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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현대차, 국내에선 반성할 게 없을까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현대차는 지난 10월 중국에서 뜻밖의 재미를 봤다. 일본이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는 바람에 중국인들이 일본 차를 외면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보다 판매가 37% 증가한 반면 도요타는 44%나 줄었다. 하지만 이번엔 한 해 100만 대 이상을 파는 미국 시장에서 악재가 터졌다. 연비를 과장한 점을 인정하고 고객에게 보상하기로 한 것이다. 대상은 2011~2013년형 13개 주요 모델을 산 90만 명이고, 보상금액은 8200만 달러(약 900억원)로 보도됐다. 하지만 이건 1년치에 불과하다. 이 차들이 굴러다니는 한 매년 이만큼의 돈이 나갈 판이다. 동양증권은 향후 25년간 보상 규모가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글로벌시대라 한 나라의 사례가 다른 나라에도 쉽게 적용될 수 있다. 당장 캐나다가 그렇다.



 이번 사태는 올 2월 일본 혼다가 유사한 소송에서 패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혼다는 2006년형 시빅 하이브리드의 연비를 부풀렸다는 혐의의 재판에서 져 한 고객에게 11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집단소송에 참가한 약 20만 명에게 혼다가 물어 준 돈은 모두 1억7000만 달러라고 한다. 현대차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연비 하향 조정 권고를 받고 바로 지시를 이행하는 동시에 보상 절차에 들어감으로써 집단소송을 차단하려 애쓰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안 게 있다. 미국에선 이런 사소한 일로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인 연비는 실험실에 도로와 비슷한 여건을 만들어 놓고 측정한다. 그러다 보니 실제 연비는 공인 연비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당연하게 여겼는데 이것도 쟁송거리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동시에 의문도 든다. 미국 차들은 과연 연비를 정직하게 표시할까 하는 것이다. 현대와 혼다가 잘나가는 외국 기업이라는 점도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는 말이다.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소송 천국’ 미국에서 영업하면서 너무 쉽게 생각한 건 아닐까. 최근 2년간 현대차 미국 광고의 핵심 메시지는 40MPG였다. 휘발유 1갤런으로 40마일(L당 17㎞)을 간다는 뜻이다. 이 광고에 대한 의혹은 약 1년 전부터 불거졌다. 마침내 지난 7월 미국 소비자단체인 컨슈머 워치독은 “현대차가 광고하는 40MPG는 고속도로 연비인데도 소비자들에게 일반 도로에서도 이런 연비가 나오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를 줬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는 이 광고를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엑센트·벨로스터와 기아 리오 등 4개 차종에 집중했다.



 워치독이 현대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다른 차 광고에 비해 연비 과장 정도가 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혹시 국내에서 그런 식으로 장사해도 아무 탈이 없었던 게 이런 화를 키운 건 아닐까. 깐깐한 소비자가 좋은 제품, 강한 회사를 만든다고 했는데 너무 관대한 고객 탓에 현대차가 방심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큰 관심거리다. 내수 시장을 80%나 장악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머리를 숙이고 ‘겸손 모드’로 나오는 걸 기대하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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