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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북어국에서 커피까지 철학으로 요리하기

식탁 위의 철학

신승철 지음, 동녘

265쪽, 1만5000원




일상을 다룬 철학책이 인기다. 그런데 인스턴트 커피에서 이탈리아 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의 ‘내부 식민지’ 개념을 떠올린다면 어떨까. 프랑스 생태주의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를 전공한 이 책의 지은이가 바로 그런 흔치 않은 시도를 했다.



 “혼탁한 인생 길/맑고 밝기//허망한 욕심의 거품/거품들을//걷어내고/걷어내고/또 걷어내야 되는 이치//북어국 속에 있다”(‘북어국’ 일부)



 이렇게 이영철 시인의 작품을 인용하며 시작한 북어국 이야기는 북어에 알코올 해독을 돕는 아미노산인 알라닌·아스파트산·글루탐산·글리신 등이 풍부하다든가,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지』란 농촌경제정책서에 처음으로 북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는 등 제법 맛깔스런 내용이 깔린다.



 그러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위궤양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이는 ‘무의식의 위’라는 낯선 개념을 끌어들인다. 스피노자가 정신의 외부에 또 하나의 사유방식 곧 무의식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고 이를 학문적으로 접근하여 체계화한 이가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라는 설명과 함께다.



 그리고는 “‘가족생활의 내밀한 무의식’으로 한정했던 프로이트의 무의식 개념을 사회적· 역사적 무의식, 그리고 모든 장소와 기계장치에 서식하는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바꾼” 가타리의 철학세계를 소개로 마무리한다.



 인스턴트 커피에 담긴 철학적 의미는 자못 심각하다. 제3세계라는 가시적인 식민지는 해방되었지만 이제 우리 사회 내부에 식민적 속성을 갖는 ‘내부 식민지’의 상징으로 커피를 음미하기 때문이다. 네그리에 따르면 내부 식민지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부드러운 예속’이 전반화 된단다.



 지은이는 여기서 1980년대 노동감옥이 된 공장, 2000년대 정신감옥이 된 학교, 여기서 지배질서가 권장하는 맛, 취향, 기호가 인스턴트 커피였다고 지적한다. ‘더 오래 일하기’ ‘더 많이 공부하기’ 위한 수단으로 달콤하지만 획일화된 인스턴트 커피가 장려됐다는 설명이다.



  색다른 철학 안내서인 이 책은 흥미롭긴 하지만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철학세계에 치우쳐 있기에 이에 관한 기본 소양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런 배경지식을 갖췄다면 이 같은 ‘요리방식’이 필요 없지 않을까.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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