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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외교무대에서 경제력 휘두르는 중국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국제관계학 수업에선 통상 “학생들에게 국가 간 협력을 증진하는 최선의 방법은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자유주의적 시각의 국제관계학자들은 “두 나라 간 교역과 투자가 높은 수준일 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작다”고 설명한다. 교역과 경제적인 결합은 각국을 이성적인 결정으로 이끌며, 전쟁 가능성을 줄이고 평화와 협력에 따른 상호이익을 증가시킨다.

 국제관계학자 중에선 중국의 부상과 관련해 이러한 자유주의적 입장을 옹호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국제 경제 질서에 더욱 많이 빠져들수록, 즉 외부와의 교역이 늘어날수록 중국은 외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같은 지역 내 이웃 국가와의 분쟁을 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언뜻 우아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맞아 보이지만 불행히도 현실에선 전혀 통하지 않는다. 외려 그 반대다. 최근 중국이 한 행동을 살펴보면 자유주의적 경제 원칙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로 북한 문제를 보자. 중국과 한국 간의 교역과 상호 투자는 북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중 상호 교역량은 2446억 달러에 이른다. 같은 기간 북·중 교역량은 56억2000만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한·중 경제 교류 규모가 북·중 간의 50배나 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러한 경제적 현실에도 중국은 평양과의 외교 관계를 한반도 외교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왜? 베이징은 한반도에서 경제보다 전략 문제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국제 관계에서 상식이 된 경제 상호의존 이론이 유독 중국에선 통하지 않는 것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동료인 보니 글레이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력을 오히려 일본·동남아시아·유럽과의 분쟁에서 압력 도구로 이용해 왔다. 2010년 9월 일본 해상보안청은 중·일 간 영토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근처에서 일본 순시선과 충돌한 중국 어선 선장을 체포해 2주 이상 억류했다. 베이징은 이런 조치에 항의하고 자국민 석방을 요구한 것은 물론 희토류의 대일 선적을 중지하기까지 했다. 중국 관리들은 공식적으로는 이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중국 희토류 수출 물량의 60%를 가져가는 세계 최대의 희토류 수입 국가인 일본은 곧바로 위기를 인식하고 손을 들었다. 올해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이 재연될 무렵 중국은 희토류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물론 표면상의 이유로 가격 안정을 내세웠으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이 전례 없이 적은 1만t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동남아에 대해서도 경제력을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봄 남중국해 스카버러섬(황옌다오) 주변 해역의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로 필리핀 군함과 중국 순시선이 해상 대치를 벌였다. 중국은 그 다음 주에 열린 미국·필리핀 군사 훈련에 불만을 표시했다. 2012년 5월 중국은 필리핀산 과일 수입을 봉쇄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필리핀에서 수입한 바나나와 파인애플에서 해충이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사실 바나나는 필리핀에서 교역 규모가 둘째로 큰 농산물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밀검사를 받는 필리핀산 과일이 망고·파파야·코코넛으로 갈수록 늘어나 급기야 거의 모든 필리핀산 농산물로 확대됐다. 이는 베이징이 보내는 보복의 메시지가 분명했으며 이런 조치는 필리핀 경제계가 정부에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요청할 때까지 계속됐다.

 2010년 12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중국의 반체제 활동가 류샤오보(劉曉波)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뽑았다. 이에 경악하고 분노한 중국 정부는 노벨위원회에 재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노벨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수상식을 앞당겨 개최했으며 그 유명한 ‘빈 의자’를 류샤오보를 위해 남겨 뒀다. 중국도 반응했다. 조용히 노르웨이산 연어의 수입을 중지하고 진행 중이던 자유무역 교섭의 중단을 통보했다. 노르웨이는 이전 몇 년간 어류 수출로 재미를 봤으며 특히 어류 수요가 50%나 늘었던 중국에서 상당한 이득을 거두고 있었다. 중국의 수입 중단 조치로 노르웨이산 연어 판매는 62%나 감소했으며 중국은 심지어 전직 노르웨이 총리의 방문 비자 발급도 거부했다.

 이는 경제적인 상호의존 이론이 중국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레이저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목표로 하는 국가를 굴복시켜 그들의 정책을 바꾸게 하기 위해 경제 관계를 직접적으로 이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고 썼다. 중국은 경제적 상호의존 이론이 역으로 적용되는 나라다. 경제적 상호의존을 무기로 삼아 다른 나라에 자국의 뜻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밀접한 교역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 국가에 검역 등에서 필요 이상의 엄격한 잣대를 갖다 댐으로써 원하는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 방식으로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패권을 잡으려면 우선 덕(德)과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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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