다는 요양보호사가 그나마 교육을 좀 받은 사람들이다. 요양병원에 수준 높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뒤바뀌었다. 대학병원에서도 간호조무사가 간병인 역할을 하지 않고 간병인이 따로 있다.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유승흠=만성질환 등의 문제가 있는 환자, 아픈 사람을 간병하는 것을 부인이 할 수 있는 경우가 70%, 남자들이 부인을 간병하는 경우가 30%다. 둘 다 아프면 어떻게 서로 케어할 수 있느냐. 부부가 있어도 어차피 요양원으로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

신성식=만성질환은 예방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데 의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김창엽=더 이상 의사 개인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의사·간호사·요양보호사·영양사·사회복지사·생활지도사 등이 팀을 꾸려 메디컬 홈 서비스, 통합서비스로 나아가야 한다. 리더로는 의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의사를 양성하도록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노인문제가 중요해지면서 메디컬라이제이션(medicalization·의료화) 문제가 있다. 모든 것을 의료과학으로 하려 한다. 골밀도 검사보다는 걷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과잉치료(Overmedicalization) 문제다. 다음으로 제도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신성식=호주 출장을 갔는데 게이트볼을 하는 노인들을 봤다. 일주일에 게이트볼을 일정 시간 이상 하면 돈을 주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의료화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다.

정용덕=지금까지 사회 전체적인 문제와 연결해서 논의를 했다. 이제부터 의료시스템 문제로 눈을 돌려보자. 재정 부담이나 과잉 진료 문제 등도 따져보자.

최병호=정책 관리 체계(거버넌스)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정부 내에서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의 변화가 정부 정책을 바뀌게 하는 것보다 더 빠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김창엽=한번에 되는 해결책은 없다. 노인건강 문제를 정치화해서 어젠다를 만들어야 한다. 또 가정이나 지자체에서 의견이 올라가서 어젠다를 만드는 참여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강민아=노인건강이나 건강 문제에 대해 공론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본인들이 직접 질병을 앓거나 가족이 질병으로 고생하지 않으면 보건의료 정책이나 이슈 같은 것이 자신과 거리가 멀고 관심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창엽=새로운 의료서비스의 공급모형, 참여모형을 파악해 정부가 지원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가정의 호스피스 같은 것들이 앞으로 한국 사회가 육성해야 하는 모델 중의 하나다. 여기에 동의하면 정부가 제도적으로 또는 법률적으로 뒷받침하고 지역사회가 자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참여형, 상향식 정책을 육성하자는 거다.

유승흠=정부는 그동안 어디까지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할지에 중점을 둬 왔다. 새로운 방법이나 정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헬스클럽만 하더라도 노인을 위한 게 없다. 우리 사회가 노인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다.

김창엽=건강보험이 30년 넘게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제 몸에 안 맞는 것이 있다. 의료서비스가 건강보험 적용 범위에 들어가느냐, 들어가면 돈을 얼마 받느냐, 어떤 공식적인 형태를 갖추어야 들어갈 수 있느냐 이런 걸 얘기해 왔다. 국가가 할 일인지 건강보험이 할 일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고 통합적으로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건강보험에 맡기고, 개인에게 맡기고, 지역사회에도 맡겨야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다 해결해 줄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 진짜 필요한 분야라면 재정 조달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이 중 건강보험이 어느 정도 커버할 것이냐를 따지는 게 순서다.

최병호=건강증진 사업 정책이 생긴 지 17년이 됐다. 새로운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이 더디다. 새로운 투자를 해야 하는데 투자에 대한 확신을 못하니 돈을 잘 안 준다.

유승흠=의료 서비스와 관련한 제도는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없다. 제도를 바꾸면 바로 유방암이 줄고 이런 게 아니다. 몇 년, 몇 십 년이 걸리는 문제다. 건강이나 교육은 한번에 해결되고 확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강민아=건강보험은 메디컬 서비스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기능을 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건보 기능을 확대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이와 관계없이 건강 투자를 메디컬 서비스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것인지 어느 쪽을 말하는지 방향을 잡아야 한다.

김창엽=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건보는 주로 치료 서비스에 중점을 둬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건보가 100세 시대의 건강관리, 예방을 담기에는 틀이 너무 좁다는 얘기다.

최병호=건강증진 투자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하느냐, 세금으로 하느냐가 논란이 있다. 사업 집행을 보건소가 하느냐, 건보공단이 하느냐, 일선 동네의원에 기능을 맡기느냐 논란이 있는데 보건소가 하는 게 맞겠다.

김창엽=건강보험 재정이 40조원이고 보건 분야 예산이 1조원도 안 된다. 어떤 사업은 건강보험으로 하고, 뭐는 세금으로 하고, 이렇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양측이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신성식=건강보험은 본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100세 시대를 맞기 위해 큰 틀을 짜서 재원을 준비하자는 것인데.

김창엽=건강보험은 건강보험대로 생각을 하고, 고유 기능을 잘하도록 하되 건강보험이 틀에 안 맞는 것도 많기 때문에 잘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최병호=어떤 식으로든 재원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는데 건강보험료를 올리든지 세금으로 마련하든지 이 부분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유승흠=원래 급한 질환을 고치는 데 비용을 대는 게 건강보험이다. 그것도 아주 기본적인 것만. 그래서 여기에 장기보험요양제도를 추가로 만들어서 장기 요양이 필요한 환자를 담당한다. 건강보험은 사회보험 방식이니까 재원 확보가 안 되면 세금으로 모자라는 부분을 지원하는 게 맞다.

김창엽=노인에 대한 재원 투자는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민간 상품 가치가 없고 보험상품 가치도 없기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맡아야 한다고 본다.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논의에서 비용 문제를 너무 앞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성취해야 할 것이 뭐냐’를 보고 비용을 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큰일 났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만 얘기하는데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 이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 참여형 정부가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어떤 컨센서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유승흠=사망 2년 전에 들어가는 진료비가 그 사람이 평생 쓴 의료비보다 많다고 한다. 부모가 큰 병에 걸리면 큰 병원에 간다.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미련이 안 남는다”고 하면서. 이런 치료보다는 터미널 케어(말기환자 관리)나 호스피스 케어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

정용덕=오늘 100세 시대 보건의료 문제를 논의하면서 이 문제가 의료시스템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면 정책을 입안할 때 환경주의(environmentalism)나 남녀평등주의(feminism) 등만 봤는데 앞으로는 헬시즘(healthism)도 중요한 잣대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건강을 생각하고 우선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정책 결정의 상위 구조(거버넌스) 문제인데,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행정이란 게 돈의 출처가 어디냐에 따라 움직이고 부서에 따라 또 따로 움직인다. 이런 게 통합돼서 고객한테 좋은 서비스가 가도록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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