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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점검도 단축하며 대정전 막으려 풀가동 … 한국 원전의 딜레마

원전(原電) 확대냐 축소냐. 한국이 ‘원전 딜레마’에 빠졌다. 방아쇠는 경북 경주의 월성 1호기가 당겼다. 29일 밤 고장으로 또 멈춰 서면서다. 지난 1월과 9월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다. 올해 원전 고장은 모두 9건. 셋 중 하나가 월성 1호기에서 나왔다. 월성 1호기는 다음 달 설계수명(30년)이 끝나 연장을 추진 중이다. ‘노후 원전’의 상징적 존재이기도 하다.

 불과 하루 전인 28일엔 경북의 울진 1호기가 멈췄다. 하루가 멀다 하고 탈이 난다. 불안감도 갈수록 커진다. 원전 고장은 주로 변압기·전력제어소자 등에 이상이 생긴 탓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처방은 ‘부품 교체’였다. 한수원은 30일 “국내 원전 한 개당 고장 건수는 2006~2010년 연평균 0.39건에 그친다”고 안전성을 강조했다. 프랑스(3.3건)·미국(0.9건)보다 적다는 것이다.

 문제는 하필이면 꼭 아쉬울 때 집중적으로 사고가 터진다는 거다. 올해 9건의 고장 중 여름철 전력 소비가 급증한 7월 이후 터진 게 8건이다. 정비기간은 짧아졌는데 정전을 피하려 원전을 풀가동하면서 무리가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은희(새누리당) 의원은 “원전마다 계획된 ‘예방 정비’기간이 대폭 줄면서 고장이 잦아졌다”며 “2000년 평균 50일이던 정비기간이 지난해엔 31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부품 교체가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상홍 경주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월성 1호기처럼 문제 많은 원전은 빨리 폐쇄하고 원전에 의존하는 전력정책도 가동률을 줄이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3개 원전의 전면 재점검 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선택은 쉽지 않다. 당장 겨울철 정전 위기가 코앞에 닥쳤다. 내년 1월 한파 때 최대 전력 수요는 8000만㎾로 예상된다. 공급능력은 8200만㎾뿐이다. 월성 1호기 발전용량은 70만㎾다. 이만한 원전 2개가 멈추거나 없어지면 바로 ‘ 정전 사태’다. 지난해 9월 같은 대정전이 또 터지면 11조원 넘는 피해를 본다.

한국은 전력 문제에서 ‘외딴섬’이다. 전기가 모자란다고 유럽처럼 옆 나라에서 꿔 올 수도 없다. 원전은 가장 싼 에너지다. 그래서 정부는 현재 34%인 원전 비중을 2030년 58%로 늘리려 한다. 일본은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 대가는 비쌌다. ‘대외거래용 외환 지갑’이 거덜났다. 올 상반기 무역수지가 45조원 적자로 역대 최악이었다. 화력발전용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각각 26%와 11% 급증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원전을 바라보는 시각은 예전보다 차가워졌다. 대선주자들의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다.

여당 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원전 추가 건설에 ‘조건부 반대’다. 그는 지난 24일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정책 공약에서 “기존 원전은 국민 안전과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철저하게 관리하되 새롭게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탈원전’ 쪽이다. 원전 추가 건설은 물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도 반대다. 문 후보는 지난 27일 본지 인터뷰 서면답변에서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도 안전한 폐로(廢爐) 절차를 밟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도 선관위 정책자료에서 “원전은 폐기 비용 등을 감안하면 결코 싸지 않다”고 했다. 두 후보는 원전의 빈자리를 신재생에너지와 수요 관리로 메우겠다고 했다.

이걸로 모자라는 전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까. 명지대 조성경(에너지공학) 교수는 “올겨울 단전을 각오해야 할 만큼 전력 상황이 안 좋다”며 “이런 상황을 솔직히 국민과 나누고 원전 재정비·폐로 등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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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