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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 탄약창고가 문화센터로 … 추억을 리모델링하다

홍콩 해양경찰청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고급 부티크 호텔과 쇼핑센터로 개조한 ‘1881 헤리티지’. 사진 속 흰색 3층 건물은 1881년 지어져 해경 사무실과 숙소로 쓰였다. 정원의 아름드리 나무와 시계탑도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작가 양우성]


하늘을 가리는 마천루로 대표되는 홍콩의 건축. 그러나 최근 홍콩 건축에 변화가 일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조우를 화두로 내건 홍콩 건축의 현장을 두 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한국 건축계의 고민과 통하는 대목이다. 취재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민현식(66) 명예교수와 스튜디오 로컬 디자인의 신혜원(42) 건축가가 동행했다.

공간의 재발견 ‘2012 홍콩 건축 답사기’ (상) 보존과 개발 사이
부수고 새로 짓기보다 ‘새로운 쓰임새 찾기’ 대세
낡아빠진 4층짜리 맨션 주민 살게 하며 박물관 활용





 올 2월, 홍콩 애드미럴티 지역 언덕배기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탄생했다. 아시아 미술을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갤러리와 극장 등을 갖춘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센터다. 산 중턱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 홍콩에 주둔하던 영국군이 탄약을 저장하는 창고로 쓰던 장소다.



 1997년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뒤 비어 있던 이 건물을 정부가 원형 보존을 전제로 비영리재단인 아시아 소사이어티에 임대했다. 현재 홍콩에는 이곳처럼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축물을 새로운 용도로 이용하려는 리노베이션 계획이 한창 진행 중이다.



 2000년대 후반 세계 경제위기와 2007년 홍콩섬 퀸스피어 선착장 철거 반대 시위도 홍콩인의 관심을 개발에서 보존으로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더럽고 복잡한 주거용 빌딩을 없애고 새 건물을 짓는 대신, 삶과 추억이 담긴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쓰임새를 찾자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센터는 영국군의 탄약고(왼쪽)를 갤러리로 개조했다. [사진 홍콩관광청]
 ◆되살아난 탄약고=발전소를 개조한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난 서울역 구역사 등에서 볼 수 있듯, 쓰임새가 다한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센터 역시 이런 흐름에 서 있다. 하얀 콘크리트벽에 주황색 기와를 얹은 4개 동의 탄약고 중 3개동은 홍콩 정부에 의해 ‘1급 역사적 건물’로 지정돼 있다.



 화강석으로 새롭게 지은 본관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토드 윌리엄스 빌리첸 아키텍트가 설계했다. 본관 건물 뒤로 형성된 구름다리를 따라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옛 탄약고 건물로 이동할 수 있다. 탄약고의 외양은 그대로 살렸고, 건물 바닥에는 탄약을 운반하기 위해 쓰이던 철로의 흔적이 남아 있다. 건축 책임자인 찬밍푸이는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수 차례 정부 관계자와 만나 어떤 것을 남겨야 하는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이 쇼핑지구로=홍콩 중심가 침사추이, 하늘을 찌르는 쇼핑센터들 사이에 3층짜리 빅토리아풍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2009년 문을 열어 홍콩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복합쇼핑단지 ‘1881 헤리티지’다.



 본관 건물은 1881년 지어진 해양경찰청사다. 지하에는 방공호가 있고 바다를 향한 앞뜰엔 오가는 선박에 시간을 알리는 시계탑이 서 있었다. 2003년 부동산 기업 청콩 홀딩스가 정부로부터 이 건물을 임대해 건물 인근 1만 2000m²를 최고급 부티크 호텔과 쇼핑센터로 개조했다. 홍콩 정부가 역사적 건물을 상업단지로 임대한 첫 번째 사례다.



 ◆사람이 거주하는 박물관=완차이 대로 안쪽, 건물 전체가 파란 색으로 칠해진 4층짜리 허름한 건물이 눈에 띈다. 옛날 홍콩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밖으로 빨래가 걸린 낡은 맨션이다. 1922년 지어진 이곳은 현재 주민들이 거주하면서 홍콩의 옛 생활상을 전시하는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일명 ‘블루하우스’로 불리는 이곳은 1800년대 후반부터 홍콩에 지어진 텅라우(唐樓) 양식의 건축물이다. 보통 4층 이하의 낮은 층수에 엘리베이터나 개별 화장실이 없고, 층마다 방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다. 1978년 홍콩 정부는 이 건물을 사들여 ‘1급 역사적 건물’로 지정하고, 2006년엔 개조를 위해 주민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빈곤층이었던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2~4층에는 사람이 거주하고 1층만 생활사 박물관으로 활용하는 절충안이 채택됐다.



 현재 블루하우스에는 8가구가 살고 있다. 이곳을 둘러본 민현식 교수는 “흔히 보존을 이야기할 때 물리적인 구조만 유지하는 것을 생각하기 쉽다. 블루하우스는 그 안에 있는 삶을 지속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새롭고 의미있는 시도”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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