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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힘으로 흥행·작품성 일군 충무로의 여걸

영화제작자 심재명(49·명필름 대표·사진)씨의 필모그래피는 고정관념의 파괴, 그 자체다.

전액 무료 영화학교 세우는 심재명 명필름 대표

여중생 때 봤던 영화에 감동해 영화인의 길을 선택한 그가 1990년대 영화계의 ‘무서운 아이들’에서 충무로의 실력자로 성장한 건 단지 흥행작이 많아서가 아니다. 다들 안 된다고 하는 데서 가능성을 찾는 역발상과 가치 있는 작품에 대한 고집이 그를 일류 영화제작자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시류에 타협해 대충 돈 되는 영화를 만드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그의 근성이 빛을 발한 최근의 예는 ‘건축학 개론’이다. 그는 투자자를 찾지 못해 10년간 충무로를 전전하던 ‘건축학 개론’ 시나리오의 가치를 단박에 알아봤다. 그리고 세상에 끄집어내 대중과 호흡하게 했다. 영화는 흥행은 물론이고, 90년대 복고 신드롬까지 일으켰다.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의 흥행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간파한 그의 선구안 덕분이다.

다들 안 되는 이유를 열거할 때 이면에 감춰진 가치를 끄집어내는 그의 ‘청개구리’ 근성은 첫 작품 ‘코르셋’(96)부터 시작됐다. 이 영화는 그가 남편 이은(51·명필름 공동대표)씨와 함께 92년 명기획(명필름의 전신)을 설립한 뒤 내놓은 첫 작품이다.
다이어트 붐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90년대 중반, ‘뚱뚱한 게 죄인가요’라고 절규하는 처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영화를 흥행시켰다. ‘뚱뚱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다이어트 신드롬에 지쳐 있는 여성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여자는 날씬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통렬한 어퍼컷을 날렸다.

멜로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접속’(97), 남북 분단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공동경비구역 JSA’(2000), 기존 가족영화의 틀을 파괴한 ‘바람난 가족’(2003), 비인기 종목(핸드볼) 선수들의 땀과 눈물에서 진정성을 끌어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등도 당대의 영화 트렌드에서 모두 비켜나 있었다. 하지만 통하지 않을 거라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하고 흥행과 작품성 모두 거머쥐었다. 특히 전직 대통령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건드린 ‘그때 그 사람들’(2005)은 심 대표에게 쓴 보약 같은 영화였다. 유가족 측의 반발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삭제 판정을 받아 영화 일부가 삭제된 채 상영됐다. 당시 그는 자신의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시기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로 꼽는다. 그는 하지만 “제작자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영화의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심 대표는 10월 29일 남편 이 대표와 함께 30억원의 사재를 들이는 ‘명필름 문화재단’의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영화 현장에서 체득한 영화의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소중한 결과물인 셈이다. 특히 파주출판도시에 ‘명필름 영화학교’(2015년 개교)를 세워 재능 있는 영화인을 양성한다는 계획은 야심차다. 재능은 있지만 당장 충무로에 진출할 수 없는 인재를 해마다 10명씩 뽑아 2년간 실무 위주로 무상교육시킨 뒤 영화계에 배출한다는 목표다. 심 대표는 “학생들의 작품은 명필름의 다른 영화들처럼 개봉할 계획”이라며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통해 기존 영화계에 자극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영화학교를 통해 얼마나 많은 ‘청개구리’ 인재들을 쏟아낼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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