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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오바마가 고전하는 진짜 이유

박승희
워싱턴총국장
1862년 여름 링컨은 뉴잉글랜드에서 온 압력단체 대표들을 만났다. 그들의 요구를 다 듣고 난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몇 년 전 블롱댕(프랑스의 줄타기 곡예사)이 나이애가라 폭포를 가로질러 밧줄을 걸고 그 위를 건넌 걸 기억하는가.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이 위대한 나라가 지금까지 이뤄낸 물질적 가치, 번영,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지니고 블롱댕이 장대로 균형을 잡아가며 저 무서운 폭포를 건넌다고 상상해보라. 맞은편에서 당신들은 ‘블롱댕, 오른쪽으로’ ‘블롱댕 왼쪽으로’라고 소리치겠는가, 아니면 말없이 숨죽이며 그가 무사히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는가.”



 조용히 일어선 대표단은 모자를 집어 든 뒤 링컨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11월 첫 주 표지에 링컨을 등장시켰다. ‘링컨이라면 어떻게 할까’가 제목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고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주연한 영화 ‘링컨’이 11월 9일 개봉하는 데 때맞춰 미국인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을 재조명하기 위함이다.



 링컨은 종종 자신의 말을 거역하는 연방군 사령관 조지 매클레런에게 “나는 소수파 대통령”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자신을 소수파라 칭한 링컨은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합과 포용의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자신을 ‘긴 팔을 가진 고릴라’라고 경멸한 에드윈 스탠턴을 전쟁부장관에 임명했고, 대선에서 경쟁한 윌리엄 시워드를 국무장관에 임명했다. 경선에서 진 뒤 자신을 모욕해온 새먼 체이스에겐 재무장관직을, 자신을 무능하다고 한 원로 정치인 에드워드 베이츠에겐 법무장관직을 맡겼다.



 타임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누가 미국의 4년을 맡든 1862년의 링컨에게 배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타임의 진단은 정확하다. 미국 정치는 지금 위기다. 워싱턴포스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둘로 나뉘어 있다. 백인 유권자의 60%가 롬니를 지지하고, 비백인 유권자의 79%는 오바마를 지지한다. ‘인종 갈등’이란 표현이 신문과 방송에서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소득층은 롬니, 저소득층은 오바마 지지로 갈라져 있다. 여기에 세대 갈등도 있다. 그래서 미국 정치는 11월 6일 이후가 더 위험하다. 연말까지 재정적자 해소 방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은 꼼짝 않고 있다.



 민주·공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스윙 스테이트 버지니아에 사는 탓에 붉은색(공화당)과 파란색(민주당)으로 갈린 현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원이 넓은 백인이 사는 집엔 어김없이 ‘롬니’ 팻말이 꽂혀 있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시작하는 대통령은 누구나 포용의 마음을 갖는다. 4년 전 오바마도, 10년 전 노무현도 링컨을 닮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끝까지 실천하진 못했다. 분명한 건 4년이 지난 지금 오바마가 재선 가도에서 이토록 고생하는 건 마음속에서 링컨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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