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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기업집단법 도입, 그 후가 문제다

김영욱
논설위원
역시 김종인씨답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얘기다. 그가 얼마 전 내놓은 경제민주화 대선공약, ‘경제민주화의 아담’이란 명성답게 역시 강했다. 핵심은 기업집단법 도입이다. 재벌 오너가 뒤에 앉아서 그룹을 통제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기업집단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전면에 나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잘못 경영하면 그 책임도 지라는 의미다. 오너를 법망에 옭아매겠다는 포석도 들어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다른 것도 덧붙였다. 국민참여재판 의무화가 그것이다. 유죄냐 무죄냐의 판단을 국민 배심원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주요 경제사범이 대상이라고 표현했지만 주 타깃은 그룹 오너지 싶다. 이뿐만 아니다. 유죄로 판정 나면 집행유예는 안 되며, 반드시 징역형을 살리기로 했다. 일정 기간 형을 살면 사면해주던 그간의 관행을 없애기 위해 사면권 역시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했다.



 재계 입장에선 사면초가다. 사냥감을 몰아도 퇴로를 열어주는 게 정상인데 그만한 아량(?)조차 없으니 말이다. 국민경제 입장에서도 갑갑해졌다. 불황으로 치닫는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진작부터 예상됐던 바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재벌개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 적은 없다. 그래서 온건 개혁론자로 보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정반대였다. 세 후보 캠프의 경제민주화 참모 중 가장 강성으로 꼽힌 지 오래다.



 아니나 다를까, 김 위원장은 역시 강했다. 물론 기업집단법은 아직 그의 제안일 뿐이다. 박근혜 후보가 정식 공약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 후보가 거부할 명분이 많지 않다. 기업집단법은 현실을 인정하자는 법이라서다. 우리 기업의 실체는 재벌이지, 개별 기업이 아니다. 이 때문에 법과 현실의 괴리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모델로 삼았던 독일 콘체른법이 제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해체됐던 콘체른이 1960년대 부활했기 때문에 1965년 도입됐다. 콘체른이 실체라면 그 현실을 법에 반영하자는 의도였다. 콘체른을 법적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 인정하자, 그럼으로써 콘체른 경영의 장점도 살리고 대신 그에 상응한 의무를 지우자는 것이었다. 기업집단법 역시 재벌이 실체라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오너의 경영권도 인정하고 경영권의 상속과 승계도 인정하자, 그럼으로써 재벌 경영의 장점을 살리고 대신 그에 상응한 의무를 지우자는 취지다.



 정작 문제는 도입 이후다. 우선 기업집단법이란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라는 문제가 핫이슈가 될 거다. 이 법이 도입되면 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가 ‘오너 회장-그룹 구조조정본부-계열사 이사회’로 짜여진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재벌 비판의 단골 메뉴인 ‘황제 경영’과 ‘편법 상속’ 논란은 줄어들 거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같은 계열사 간 거래나 지원 문제는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지금은 정상가격으로 거래해도 일감 몰아주기로 판명되면 처벌받는다. 하지만 기업집단이 실체로 인정되면 이는 정상적인 내부거래가 된다. 경제력 집중 문제가 핫 이슈로 등장할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이것까지 규제하는 내용을 법에 담자는 측과 이를 반대하는 측의 논쟁은 뜨거울 것이다. 계열사 편입 심사제도 논란거리다. 김 위원장은 그룹 오너 일가의 사익(私益)을 위해 동원될 수 있는 계열사의 설립은 불허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는 경영활동은 자유롭게 보장하되, 문제가 있으면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콘체른법의 원뜻에 어긋난다.



 이보다 더 뜨거운 감자는 노동자의 경영참가 문제일 것이다. 독일의 콘체른 규제는 콘체른법 말고도 또 있다. 그중 하나가 노동자의 경영참가권을 보장한 공동결정법이다. 콘체른법을 만든 지 11년 후인 1976년 제정된 법이다. 콘체른 경영진의 탐욕을 노동자들이 제어한다는 취지다. 우리도 기업집단법을 제정하면 이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벌써부터 공동결정법을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독일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이다. 기업집단법을 제정하자는 그의 속내가 만일 여기에 있다면 재계는 바짝 긴장해야 할 것 같다. 기업집단법을 둘러싼 논란 역시 대단히 격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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