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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정권교체 안 되면 프로방스로 떠나겠다는 소설가 황석영씨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제가 프로방스에 처음 간 것은 30대 초반 때였습니다. 벌써 20여 년 전입니다. 남쪽에는 지중해, 동쪽에는 알프스 산맥이 있고, 서쪽으로는 론강이 굽이굽이 흐릅니다. 프랑스에서도 기후와 풍광이 좋기로 소문난 곳입니다. 오랑주에서 아비뇽, 아를르에서 엑상프로방스, 칸에서 니스를 자동차로 여행하면서 신(神)의 축복을 받은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프랑스 땅인 갈리아를 정복한 로마 제국이 알프스 너머에 개척한 첫 식민지가 프로방스입니다. 라틴어로 ‘로마의 지방’을 뜻하는 ‘프로빈키아 로마나(Provincia Romana)’에서 프로방스란 말이 유래했습니다. 지금도 곳곳에 원형 극장과 경기장, 수도교, 광장 등 로마 시대 유적이 남아 있습니다.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이번에 정권교체가 안 되면 프로방스에 가서 가정식 백반집이나 하며 늙어가겠다”고 선언해 화제입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프로방스에 가 음식점이나 하며 여생을 보내겠다는 겁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프로방스 마을’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프로방스? 그래서 기자의 ‘특권’을 잠시 이용했습니다.

 “그 정도로 정권교체를 절실하게 바란다는 뜻으로 반(半)농담 삼아 한 얘기”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내 나이가 벌써 칠십이오. 지내놓고 보니 10년 금방 갑디다. 곧 팔십이 될 텐데 말년이라도 재미있어야 할 것 아니오?” 정권교체가 안 되면 왜 말년이 재미가 없다는 뜻일까요. “젊어서 하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서 그래요. 유신 때 내 담당만 셋이었소. 중앙정보부에서 한 명, 보안사에서 한 명, 경찰 정보과에서 한 명, 이렇게 세 명이 늘 나를 따라다녔소. 그 기억이 아주 안 좋아요. 딸이니까 그 정도야 아닐 수 있겠지만…. 아무튼 기억이 너무 안 좋소.”

 이런저런 기회에 그는 프로방스에 여러 번 갔었다고 합니다. 아를르에서 한 달간 머문 적도 있다고 합니다. “햇빛 좋고, 음식 맛있고, 다른 사람 신경 쓸 필요 없어서 좋았다”고 그는 말합니다. 외국인이 편안하게 말년을 보내기 딱 좋은 곳 같더라는 겁니다.

 실제로 빈센트 반 고흐에서 F 스콧 피츠제럴드, 파블로 피카소에서 서머싯 몸까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각국의 많은 문인과 예술가가 프로방스에 머물며 창작 활동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당을 차려 정착했다는 문인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의 부인이 걱정돼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정식 백반집이라는 게 한식집을 말하는 건가요?

 “왜 밥집 있지 않소. 밥집이라고 하기 뭐해서 그렇게 말한 것뿐인데…아니 뭐 이런 것 갖고 기사 쓰려고 하는 거요?” 농담과 진담을 구별 못하는 것은 저의 치명적 약점입니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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