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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안경닦개

나는 안경잡이다. 안경잡이들은 잠잘 때를 빼놓곤 콧잔등 위에 늘 안경을 걸어두고 생활해야 한다.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 곧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안경잡이들은 추운 바깥에서 활동하다가 따뜻한 실내 공간으로 들어가면 안경 렌즈가 안개 낀 듯 부옇게 되어 한동안 사물을 분간할 수가 없다.



 안경을 끼는 사람들은 또 언제나 안경집과 안경 닦는 천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 미세한 먼지가 렌즈에 묻어 자주 안경을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안경 닦는 천은 주로 융(絨) 같은 소재로 되어 있는데 촉감이 아주 부드럽다.



 이 안경 닦는 부드러운 천을 무엇이라고 할까? 희한하게도 이 물건을 가리키는 이름이 없다. 물론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다. 사람들은 ‘안경클리너’ ‘안경티슈’ ‘안경닦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그냥 ‘안경 닦는 것’이라고 한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 ‘안경닦이’를 보자. 이 단어는 ‘안경’과 ‘닦이’가 결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닦이’는 접미사가 아니라 명사로, 물건을 닦는 일 또는 물건을 닦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니 ‘안경닦이’는 파생어가 아니라 합성어라고 할 수 있다.



 ‘안경닦이’는 ‘닦이’의 풀이로 비춰 볼 때 안경을 닦는 일 또는 안경을 닦는 사람을 뜻하므로 ‘안경을 닦는 도구[천]’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이 물건을 무어라고 해야 할까. ‘안경닦이’로 그냥 쓰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풀이에 ‘안경을 닦는 도구’라는 뜻을 하나 더 첨가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은 한 단어가 그것도 명사이면서 많은 뜻을 동시에 의미한다는 반론에 부닥칠 수 있다.



 ‘안경닦이’가 아니라면 ‘안경닦개’를 제안하고 싶다. 접미사 ‘-개’는 일부 동사 뒤에 붙어 ‘사람’ 또는 ‘간단한 도구’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므로 딱 맞아떨어진다. 이와 비슷한 것들로는 긁개, 덮개, 지우개 등이 있다. ‘안경닦게’는 접미사 ‘-게’가 없으므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 ‘안경닦이’와 ‘안경닦개’ 두 가지 중 어느 단어를 선택할지는 언중(言衆)이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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