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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인제 가옥에 과거사 굴레 씌우지 말라

서울시는 서울시 민속자료 제22호로 등록돼 있는 종로구 가회동의 ‘백인제 가옥’으로 내년 3월까지 시장 공관을 옮기기로 했다. 현재의 종로구 혜화동 공관이 좁고 낡은 데다 서울 성곽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이처럼 오랜 한옥을 시장 공관으로 선택한 서울시의 결정은 칭찬할 만하다. 문화도시 서울의 시장이 한옥을 공관으로 쓰는 것은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좋은 수단이다.



 일부에서 이 가옥이 1913년 친일파 한상룡이 건축해 28년까지 15년간 거주한 것을 문제삼으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을사오적 이완용의 외조카로 금융업자였던 그는 북촌의 한옥 12채를 허물고 압록강 흑송을 가져와 이 집을 지었다고 한다.



 같은 논리대로라면 청와대도 대통령 관저로 써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올 판이다. 조선왕조 시절 경복궁 후원 자리에 27년 일제가 총독관저로 지은 것이 지금의 청와대가 아닌가. 광복과 더불어 미군정 장관의 관저로, 48년 정부 수립 이후에는 대통령 관저로 각각 써왔다. 93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과거 조선총독이 기거했던 구관을 철거했고, 그 뒤 일부 건물을 증설했지만 나머지는 그대로다. 경복궁의 경회루도 일제침략기엔 총독부 고관들의 연회 장소로 사용됐다. 사정이 이러니 현실적으로 따져 서울에 일제와 관련 없는 전통 건축물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처럼 이 한옥을 과거 친일파가 건축했다고 해서 시장 공관으로 부적절하다는 일부의 주장은 설득력도, 실효성도 없다. 게다가 한국 의학 발전에 이바지한 백 선생이 44년부터 6·25전쟁 중 납북될 때까지 이 집에 거주하면서 새로운 역사성을 부여했다. 서울시 민속자료로 지정될 정도로 건축 문화적 가치도 있다. 따라서 100년 된 한옥인 이 가옥을 서울시장 공관으로 쓰는 것은 문제가 없다.



 아쉬운 점은 민간 건축물에까지 과거사의 굴레를 씌우려는 일부의 과민 반응이다. 물론 국권 상실의 치욕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과거사로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보다 당당하게 미래를 개척함으로써 이를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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