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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납품' 원전,올겨울 '블랙아웃' 한번이면…

위조 서류로 수입한 ‘원전(原電) 부품’이 10년간 버젓이 사용됐다. 퓨즈·계전기·전자부품 등 237개 품목 7680여 개에 달한다. 재고로 쌓아 놓은 것을 빼고 실제 원전에 투입된 것은 5200여 개에 달했다. 대규모 비리가 횡행하는 동안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실태 파악은커녕 감조차 잡지 못했다.



품질검증서, 업체로 바로 가 … 당국이 위조 거를 장치 없어
영광 2기 정지 오래가면 올겨울 대규모 정전 우려

 ‘짝퉁 서류’가 어떻게 장기간 통용될 수 있었을까. 원전 부품은 보통 3개 등급으로 나뉜다. 원자로·냉각장치 등 핵심 장비에는 ‘Q등급’을 쓴다. 엄격한 품질을 요구하는 ‘원전 전용’인 셈이다. 그러나 터빈발전소·주변기기용은 일반 산업용 부품을 사용할 때도 있다. 대신 별도의 성능·안전도 시험을 거쳐 ‘품질검증서’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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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적발된 위조 서류는 바로 이 ‘품질검증서’였다. 현재 해외의 12개 기관이 검증 업체로 지정돼 있다. 이 중 한 곳의 문서가 집중 위조됐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업체들이 하루 평균 2000만원어치를 납품하면 검증서 비용으로 300만원을 지급한다”며 “이 비용 때문에 위조 유혹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납품 업체보다 더 큰 문제는 한수원의 허술한 ‘납품 관리 체계’다. 해외 기관이 ‘품질검증서’를 발급할 땐 한수원이 아니라 납품 업체에 보낸다. 감독자가 아닌 수험생에게 성적표가 가는 셈이다. 이런 허점을 방치하는 통에 서류 위조가 횡행했다. 위조 서류는 진품과 흡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업체들이 직접 서류를 위조했는지 아니면 중간 브로커가 있는지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문제의 부품은 미국·오스트리아·독일 등에서 생산됐다. 품질상 하자는 없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일반 산업용으로 납품되던 부품이라 원전에 쓰려면 인증 절차를 한 번 더 거쳐야 하는데 이를 위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균섭 사장은 “이번 사건에 아직 내부 직원이 연루된 정황이 없다. 옛 직원이 적발 업체에 취직한 적도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수원의 ‘고질적’ 원전 관리 취약점이 이번에도 되풀이됐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지난 7월 조직적 납품 비리로 처장급 간부를 포함해 22명의 직원이 구속기소됐고, 최근 직원의 마약 투약과 잇따른 원전 고장 등으로 ‘사고 백화점’이란 오명을 얻었다.



 이에 따라 원자로 같은 핵심 부품에서도 언제 문제가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핵심 부품 납품도 문제가 많다”며 “한수원의 설비 수주 과정이 불투명한데, 지경부는 전문성이 떨어져 관리를 못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엄정한 감독 대신 한수원 ‘심부름센터’ 역할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울진 원전의 증기 발생기 교체를 예로 들었다. 원전 핵심 부품의 하나인 증기 발생기는 각국 원전이 일본 스미토모, 스웨덴 샌드빅, 프랑스 벨리녹스 등 검증된 3개 업체 제품을 쓰는 게 보통인데, 이례적으로 울진 원전은 검증이 제대로 안 돼 다른 나라들이 잘 안 쓰는 캐나다 제품을 썼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미국 핵규제위원회(NRC) 조사 중 국내에 뒤늦게 알려졌다. 석 위원은 “인적쇄신을 통해 중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인사 중심으로 원안위와 한수원 등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조성경(에너지공학) 교수는 “원전은 작은 부품 하나만 탈이 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납품 관리 전반에 철저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납품 비리로 원전이 멈춰 서면서 당장 ‘겨울철 전력 수급’이 심각해졌다. 전력난으로 지난해 9월과 같은 ‘블랙아웃(대정전)’ 사태가 한 번만 나도 피해액이 11조원에 달하게 된다.



 5일 현재 국내 발전소의 설비 용량은 총 8200만㎾다. 고장이나 정비로 멈춘 발전소가 있으면 실제 공급 전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올겨울 한파는 예년보다 심할 전망이다. 최대 고비인 1월 중순의 최대 전력 수요는 8000만㎾ 이상으로 추정된다. 영광 5, 6호기는 각 100만㎾ 규모다. 동시에 200만㎾ 공급이 줄면 대규모 절전이 없을 경우 예비전력은 ‘제로(0)’가 된다. 게다가 오는 20일 수명완료(30년)를 앞둔 월성 1호기도 멈출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70만㎾ 전력 공급이 추가 중단되는 셈이다.



 정부도 비상이다. 최악의 경우 제한 송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 홍석우 장관은 “기업체 절전과 열병합발전소의 조기 개통, 공공기관의 비상발전기 가동 등을 총동원해 예비전력 400만㎾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돌아가면서 전기를 끊는 ‘순환 단전’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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