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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흐드러진 이 국화 보이시나요

문학평론가 김화영이 “우리말 시인 가운데 가장 큰 시인”으로 칭한 미당 서정주의 고향인 전북 고창의 국화밭은 빛났다. 푸른 하늘과 언덕을 가득 채운 국화는 누구의 시심이라도 흔들 만큼 매혹적이었다. 미당문학제에 참가한 시인들이 3일 미당 묘소를 참배한 뒤 내려오고 있다. 오른쪽부터 지난해 미당문학상 수상자 이영광 시인, 올해 수상자 권혁웅 시인, 박형준 시인, 문학평론가 김춘식·윤재웅씨, 김민서 시인. [고창=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서정주 ‘푸르른 날’)

고창서 ‘미당문학제’
“선생님 시는 신 내린 듯
구절구절 절규이며 고백”
백일장 찾은 후배들 헌사



 한국 현대시의 최고 봉우리인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를 만나러 가는 길.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드는 먼 산 너머로 보이는 바다, 그 위로 햇살이 부서지는 가을날은 미당이 그리울 만큼 눈이 부셨다. 푸르른 하늘과 질마재 일대에 만발한 국화꽃은 반갑게 후배 시인을 맞는 미당의 웃음 같았다.



 제12회 미당문학상 수상자인 권혁웅(45) 시인과 지난해 수상자인 이영광(47) 시인 등 후배 시인이 3일 전북 고창의 미당의 묘역을 찾았다. 동국대와 미당시문학관 주최로 3~4일 전국 고창군에서 열린 ‘2012년 미당문학제’에 참석한 길이었다.



미당의 친동생 서정태(가운데)옹과 함께 한 권혁웅(오른쪽)·이영광 시인.
 미당을 만나고 돌아선 길, 미당의 생가로 발길을 옮겼다. 생가 옆에는 미당의 동생 우하(又下) 서정태(90)가 기거하는 우하정(又下亭)이 있다. 툇마루에서 바라보면 부모님과 미당 내외의 산소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 집에서 우하가 시인들을 맞았다. 시인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으며 우하는 “형님이 있었으면 반갑다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을 텐데”라고 했다.



 생전 술을 좋아했던 미당과 그에 못지 않게 술을 즐긴 그는 “형님이 내 주량을 따라가지 못했다”며 눙쳤다. 그러며 그는 “살면서 그럴 데가 있쟎아. 고향에 가기도 친구를 찾기도 어려울 때 말이야. 만만한 곳이 없고, 마땅히 갈 곳 없으면 여기로 와. 내가 술 받아줄게”라며 시인들의 고향을 자처했다.



 이영광 시인이 “미당 선생의 시를 보면 신 내린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시를 쓸 때 다 그렇지는 않아도 한 구절쯤은 귀신 씌어야 쓰잖아”라며 슬쩍 자신의 시 한 구절을 읊었다. “그 구절도 귀신이 씌어서 나온 것”이라며 함박 웃었다.



 신이 내린 듯한 시를 남긴 미당은 뒤따르는 시인에게는 큰 산이다. 닿기에 너무 멀고 높지만 따르고 싶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권혁웅 시인은 “미당 선생님의 시는 구절구절 절규였고, 고백이었고 때로는 다정한 말씀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밤 열린 ‘미당 시인학교’는 예비 시인을 위한, 미래를 기약하는 자리였다.



 올해 수상자인 권혁웅 시인은 “시에 대한 기억은 첫사랑의 기억과 비슷하다”며 “시를 쓰는 게 힘들 때면 우리의 마음속에 누군가의 마음이 처음 입장했을 때의 그 마음, 그 첫사랑의 느낌을 떠올려보라”며 시인 지망생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뒤이어 미당문학상 2005년 수상자인 문태준 시인과 2009년 수상자인 김언 시인, 박형준·조연호 시인 등이 자신의 시를 육성으로 낭송하자 참석한 예비 시인들은 박수로 뜨겁게 화답했다.



 ◆미당백일장=이튿날인 4일 진행된 백일장은 예비 시인들의 무대였다. 자작시 세 편을 보내 예심을 통과한데다 전날 김언·조연호 시인 등의 지도를 받은 이들은 백일장에서 자신의 실력과 기량을 마음껏 겨뤘다. 백일장 장원은 ‘사이-미당 시문학관’에서를 쓴 김수예(47)씨가 차지했다. 이문희·김혜연씨 외 2인이 차상을, 정현석·왕조현씨 외 2인이 차하상을 받았다.



 미당문학제는 국화꽃이 피는 11월 초 전북 고창군 선운리 미당시문학관 일대에서 열리는 행사로 재단법인 미당시문학관과 동국대가 주최하고 미당기념사업회(이사장 홍기삼)와 중앙일보·고창군 등이 후원하는 행사다.



 한편 15일 오후 6시 서울 서소문 오펠리스 라비제홀에서는 2012 미당문학상·황순원문학상 시상식이 열린다. 중앙신인문학상·중앙장편문학상 시상식도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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