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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시뮬라크르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때로 존재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것을 ‘시뮬라크르(simulacre)’라고 합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들리야르가 주창한 개념이죠.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현실의 모사나 이미지, 즉 시뮬라크르들이 실재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라는 의미죠. 상상하는 것이 현실이 되는 세상, 상상이 곧 현실인 ‘이미지 홍수 시대’입니다.

고은 시인은 이런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경고합니다. “상상이 저속화·시장화되고 있다”고 말이죠. 31일 열리는 제7회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을 앞두고 미리 배포한 기조강연문을 통해서입니다. 그는 “인간의 삶과 일상의 4분의 3 이상이 상상이나 비현실적인 것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이미지의 문화적 우월성을 보여주는 축복인 동시에 이미지의 재앙이라는 어둠도 커져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이미지의 폭력화, 상상이 시장의 도구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 정신의 상실을 목격하게 된다는 것이죠.

요즘 선거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누구는 어떻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들 광분하고 있는 요즘, 과연 진짜 모습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는 걸까요.
찾다 찾다 지쳐 하루 종일 스마트폰 액정화면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파란 하늘일지도 모릅니다. 하늘 한번 보세요. 가을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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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