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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낡은 화장실 외면한 서울교육청의 눈치 행정

천인성
사회부문 기자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의 한 해 예산안은 중요하다. 새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려는지가 담겨 있어서다. 납세자(Tax Payer)인 국민은 그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 그래서 정부나 지자체는 한 해 살림 내역을 언론에 공개한다. 최종 확정 전에 널리 알려 검증받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 초·중·고교 1800여 곳을 책임진 서울시교육청은 정반대 행정을 했다. <본지 11월 5일자 2면 ‘학교 화장실, 40년 넘은 창틀 무상급식에 밀려 못 고친다’>



 서울시의원이 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4일 언론에 제공하기 전까지 교육청은 예산안에 대해 함구했다. 연유를 취재해 보니 실망스러웠다. 서울교육청 이경균 공보관은 5일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사전 심의하기 전에 공개되면 시의회가 반발하는 경우가 있어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초 시의회 예산결산위가 결론을 낼 때쯤 공개하려 했다는 것이다. 예결위는 다음달 10일께 끝나는데, 그때는 새 회계연도(1월 1일)를 3주 앞둔 시점이다. 예산안에 문제가 있어도 시일이 촉박해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솔직한 답변도 나왔다. 이규성 예산정보담당관은 “낡은 화장실 등 학교환경개선시설 예산이 줄어 욕을 먹을 게 뻔한 상황이어서 공개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무상 보육·급식 예산을 늘릴 돈이 없어 화장실과 창틀 등을 고칠 예산을 갖다 막았는데, 이런 사실이 미리 알려지면 비난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는 것이다.



 교육청 살림은 서울 초·중·고생 121만 명과 그들의 학부모에게 정말 중요한 정보다. 그런데 교육청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무상교육 예산을 82%나 늘렸다. 대신 학교시설개선 예산은 43%를 감축했다. 특히 전체 7조원의 예산 중 화장실 개선비는 한 푼도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인 교육청 공무원들조차 화장실 가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한 셈이다.



 비난이 쏟아지자 교육청 공무원들은 안절부절못했다. 이대영(부교육감) 교육감 권한대행은 직원 조회에서 “시설개선을 할 생각이었고 서울시도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복지) 세출이 몇천억원 늘다 보니 도저히 어려웠다. 권한대행이 교육예산을 잘못 건드리면 ‘누구 정책을 거스르는 것이냐’는 말이 나올까 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해가 가는 면도 있기는 했지만 면피용 발언으로 들렸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예산안을 공개하는 것은 누가 교육감이든 바꿀 수 없는 대원칙이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안은 9일 시의회에 제출된다. 시의원들이 학부모 입장에서 수도 서울의 내년도 교육살림을 밀도 있게 심사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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