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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사막을 걸었다. 설원을 넘었다, 잃었던 나를 만났다

11월의 주제 행복, 나의 선택 행복, 누구나 소망하지만 실제로 이를 느끼고 사는 사람은 적습니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 달의 책’ 11월 주제는 ‘행복, 나의 선택’입니다. 나이도, 국적도 다른 세 저자가 자신의 체험을 들려주며 행복은 결단이요, 실천이라고 말합니다. 2012년도 벌써 11월, 한 해를 돌아보기에 길라잡이가 되는 책입니다.



와일드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나무의 철학

552쪽, 1만4800원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하이킹 마니아라면 누구나 생애 한 번쯤은 종주해 보고픈 ‘악마의 코스’다.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미국 서해안을 종단하는 이 길엔 목숨을 위협하는 장애물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사막·화산·설원을 아우르는 극한의 환경, 야생동물의 습격, 걷는 내내 육체를 괴롭히는 식수 부족까지 악조건을 두루 갖췄다.



 그런데 여기, 스물여섯의 한 여성이 자신의 몸집만한 배낭을 맨 체 홀로 길 위에 서 있다. 사람들은 “여자 혼자 종주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호기심의 눈길을 보낸다. 하지만 여자는 절실했다. 어머니를 암으로 잃고, 남편과 이혼한 후 마약과 섹스의 방탕한 생활을 거듭하던 삶이었다. PCT는 사회적 관계를 끊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탈출구였다.



 『와일드』는 이 여성이 석 달 동안 4285㎞를 걸으며 기록한 고행담이자 참회록이다. PCT는 듣던 대로 쉽게 인간의 발을 허락하지 않았다. 등산화는 금세 만신창이가 됐고, 새 신발을 살 수 없어 외부의 소포를 기다리며 맨발로 산을 넘었다. 씻을 물은커녕 마실 물이 없어 요오드 용액으로 더러운 물을 정화시켜 목을 축였고, 배낭의 무게에 엉덩이엔 흉한 상처가 생겼다.



 하지만 저자는 난공불락의 산 정상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머리 위로는 밝은 달이 떠올랐고 발 아래로는 저 멀리 마을들의 불빛이 반짝거렸다. 침묵은 거대했고 고독감은 엄청난 무게로 내려앉았다. (중략) 이것이 바로 내가 지금 손에 넣은 것이겠지.’(148쪽)



 저자는 트래킹의 고통과 외로움을 처절하게 묘사하면서도 자신을 되찾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섬광처럼 내리꽂는 자기성찰의 한줄기를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길에서 만난 인간군상이다. 이들은 곳곳에 걸린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다른 이가 남긴 이름을 ‘부적’처럼 의지하며 트래킹을 계속해나간다. PCT를 걷게 된 사연은 제 각각이지만, 대자연 앞에선 이내 동지가 된다. 저자는 바라는 것 없이 자신을 돕는 PCT의 친구들로부터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인생처럼 나의 삶도 신비로우면서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고귀한 것이었다(549쪽)’는 것을 깨닫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직접 PCT를 완주한 것 같은 풍만함이 가슴에 차오를 것이다. 저자는 이제 두 아이의 든든한 엄마이자 베스트셀러 논픽션 작가가 됐다.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도 자극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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