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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삶이 팍팍한 시대의 대통령

김정욱
정치국제부문 차장
세상살이가 더욱 팍팍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25년 전 기자가 대학에 들어갈 때보다 지금 대학 들어가기가 훨씬 어렵다. 19년 전 기자가 취직했을 때보다 지금 취직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과연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까’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청춘들이 위로와 격려가 담긴 책들에서 위안을 찾는 현상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고된 삶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2010년 미국 고졸자들의 소득은 40년 전의 그것보다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으려 하고 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유력 주자 3인은 모두 자기가 이 시대의 소임을 담당할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투표장 가는 날이 50일도 남지 않았다. 후보들의 공약도 윤곽은 얼추 다 나왔다. 이제 누구의 말이 믿을 만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가 됐다.

 공직과 기업 경험을 두루 갖춘 60대 L씨는 누가 대통령에 적합하냐를 판단하는 유권자의 기준으로 ‘실현 가능한 희망’을 꼽았다. 일단 남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후보는 걸러내고, 그 다음 희망 중에서도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곧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희망을 심어주는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L씨는 차기 대통령과 차기 정부가 국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도전에 처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누가 되든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민 앞에 서서 ‘솔직히 제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임기 5년 동안 청년 실업이나 양극화 문제 등을 온전하게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주어진 인적·물적 자원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물줄기를 해결의 방향으로 돌려놓겠습니다’라고 말하는 후보를요. 저는 그 사람을 찍을 겁니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가면 후보들이 내건 10대 공약을 살펴볼 수 있다.

 20대 대학생 K씨는 자신과 우리 사회에 ‘공적(公的) 의무감’을 되살려주는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지난 6월 연세대 강연에서 소개했던 스위스 사례를 언급했다. 모두가 원하지 않는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문제가 스위스에서 불거졌다. 산악지대에 있는 한 작은 마을이 가장 안전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주민들에게 “당신 마을이 가장 안전한 핵폐기장이라고 결정한다면 받아들이겠느냐”고 물었다. 51%가 그러겠다고 했다. 다시 다른 조건의 질문을 던졌다. “핵폐기장을 여러분의 마을에 유치하고 주민 1인당 매년 6000유로(약 850만원)의 금전적 보상을 해주면 받아들이겠느냐”고 했다. 제안을 받겠다는 주민은 25%로 떨어졌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졌던 주민들이 자신의 뜻과 달리 돈 거래로 전락해버린 데 대한 실망감으로 돌아서버린 것이다. K씨는 말했다. “후보들이 모두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 것도 어려운 시대에 고통을 분담하자는 뜻 아닌가요? 함께 고통을 나누자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후보를 찍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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