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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덜컹거리며 이착륙…죽음 부르는 이곳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어섬 비행장. 활주로는 포장도 안 돼 있고, 비행기들은 격납고도 없이 노상에 주기(駐機)돼 있다. 지난 6월 인근 경비행장 두 곳이 폐쇄되며 이곳을 이용하는 비행기가 크게 늘었다. [이현 기자]


지난달 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고포리 ‘어섬 비행장’. 경비행기 전용 비행장인 이곳은 아스팔트 포장이 안 돼 있었다. 갈대밭 사이로 난 흙길 위로 경비행기들이 뜨고 내렸다. 경비행기는 400m 거리의 맨땅 활주로를 덜컹거리며 내달렸다. 이·착륙 때마다 이런 위태로운 장면이 반복됐다.

[현장추적] 761대 등록 … 5년 새 21명 추락사
경비행기 비행장 22곳 관리 공무원은 4명뿐
활주로 규정, 허가절차 아예 없어



 게다가 이 경비행장에는 비행기 정비 상태와 보험 가입 여부를 점검하고 비행 구역 이탈 여부 등 안전상태를 확인하는 상주 관리자가 없었다. 안전한 이·착륙을 돕기 위한 관제 시설도 보이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어떤 통제나 관리도 받지 않은 채 홀로 비행에 나섰다. 또 어섬 비행장으로 이용되는 땅은 한국농어촌공사 소유지로 사실상 불법 점유 상태다. 6개의 경비행기 동호회가 10여 년 전부터 무단 사용해온 것이다. 동호회 회원 서모(55)씨는 “우리도 합법적이고 안전한 활주로에서 비행기를 타고 싶지만 관련 법률이나 규정이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경비행기는 최근 새로운 레저 활동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민주통합당 이윤석 의원실에 따르면 올 7월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경비행기(경량 항공기·초경량 항공기)는 761대다. 2008년(496대)에 비해 약 1.5배로 늘어났다. 경비행장마다 ‘○○항공’이란 이름으로 돈을 받고 일반인들을 태우는 업체들도 있다. 하지만 경비행기 운항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은 매우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경비행기 운항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마땅한 법적 기준이 없다. 경비행기는 잘못 운항할 경우 사망 사고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 5년간 경비행기 사고는 모두 25건으로 사망자만 21명에 달한다.



 지난 6월엔 인천 송도 비행장에서 경비행기 추락 사고가 발생해 조종사 배모(38)씨와 탑승자 김모(41)씨가 숨졌다. 이 경비행기는 의무사항인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현재까지 보상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회곤 대한스포츠항공협회 사무국장은 “현재 사설 경비행장은 허가를 받을 의무조차 없다”며 “무분별하게 운영되는 경비행장에 대한 분명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6월 추락 사고가 난 송도 비행장을 비롯한 전국의 경비행장 22곳은 사실상 아무런 법적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사설 활주로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어 허가 절차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관리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서울지방항공청과 부산지방항공청에 2명씩 4명의 직원이 전국 사설 경비행장의 안전 실태를 비정기적으로 점검한다. 하지만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보험 가입 등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위험한 비행을 일삼아도 통제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윤석 의원은 “22곳의 경비행장을 고작 4명의 직원이 관리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의 안전 관리가 강화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운항정책과 정하걸 사무관은 “경비행기라는 이름의 부서가 없을 뿐 운항정책과에서 경비행기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사안에 따라 적절한 부서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경비행기 관련 TF를 꾸려 관리 방안 등을 모색 중이다.



이현 기자 <2str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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