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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해소 땐 GDP 2% 감소” “일자리·물가가 먼저”

이헌재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론과 대안 제시가 본격화됐다. 추상적인 담론을 넘어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계열의 한국경제연구원 등이 주최한 토론회를 통해서다.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 경쟁에 대해 기업과 경제학계 일부의 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가장 분명한 전선이 형성된 사안은 순환출자 해소 및 금지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30일 “대기업 순환 출자를 해소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이 2%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가 주최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현황과 발전방향’ 세미나에서다. 오 교수는 “순환출자 해소 비용을 최소로 잡아도 14조6000억원”이라며 “기업이 이 비용을 마련하려면 신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어 일자리 감소 등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국내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험에 노출돼 투자보다 경영권 방어에 힘을 쏟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지수(경영학) 국민대 총장도 “순환출자와 오너 중심 경영은 국내 기업만의 특징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는 “순환출자로 형성된 기업집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소액주주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다중 대표소송이나 소비자 집단소송 등 소액주주와 소비자 권리 보장을 강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경제민주화 총론에 대한 시각도 다양해지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멘토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이날 한국경제연구원 포럼에서 “일자리, 물가안정, 소득분배 등 거시정책을 제대로 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첫째”라고 말했다. 궁극적 지향점(혁신 경제)에선 안 후보와 같은 얘기를 했으나, 경제민주화의 우선순위를 다르게 짚은 것이다. 안 후보는 지난 14일 “경제민주화를 위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것이 재벌 문제”라고 말했다. 25일 국회 세미나에서 이승훈(경제학) 서울대 명예교수는 “재벌 문제는 자유화 때문이 아니라 법치의 실패가 빚은 결과”라며 “지금 필요한 경제민주화는 규제 강화가 아닌 적절한 복지제도가 보완하는 자유화”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대한상의 초청 간담회에서 기업인 앞에 선 안 후보는 “경제민주화는 각각의 경제주체가 자신이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것”이라며 “재벌 개혁은 수단이지 경제민주화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증세 필요성에 대해선 ‘선(先) 세출 조정, 후(後) 증세’론을 제시했다. 그는 “복지국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지만 반발이 심하기 때문에 무조건 증세할 수는 없다”며 “반발이 심한 건 투명하지 않고 조세정의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필요한 사회간접자본 투자 축소, 비과세 감면 재조정을 통한 실효세율 제고 등을 증세 전 조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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