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흰머리 날리는 62세 청년 … 내 노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12년 만에 정규앨범 ‘다시 길 위에서’를 낸 가수 최백호씨. 갈색 셔츠가 예쁘다고 하자 “한 중저가 브랜드에서 세일할 때 1만5000원 주고 샀다”며 웃었다.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976년, 꼭 36년 전이다. 한 청년이 낙엽 지는 가을의 아픈 이별을 노래했다.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지면 서러움이 더해요’라고 읊조렸다. 가수 최백호(62)의 데뷔곡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다.

 이제는 머리에 서릿발이 내린 최백호. 그가 2012년 늦가을에 우리 곁으로 다시 찾아왔다. 12년 만의 정규 앨범 ‘다시 길 위에서’를 들고서다. ‘입영전야’ ‘영일만 친구’ ‘낭만에 대하여’ 등등, 그는 우리의 고단한 일상을 어루만지는 노래로 중장년층의 변함 없는 사랑을 받아왔다.

 새 앨범은 예순을 넘은 그의 또 다른 도전이다. 삶의 구석구석을 읊조리는 묵직한 가사와 깊이 있는 목소리는 그대로인데 사운드가 다채로워졌다. 팝재즈·누에보 탱고·라틴·집시 스윙 등을 적극 끌어 안았다.

 이번 앨범엔 최씨의 데뷔 앨범 수록곡인 ‘뛰어’를 재해석한 곡과 신곡 10곡 등 총 11곡이 담겼다. 재즈가수 말로,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 재즈탱고밴드 ‘라벤타나’ 등 재즈 뮤지션이 대거 참여했다. 말로와 박주원은 작곡에도 참여했다.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한 그는 이번에 곡 작업을 후배들에 넘기고 노래에만 집중했다. 29일 그를 만났다.

 -눈에 띄는 음악적 변화다.

 “지난해 말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느끼던 무렵, 현재의 매니지먼트사 대표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도 있었지만, 새로운 걸 제안 받았다는 자체가 신나고 좋았다.”

 그의 음악적 ‘변화’에 단초를 제공했던 건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씨다. 최씨는 지난해 박씨의 곡 ‘방랑자’에 처음 피쳐링을 하며 새로운 음악 스타일에 도전했다. 지난달엔 자신의 히트곡·올드팝을 재즈풍으로 편곡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예순이 넘어서도 도전을 계속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

 “성격상 가만히 머물러 있질 못한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도 강하고 도전적인 성격이다.”

 건강도 그의 도전을 뒷받침 한다. 축구 마니아로 잘 알려진 그는 29살 때 연예인 축구팀 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축구를 하고 있다. 현재는 미사리 가수들의 축구팀 ‘앵무새’에서 센터포드를 맡고 있다. 담배는 15년 전 끊었고, 술도 줄였다.

재즈 가수 말로(왼쪽)와 기타리스트 박주원.
 새 음반은 전반적으로 기존 7080 포크와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이국적인 느낌까지 든다.

 -기존 ‘최백호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들은 낯설어 할 수도 있다.

 “30년 넘게 나를 쭉 좋아해주신 분들이니 (이 음반도) 좋아하실 것 같다. 하하. 주위 사람들에게도 들려줬더니 ‘한 차원 높아졌다’ ‘완성도가 더 커졌다’고 얘기하더라.”

 그는 “내가 불러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의미 있는 앨범”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타이틀곡 ‘길 위에서’는 뉴에이지 연주곡을 연상케 하는 선율과 인생의 여정을 함축적으로 묘사한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긴 꿈이었을까 저 아득한 세월이/거친 바람 속을 참 오래도 걸었네….’

 그는 “나이를 먹고 은퇴를 앞둔 남자가 다시 길 위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 팬들의 사랑 을 잃게 될까 두렵진 않나.

 “그런 건 없다. 세상일에 무심한 편이다. 젊을 때 힘든 사건을 많이 겪어서 세상일에 충격도 잘 안 받고 뭘 가지겠다 하는 욕심도 없다. 심지어 돈 욕심도 없다. 난 괜찮은데, 와이프가 힘들어했지.”(웃음)

 최백호의 어린 시절은 힘겨웠다. 생후 5개월 만에 아버지를 잃었다. 스무 살 때 어머니마저 병환으로 떠나 보내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산에서 2년간 움막을 지어 살기도 했다. 모두 가수 데뷔 전의 일이다.

 -36년 음악 인생을 돌아보자면.

 “운이 참 좋았다. 일단 가수로서 시작부터 운이 좋아 첫 앨범이 나름대로 히트했다. 세 번째 앨범 이후론 잘 안돼서 30대 때는 많이 힘들었다. 가수를 관둬야 하나 고민도 여러 번 했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도 ‘낭만에 대하여’란 노래를 얻었다. 발표한 지 20년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낭만에 대하여’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씨의 최대 히트곡이다.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은 날,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를 불러젖힌 경험이 없는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얼마나 될까. 그는 “그 노래가 없었다면 이번 앨범도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은인과 같은 노래”라고 즐거워했다.

  최씨는 시종일관 여유가 있었다. 현자(賢者) 비슷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20대 때보다 60대인 지금 훨씬 좋은 노래를 하고 있다”며 노년을 예찬했다.

 “젊었을 땐 감정 이런 거 잘 모르고 막 불렀어요. 쉰 살을 넘기고 나니 ‘아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구나’ 조금씩 알게 됐죠. 노래가 깊어졌다고 할까요. 그러니 20년 뒤엔 지금보다 더 좋은 노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씨는 내년 1월 19~2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새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할 예정이다. 음악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 그에게 다음 목표를 물었다. “더 젊은 친구들과, 더 깊게 음악을 파고 싶습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