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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국방사업도 기업가 정신 필요하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
일자리 창출이 모든 경제 정책에서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 없이는 사회 양극화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은 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는 경제 각 분야에서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을 확대해 세계 10위권의 무역 대국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온갖 산업이 고루 발전했다는 점 또한 입에 올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분야가 있다. 국방 산업과 우주항공 산업이다. 이들 산업의 공통점으로 기업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고 국가 기관과 국책 연구소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죽기 살기로 연구개발을 하고 수출에 나서 기존 기술 강국들을 앞선 지 오래인데, 왜 유독 이 분야만 자체 기술 개발이 늦어진 것일까. 아마도 그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 공공 분야의 분위기가 초래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실수나 실패가 용납되지 않기에 도전보다는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 바로 기업가 정신의 실종이다.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로 세상을 보면 성공보다는 실패가 훨씬 자연스럽고 흔한 현상이다. 벤처 업계에서는 창업 후 생존에 성공할 확률이 열 가운데 한 둘이라고 한다. 이런 수치가 말해주듯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성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성공한 기업 내에서도 지금까지의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경우 성공 확률이 비슷하게 나오는데, 그런 실패의 반복 속에서 차세대 먹거리 사업이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을 위해 우리가 껴안고 가야 하는 것이며, 성공은 수없이 반복되는 실패의 결과물이다.



 필자는 몇 년 전 방산 핵심 기술의 하나로 분류돼 국내 대기업이 국산화를 하는 프로젝트에 관여한 적이 있었다. 그때 직도입 가격보다 더 높은 예산을 할당받아 몇 년 동안이나 프로젝트 팀을 운영하며 국산 기술로 개발하다가 여의치 않게 되자 결국 외국 장비를 수입해 납품하려는 대기업의 행태를 경험했다. 대기업 입장에서만 보면 그렇게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직도입보다 더 많은 예산을 책정해가며 자체 기술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뒷전으로 하고 해당 프로젝트의 이익만 따져보고 다른 쉬운 대안을 택하는 결정은 충격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쉬하며 굳이 대기업하고만 사업을 계속하려는 담당자들의 방침 역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전·혁신·창조로 요약되는 기업가 정신은 공공부문에서도 활성화돼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책임자가 공공 분야의 국산화 개발을 이끌어가야 한다. 국방부·지식경제부·방위사업청이 모여 주도한 국산 헬기 개발 사업이 좋은 사례다. 몇 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헬기 조달 사업에 국산 기술 개발 업체가 참여해 창출하는 일자리 파급 효과는 계산하기 힘들만큼 막대하다.



 이미 개발된 헬기를 싸게 사서 들여와 운용하는 것이 비용적으로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경제 측면에서 전체적인 파급효과를 계산해 본다면 당장은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자체 개발로 사업을 진행해 산업 규모와 경쟁력을 키우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비용 대비 훨씬 더 높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방 사업은 하나 둘이 아니다. 차기 전투기 사업뿐 아니라 국방 통신망 구축에도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국산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쳐 놓고도 사용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적용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국내 업체의 하소연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정부당국은 정말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국산 개발 조달의 원칙하에 국방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여전히 글로벌 방산 업체들에게 대한민국이 큰손으로 대우받고 있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또한 기존의 몇몇 대표적인 대기업이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현재의 폐쇄적인 국방 산업 조달 구조도 개방적으로 바꿔야 한다. 벤처 국방 마트를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정작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들은 여전히 거리가 멀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다산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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