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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천연물 신약 개발사업’ … 안전성 담보 안돼 재검토 해야”

정부가 제약산업 선진화와 한의약 산업 육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천연물 신약 개발 연구사업’에 대해 천안과 아산을 비롯한 충남지역 한의사들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천연물 신약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생산되면 주민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약회사에서 이미 개발, 생산되고 있는 일부 신약의 경우 한의계에서 처방하던 제품을 그대로 원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한의사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재원 충남한의사협회 회장을 만나 천연물 신약 개발에 대한 지역 한의사들의 입장과 우려점을 들어봤다.



[이슈 인터뷰] 하재원 충남한의사협회 회장

강태우 기자 , 사진=조영회 기자





-식약청이 추진하고 있는 천연물 신약 개발 사업이란 무엇인가.



 “‘한의약 육성 발전 5개년 종합계획’에 따라 제약산업의 선진화, 국내 특용작물 생산농가 지원, 한의약 산업을 국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국가 정책사업이다. 천연물에서 특정 단일 성분만을 추출해 체내에 작용하기 좋은 상태로 합성 변화시킨 의약품으로 예를 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아스피린을 비롯해 탁솔, 타미플루 등이 있다.”



-천연물 신약 개발 사업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



 “당초 천연물 신약은 하나의 한약재가 갖고 있는 여러 성분 가운데 단일 성분을 추출해 만들자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성과가 없자 식약청이 개발사업에 대한 관련 고시를 변경했다. 하나의 약재가 갖고 있는 단일 성분이 아닌 약재가 갖고 있는 성분 전체를 추출해 개발한 약도 천연물 신약에 포함하기로 범주를 넓힌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특별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한의사 처방을 그대로 추출한 것도 천연물 신약 범주에 넣기로 고시를 또 변경했다. 현재까지 모두 7종의 신약이 허가됐으며 현재 70여 종이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한의사가 이미 검증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양방과는 달리 한방에서는 증상 외에도 체질이나 체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단, 처방하기 때문에 증상에 따른 양방 부분에서의 안전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지난 2008년 이후 허가된 천연물 신약은 자료 제출만으로 많은 부분에서 임상시험을 면제해 주고 있다. 때문에 한의사의 전문적인 진단 없이 투여됐을 경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양의학과 한의학은 질병을 보는 눈이 다르고 치료법 역시 다르다는 점을 환자들도 알고 있다. 한방원리에 의해 한약으로 만들어진 한약제제를 한방원리를 모르는 양의사가 처방하게 되면 부작용이 생겨도 대처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환자들이 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또 천연물 신약은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제약업계는 물론 의약업계, 양방업계에서도 우려할만한 사안 아닌가.



 “그렇다. 2008년 이후 허가돼 연구 중인 천연물 신약들이 한약연구자들에 의해 제기된 부작용에 대한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제약회사에 의해 생산, 양방에서 처방되고 있다. 시판 중인 제품과 앞으로 나올 천연물 신약 대부분은 기존에 허가된 다른 약물과 달리 신약 허가 시 반드시 제출하게 돼 있는 독성 및 임상시험 결과보고서조차 면제받은 상태다. 인체에 부작용을 미치거나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환자들에게 끼치는 피해를 어떻게 책임지려는지 걱정스럽다.”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고시 변경이 왜 이뤄졌다고 보나.



 “천연물 신약 개발사업의 시작 단계에서는 아스피린이나 탁솔과 같은 단일성분에서 추출한 신약 개발이 목표였다. 하지만 제약회사를 비롯해 약학 관련 연구소에서 신약 개발을 진행하면서 천연물에서 단일성분을 추출해 신약을 만든다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지난 2004년 한 약학대학에 연구용역을 줘 보고서를 만들었고 이를 근거로 천연물 신약에서 한약제제를 빼고 기성 한의서 처방에서 새로운 효능을 찾아 천연물 신약이라고 정할 수 있도록 고시를 개정했다. 결국 2008년 식약청 고시 개정 때 천연물 신약 허가 기준을 대폭 완화해 전통한의서와 한방의료기관 임상경험 근거만으로 독성자료 및 임상시험 대부분을 면제해줄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천연물 신약 개발에 대한 성과가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행한 천연물 신약 개발사업에 대한 실적이 없자 식약청이 고시를 수차례 변경해 2008년부터 천연물 신약의 범위를 넓혔다. 서류 제출 의약품으로 분류한 것이다. 말만 신약이지 외국에서는 약으로 인정하지 않는 수준의 간단한 서류제출만으로 신약 허가를 내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의사들은 식약청이 안전성 문제는 뒤로 한 채 제약회사만을 위해 고시를 바꿨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이유다. 스티렌정이 최근 3년간의 생산량과 해외 수출 현황만 보더라도 해외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986억원을 생산했지만 해외 수출액은 고작 2억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사용된 약재 또한 국내 특용작물 재배 농가 지원과는 거리가 멀게 약재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산지 표기도 하지 않고 있다.”



-개발된 신약이 이미 한의계에서 처방하는 제품과 동일하다고 주장하는데 근거가 있나.



 “신바로캡슐의 경우 국내 자생한방병원에서 처방하는 ‘청파전’이라는 처방과 같다. 레일라정은 한의계 원로였던 배원식 한의사의 ‘활맥모과주’라는 처방을 그대로 원용한 제품이다. 또 ‘조인스정’의 경우에는 2000년까지만 해도 한약제제로 개발되던 중 갑자기 천연물 신약으로 분류돼 나오게 됐다.”



-한방업계가 파악하고 있는 천연물 신약의 생산·판매현황은.



 “위염치료 천연물 신약 ‘스티렌정’의 경우 건강보험에 청구된 금액이 2009년 836억원, 2011년 870억원에 달한다. 관절염치료 천연물 신약 ‘조인스정’의 건강보험 청구액은 2009년 230억원, 2011년 308억원으로 증가했다. 환자 본인부담금(약값의 30%)까지 더하면 실제 약값은 크게 늘어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허가된 천연물 신약은 스티렌과 조인스를 포함한 7개 품목이다. 이 가운데 5개 품목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다. 이들 신약은 국내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처방돼 막대한 건보재정이 사용되고 있는 반면 해외시장에서는 실적이 미미하다. 더욱이 일부 제품은 건강보조식품으로 팔리는 등 국내용 신약에 머무르고 있다.”



-이미 신약이 개발돼 처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반발하는 이유는.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협회의 잘못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조금씩 고시를 변경하면서 천연물 신약 개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왔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처음에는 천연물 신약 개발 사업에 대해 한의계도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한의계에서 연구도 활발히 진행했다. 하지만 정책이 왜곡되면서 환자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한방업계의 이익 보호를 위한 반대가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한의사이기에 당연히 한의학 발전을 위한 정책사업을 환영한다. 오히려 지금보다 많이 부족하기에 앞으로 더 많은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책의 가장 밑바탕에는 주민들의 건강한 삶이 전제돼야 한다. 그 다음이 한의학 발전이다. 아무리 한의학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해도 한의계는 환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주민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일이 최우선이다.”



-충남지역 한의원 수와 방문 환자 수는.



 “충남지역에는 450여 개의 한의원, 한방병원이 있다. 한달 평균 50만 명의 환자가 진료와 치료를 받는다. 주로 허리·어깨·무릎·관절염 등 통증질환을 치료하지만 여성질환(불임, 산전·산후관리), 피부질환(아토피, 여드름), 난치성질환 등 영역이 광범위하다. 침, 한방물리요법치료 등이 한방건강보험에 편입돼 있고 지금도 꾸준히 그 범위를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지역 주민 건강을 위한 한방 주치의로서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향후 대책과 주민들에게 한 말씀.



 “현재의 천연물 신약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애초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한약과 관련한 법령이 허술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약 관련 법령과 제도를 재정비해 한의약을 발전시켜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 천연물 신약 개발 사업에 대해 주민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





  

하재원 회장 이력



· 1988년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과 졸업

· 1994년 대전대학교 부속 천안한방병원 제1내과 진료 교수

· 1996년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과 대학원 졸업(한의학 석사)

· 2005년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과 대학원 졸업(한의학 박사)

· 1998년~2006년 충남한의사회 재무위원장

· 2006년~2008년 천안시 한의사협회 회장

· 2010년~ 현재 충남한의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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