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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NIE 다독다독(多讀多讀) 콘서트’ ④ 강원도 원주시 신림중

‘링컨처럼 위대한 인권 변호사가 될 ○○○’ ‘슈바이처보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의사가 될 ○○○’….

강원도 원주시 신림중학교 학생들의 꿈 명찰에 적힌 글귀들이다. 55명의 전교생은 명찰에 롤 모델과 꿈을 구체적으로 적어, 늘 자신의 미래 모습을 가슴에 품은 채 생활하고 있다. 남춘석 교장은 “주변엔 온통 산과 논밭뿐인 산간벽지 작은 학교지만 학생들의 꿈만은 야무지다”고 흐뭇해 했다.

지난 23일, 이들의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조언을 들려줄 반가운 손님들이 방문했다. 시각장애인의 몸으로 세계 4대 극한·사막 마라톤 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송경태(51)씨와 청소년 심리상담가 문경보(46)씨가 그 주인공이다. 중앙일보 ‘열려라 공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마련한 ‘전국 NIE 다독다독(多讀多讀) 콘서트’ 네 번째 무대가 신림중 강당에서 마련됐다.

시각장애인인 송경태(왼쪽) 전주시각장애인도서관 관장이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신림중을 방문해 ‘도전하는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은 “도전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박수를 보냈다. 김경록 기자

어려운 환경에서 일어선 사람들 기사에 자신감 회복

“저는 여러분의 고운 모습을 보지 못하는 1급 시각장애인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송씨가 무대에 오르자, 왁자지껄하던 학생들의 분위기가 일순간 숙연해졌다. 송씨가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도 원래는 여러분처럼 정상적인 시력을 갖고 자유롭게 생활하던 사람이었어요. 군대에서 훈련 중 수류탄 사고를 당해 한순간에 두 눈을 잃었습니다.”

시력을 잃은 뒤 깊은 좌절에 빠져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다시 삶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던 건, 당시 유일한 친구였던 라디오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한 시각장애인 청년이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사연을 듣게 된 것이다. 삶을 포기한 상태였던 송씨는 그 청년의 이야기를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까지 했다고. 며칠 뒤 사연의 주인공이 직접 송씨의 집으로 찾아와 점자책과 흰 지팡이를 선물한 뒤 “너도 할 수 있다”며 격려해줬다.

이날 이후 송씨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자신감을 회복하고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꿈을 이루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를 절망에서 건져내 줬다”고 했다. 그는 “만약 내가 신문을 읽을 수 있었다면, 이런 이야기를 더 빨리, 더 많이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분 중에서도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왜 나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지?’라고 자포자기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나요? 신문을 펼치세요. 여러분보다 더 어렵고 괴로운 환경에서 당당하게 일어선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한 순간, 희망을 얻게 될 겁니다.”

섭씨 50도가 넘는 사막에서 극한의 고통을 견디며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비결도 신문과 책에서 찾았다. “사막 마라톤이라는 혹독한 환경에 놓이면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싸우게 됩니다. 이때 신문과 책에서 읽었던 수많은 이야기가 내 마음과 머릿속에서 나를 응원해 줍니다. ‘나만 겪는 고통이 아니다’ ‘나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말이죠.”

학생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송씨의 강연을 경청했다. 2학년 호문영양은 “앞으로는 어떤 도전을 할 계획이냐”고 물었다. 송씨는 “지구상 3대 극지를 정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극은 이미 다녀왔고, 앞으로 북극과 에베레스트 산맥을 다녀올 작정이다. 거기에 대비해 올 2월에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도 등정했다”고 얘기해 박수를 받았다. 3학년 엄도윤군이 “꿈을 이루는 선생님만의 비결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피와 땀과 눈물은 꿈을 현실로 바꿔주는 세 가지 거름이다”며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어느새 달라진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문경보 소장은 신림중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신문에 나온 다양한 공부 방법 참고해 내 방식 찾아

청소년 진로·심리상담 전문가 문 소장은 진로 탐색에 대한 학생들의 궁금증부터 풀어줬다. 학생들의 고민은 ‘진로 선택의 기준’과 ‘성적에 대한 고민’으로 모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3학년 학생은 “부모님은 나에게 인문계 고교에 진학해 대학에 가라고 하시지만, 집안 형편을 보면 내가 전문계 고교에 가야 할 것 같다”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문 소장은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고 해서,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얘기했다. 설령 집안 사정 때문에 전문계 고교로 진학하더라도,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 진학이 불가능하게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에는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다”며 “뭐든지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는 눈을 뜨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진로를 선택할 때 사용해볼 만한 새로운 기준도 제시했다. “A와 B 가운데 뭐가 더 좋은지를 놓고 저울질하다 보면 답이 안 나온다”며 “A를 선택했을 때 닥칠 수 있는 어려움, B를 택했을 때 겪게 될 고통이 어떤 건지를 정리해본 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1학년 오사랑군이 “내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말하자, 문 소장은 “신문에 나온 다양한 공부 방법을 참고해 보는 게 좋다”고 알려줬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는 “신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하나의 정해진 길을 가야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여러 갈래 길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0분의 강연이 끝나자 학생들은 “정말 감동적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3학년 손민욱군은 “시각장애인의 몸으로 끊임없이 극한의 도전을 하는 송경태 선생님을 보니, 내 속에서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2학년 김민주양은 “도전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 시간이었다”며 눈을 빛냈다. 김양은 “미래를 생각하면 막연히 겁이 날 때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당당하게 극복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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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