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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제대로 끌어안아야, 다시 살아갈 힘 얻는다

강상중 교수는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됐다. 전후 일본 사회, 동북아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으로 일본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내야 한다. 피상적인 낙관론보다 정직한 비관론을 이야기하는 정치학자 강상중(62) 교수(도쿄대 대학원)가 『살아야 하는 이유』(사계절출판사)를 냈다. 2008년 일본에서 100만 부 넘게 팔린 『고민하는 힘』의 속편이다. 전작은 ‘고민 끝에 얻은 힘이 강하다’는 메시지로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 일본 사회에 격려와 위로를 보냈다.



『살아야 하는 이유』 출간한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 교수
실업·비정규직·자살 … 한국, 일본 점점 닮아가
안이한 낙관론은 범죄

 그가 새 책을 내게 된 것은 지난 4년 사이 참척(慘慽)의 고통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극도의 신경증이란 불치병을 앓던 아들이 세상을 떠났고, 그로부터 몇 달 후 대지진과 원전사고로 2만 명의 일본인이 희생되면서 강 교수는 삶의 의미를 새롭게 고민하게 됐다. 그는 책 서문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못해 번민하는 사람들에게 죽은 아들과 내가 합작한 기도의 말이다”라고 밝혔다. 5일 그를 만났다.



 - 지금 일본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할 만큼 불안한가.



 “전쟁 후 일본인은 경제적인 성공을 통해서 자기 만족감에 차 있었다. 이런 특권의식은 20년 전부터 붕괴되기 시작했다. 경제가 쇠퇴하면서 매년 3만 명에 이르는 자살자가 나오고, 젊은이들의 실업·비정규직 등의 문제가 대두됐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3·11 대지진이란 재앙이 몰아쳤다. 한국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더욱 폐색감이 짙어질 것이다.”



 - 일본의 대표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1867~1916)를 주로 인용했다.



 “100년 전과 지금 현실이 많이 닮았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모든 사람들에게 덮어씌우는 듯한 국권주의가 지배적이고, 정치적 무관심이 팽배한 것도 비슷하다. 당시 소세키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살기 편한 사회가 될까 진지하게 고민한 지식인이다. 현재 한국·중국·일본을 추동하는 힘은 돈과 민족주의다. 이는 매우 비관적이다. 유럽은 또 다른 가치로서 유럽공동체를 제시했다. 하지만 동아시아는 아직 이를 제시하지 못했다. 소세키가 늘 고민했던 지점이다.”



 강 교수는 하지만, 이런 고통의 시간을 통과한 후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강조한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1842~1910)의 ‘거듭나기(twice born)’라는 개념이다. 진정한 삶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 지독한 ‘마음의 병’을 앓고 나서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 비관론을 정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안이한 낙관론은 범죄다. 미래는 밝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성경조차도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다. 저는 커다란 희생과 고통을 맛보았기 때문에 불행과 불안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좋은 미래를 추구하지 말고, 좋은 과거를 축적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2000년에 가장 친했던 재일동포 친구가 말기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도 김대중 대통령의 6·15 남북 정상회담을 보겠다며 위험성 있는 특효약을 시험적으로 먹어보는 도전을 했다. 친구는 ‘최후의 마지막 1초까지도 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몸소 보여주고 떠났다. 인간의 태도라는 것은 정말 최후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이든 존엄이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상중=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난 재일동포 2세. 독일 뉘른베르크대학에서 정치학과 정치사상사를 전공했다. 1972년 첫 한국 방문을 계기로 “나는 해방되었다”라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했다. 『내셔널리즘』 『세계화의 원근법』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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