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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영업중 술마시다 기절한 직원, 깨보니…"

다국적기업최고경영자협회(KCMC)가 주최한 글로벌인사이트포럼이 30일 열렸다. 왼쪽부터 서영태 퀸테사인베스트먼트 대표, 이영관 한국도레이첨단소재 사장, 문희철 동우화인켐 부회장,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존 워커 한국맥쿼리그룹 회장. [박종근 기자]

30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다국적기업최고경영자협회(KCMC) 글로벌인사이트포럼에서 이행희 한국코닝 대표는 “현재 글로벌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과 같다”고 말했다.

경제전문지 포춘이 매년 발표하고 있는 500대 기업에 과거 160년간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15개뿐이고, 1980년대 경영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톰 피터스의 『초우량 기업을 찾아서』에 소개된 초우량 기업 46개 가운데 생존해 있는 기업은 단지 10% 정도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KCMC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 대표는 “글로벌기업들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 타격과 구조조정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모든 기업의 당면과제인 기업의 생존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성장 경제시대의 지속적 성장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볼 것”이라고 제안했다.

 #철저한 현지화가 성공의 핵심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시장 진출에서 가장 큰 성공요인은 무엇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중국시장에서의 성공 사례를 발표한 이영관 한국도레이첨단소재 사장은 “시장을 보고 진출한 기업은 성공하고 싼 인건비를 보고 간 기업은 다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한국도레이는 1회용 기저귀에 쓰이는 원자재 등을 만든다. 그는 “전 세계에서 매년 태어나는 5600만 명의 신생아 가운데 2600만 명이 인도, 2000만 명은 중국에서 탄생한다”며 “이런 것이 바로 아시아 시장의 위력”이라고 말했다. 종이기저귀 소비량의 경우 2010년엔 중국이 162억 개, 인도가 55억 개였지만 2015년에는 중국 312억 개, 인도 84억 개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이 성숙한 한국과 일본은 합쳐서 연 66억 개 선에서 더 이상 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도레이는 일본 본사가 아니라 한국법인이 중국과 인도네시아 진출을 주도하는 점이 독특하다. 이 사장은 “이 분야에서 원기술을 72년 삼성그룹과 합작해 세운 제일합섬이 개발했고, 한국법인이 계속 흑자를 내온 점을 본사에서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한국 투자법인인 동우화인켐을 이끄는 문희철 부회장은 “투자 초기부터 고객과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기초기술은 스미토모, 제품기술은 동우화인켐이 담당하는 식의 역할분담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동우화인켐이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대표적인 제품인 액정화면(LCD)용 컬러필터의 경우 동우화인켐이 60%를 완성해 납품하면 삼성이 나머지 40%를 자신에 맞춰 완성하는 방식이라 서로 의지하지 않으면 원활한 공급이 어려운 구조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경영방식이 ▶연대책임-권한분산 ▶원칙과 매뉴얼-유연한 대응 ▶느리지만 장기적인 관점-빠르고 단기적이라는 측면에서 대조적이라며 “철저한 사전준비를 중시하는 일본과 일단 진행하면서 수정·개선하는 한국의 장점을 잘 버무린 결과가 한국 시장 진출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업계 최초로 굴착기 10만 대를 판매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성공요인으로 ▶공격적인 시장 진입 ▶현지화 ▶사회공헌활동을 꼽았다. 이 회사 김용성 사장은 “진출 초기부터 ‘중국 기업다운 회사’를 만든다는 각오를 다졌다”며 “땅덩이가 넓은 중국에서 24시간 내 서비스망을 구축하는 등의 현지화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굴착기 한 대를 팔기 위해 고객과 술을 마시다 기절한 직원이 아침에 깨보니 머리맡에 계약서 한 장이 있더라는 일화와 대금을 받으러 간 직원이 사나흘 뒤에야 돌아와 이유를 물으니 “양 200마리를 줘서 팔아서 현금을 만들어 오느라 늦었다”고 하더라는 얘기 등을 소개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의 성공 여부는 현지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칙경영이 지속성장 이끈다

 170년 역사를 지닌 유럽 최대 의료소모품 전문업체 비브라운의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맡고 있는 김해동 사장은 “카메라 시장의 선도자였던 코닥이 무너진 것은 필름 시장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이 없어지는 것을 모두 아는데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임직원만 이를 인정하지 않은 ‘지독한 나태’가 진짜 원인”이라며 “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하는 원칙 중심의 내실경영을 확립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실이 탄탄한 기업에 경제위기는 오히려 반짝 경기만 믿고 과도한 경쟁을 일삼은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경기가 좋으면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가 경기가 나쁘면 군살을 빼는 것을 좋은 경영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 기업이 싸졌을 때 사고 좋은 직원을 뽑아 내실을 다지다가, 경기가 좋으면 몸을 사리는 것이 원칙 중심의 경영이다.”

 신우성 바스프코리아 대표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유자재로 적응하는 것이 바스프 본사가 150년 가까이 화학분야의 선두기업으로 버텨온 기반”이라며 “지금도 79개의 전략 단위를 운영하며 매년 10억 유로 규모의 사업을 사들이고 비전이 없는 분야는 그만큼 팔아버리는 끝없는 변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보너스는 전략단위가 아니라 회사 전체 실적에 따라 회장에서 말단 직원까지 같은 기준으로 받는 ‘하나의 회사’ 정책으로 직원들을 묶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 대표는 “지난해부터 미국의 우량기업들이 해외에서 운영하던 공장을 미국으로 귀환시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100년 이상 갖고 있던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 자리를 중국에 넘겼지만 중국을 키운 주역이 바로 미국”이라며 “2조3000억 달러의 자금을 갖고 있는 미국 제조업체들 가운데 미국에서만 생산하던 인텔이 중국 공장을 설립하고, 보잉이 전 세계에서 생산한 부품으로 비행기를 조립하는 엇갈리는 상황이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어떻게 이어질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KCMC 1990년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경영자들의 친목모임으로 출발했다. 10년 전부터 주한 외교관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경영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 올해부터는 다국적기업의 전략 등을 국내 중소기업인과 예비 경영인들과 공유하기 위해 글로벌인사이트포럼으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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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