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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수비수 없어 내가 죽을 맛이다 … 최강희 축구대표 감독 격정 토로

박주영(左), 이동국(右)
“박주영(27·셀타 비고)은 싫어하고 이동국(33·전북 현대)만 편애한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난 비주류로 살아온 사람이다.”

 “왼쪽 수비수가 없어 죽을 맛이다. (FC 서울 브라질 선수) 아디를 분칠해서 써야 하나.”

 최강희(53) 축구대표팀 감독이 속내를 툭 털어놨다.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다.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반환점을 돌았다. 한국은 4경기를 치른 현재 2승1무1패로 이란에 골득실차(한국 +5, 이란+1)로 앞선 1위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바늘방석에 앉은 심정이다. 지난 17일 이란 원정에서 상대가 한 명 퇴장당했음에도 0-1로 패했다. 최 감독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뻥 축구로 일관했다’ ‘선수 기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최 감독은 “축구는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고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한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할 말은 거침없이 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4경기를 마친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중앙일보와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최 감독은 “남은 4경기는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며 브라질행을 다짐했다. [중앙포토]
 -이란전에서 ‘뻥 축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뻥 축구를 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 선수들에게 계속 측면 돌파를 해서 크로스를 올리라고 주문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이란은 후반에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하면서 정신적으로 강해졌다. 교체 선수에게도, 물 먹으러 나오는 선수를 붙잡고도 측면으로 볼을 전달하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전반에는 우리가 골대를 두 번이나 맞히니까 이란 관중이 조용해졌다. 분위기가 괜찮았는데 후반에 골을 먹고 이란 골키퍼는 일부러 드러눕고… 그때부터 선수들이 ‘멘붕’ 상태가 됐다.”

 -박주영만 믿고 이동국을 선발하지 않은 이유는.

 “동국이가 여름철에 일주일 두 경기씩 치러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다. 배려 차원에서 제외했다. 원래 이란전에 이동국-김신욱(24·울산), 혹은 박주영-김신욱 조합을 생각했다. 이란이 초반에 힘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우리도 맞대응하려고 했다. 기선 제압당하지 않고 힘으로 잘 버텼다. 그리고 후반에 손흥민(20·함부르크)과 이청용(24·볼턴)을 투입해 배후로 빠져들어가는 움직임을 준비했는데… 결국 둘 다 잘 안 됐다.”

 -이동국이 살아나고 있다. 대표팀에서 다시 볼 수 있나.

 “내가 아닌 외국인 감독이 와도 선택할 수 있는 정통 스트라이커는 이동국·박주영·김신욱 3명밖에 없다.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메시(바르셀로나)가 짠 하고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혹시 드로그바(34·상하이 선화)에게 귀화할 의사가 있는지 전화나 해볼까(웃음). 결국 세 명을 가지고 조합을 찾아야 한다.”

 -김보경(23·카디프시티)과 이청용을 빼면 양쪽 날개 자원도 많지 않다.

 “한국에는 서정원·고정운을 비롯해 설기현·이천수 같은 재능 있는 측면 공격수가 많았는데 어느샌가 없어져 버렸다. 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 각 팀마다 스리톱을 모두 장악하니 발전하지 못한다. 이게 대표팀의 문제로 돼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오른쪽 수비수로 왜 차두리(32·뒤셀도르프)는 안 뽑나.

 “차두리는 원래 전문 수비수가 아니다. 공격수를 했고 최근 소속팀에서 공격수로 나서고 있다. 내가 사석에서 한 차범근 감독 관련 이야기 때문에 차두리를 일부러 뽑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최 감독은 1991년 현대 축구단에 부임한 차 감독과의 불화로 92년까지 선수 생활을 한 뒤 은퇴했다). 그나마 오른쪽 수비는 자원이 많다. 그러나 왼쪽은 눈 씻고 찾아도 많지 않다. 박주호(25·FC 바젤), 윤석영(22·전남 드래곤즈), 박원재(28·전북 현대) 정도다.”

 -왼쪽은 이영표(35·밴쿠버)의 빈자리가 여전히 크다.

 “외국인 선수 아디(36·서울)를 분칠해 써야 하나(웃음). 그런데 대표팀 감독이 선수 없다고 불평하면 안 된다. 그러면 당장 주변에서 ‘왜 선수가 없느냐’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활약했던 선수들과 런던올림픽 멤버들을 잘 조화시켜 팀을 만들겠다.”

 -최종예선 반환점을 돌았다. 점수를 매기 면.

 “점수를 매길 수 없다. 축구는 반복 훈련을 통해 팀을 만들어가는 묘미가 있다. 그러나 대표팀은 3~4일 모였다가 끝나면 보따리 싸서 흩어진다. 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도자다. 마음 같아서는 선수들 전원과 면담하고 싶다. 한 번은 마음이 급해 선수 네 명을 앉혀놓고 면담한 적도 있다.”

 -대표팀 감독이라면 다 그렇지 않나.

 “그렇다.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내 지도 스타일상 선수들과 자주 만날 수 없는 게 더 힘들다는 얘기다. 그리고 주변에서 나오는 이야기 때문에 힘들다. 박주영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이동국만 편애한다’고 하고… 난 비주류로 살아왔다. 선수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특정 선수를 미워하고 배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남은 일정에 대한 계획은.

 “4경기 중 3경기가 홈에서 열려 다행이다. 내년 3월 26일 카타르와의 홈 경기(5차전)가 가장 중요하다. 무조건 잡아야 한다. ”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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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