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레일바이크로 지역 발전” vs “새들의 천국 훼손 위험”

26일 오후 왕송호수 기슭에 흰뺨검둥오리들이 모여 있다. 맞은편에 보이는 조류생태과학관 근처에서 출발하는 레일바이크는 호수를 한 바퀴 도는 5.3㎞의 궤도로 운영할 예정이다. 조용철 기자
26일 저녁 무렵, 맑은 가을하늘 서편을 물들이는 노을 속으로 한 무리의 흰뺨검둥오리와 기러기 떼가 날아올랐다. 저수지 수면과 기슭 갈대밭에서도 청둥오리, 왜가리, 백로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정적인 이 풍경은 의외로 대도시 가까이 있다. 경기도 의왕시 초평동. 경부선 의왕역을 나서면 바로 펼쳐지는 왕송저수지(호수)가 현장이다. 최근 이곳에서 개발·보존 논쟁이 한창이다. 의왕시가 192억원을 들여 왕송호수를 순환하는 5.3㎞ 길이의 레일바이크 건설을 추진하자,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수려한 환경을 즐기려는 목적으로 대규모 레저시설을 만들자는 의견과, 그러면 환경 자체가 망가진다는 의견이 충돌한다.

“레일바이크 사업으로 새들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110억원 넘게 들인 조류생태과학관 시설도 무용지물이 되지 않겠습니까.” 안명균 위원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의왕 레일바이크 설치반대 시민연대’의 핵심단체인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26일 의왕시 월암동에 자리 잡은 의왕 조류생태과학관에서 안 위원장을 만났다. 조류생태과학관은 국비 등 113억원을 들여 올해 4월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에 탐조대와 전시 시설을 갖췄다.

역시 레일바이크 건설반대 측인 의왕시민모임 이현정 대표는 “레일바이크는 잘돼도, 잘 안 돼도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사업이 제대로 안 되면 그 자체가 예산 낭비다. 거꾸로 사업이 잘되려면 연간 100만 명 가까운 사람이 찾아야 하는데 이것도 문제다. 혼잡·소음의 영향으로 새들이 사라지면 조류생태과학관은 물론 레일바이크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말한다.
 
수도권 최대 내륙 철새도래 습지
왕송호수는 1948년 수원평야에 농업용수를 대기 위한 저수지로 만들어졌다. 세월이 흘러 저수지 역할은 줄었지만, 대신 새들의 천국이 됐다. 현재 왕송호수에서 관측되는 조류는 148종. 텃새 32종, 여름철새 44종, 겨울철새 45종, 나그네새 27종이다. 흰뺨검둥오리·물닭이 많고(우점종),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황조롱이도 관측된다. 해안이 아닌 내륙 철새도래 습지로는 수도권 최대 규모다. 2006년 경기도가 이 지역을 자연생태공원으로 지정하려던 이유다. 이 계획은 이중규제라는 호수 서쪽 초평동 주민들의 반발로, 규제 정도가 낮은 도시 공원으로 바뀌었다. 호수 동쪽에 자연학습공원과 조류생태과학관이 차례로 들어선 것은 그 결과물이다.

의왕시가 계획 중인 레일바이크 노선도(빨간색 선). 당초에는 호수를 가로질러 전망대와 자연학습공원을 연결하는 노선이었으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반대로 호수 순환코스가 됐다. 의왕시는 민자를 포함한 192억원을 들여 레일바이크를 만들면 연간 최대 100만 명까지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의왕시청]
상황은 2010년 급변했다. 신임 김성제 의왕시장이 ‘레일바이크’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다. 최종 계획에 따르면 민간 자본을 포함한 사업 추진비 192억원을 들여, 연간 80만~100만 명의 관광객이 오면 9년 이내에 수익이 난다는 것이다. 의왕시 관계자는 “레일바이크는 정선·삼척 등 전국에 성공사례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이라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의왕시는 이 사업의 비용편익(BC) 분석치가 1.2로 기준(1.0)을 넘어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왕송호수 일부는 수원시 소유다. 온전한 사업을 위해 의왕시는 수원시로부터 해당 부지를 받고, 대신 과천~의왕 고속도로 건설로 조각난 의왕시 땅을 수원시에 넘기는 경계조정 협의를 마쳤다. 절차가 마무리되고 레일바이크를 포함한 철도특구 사업이 지식경제부의 지정을 받으면 의왕시는 내년 초에 착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들은 레일바이크를 뺀 철도특구 지정을 먼저 하고, 레일바이크를 포함한 호수 일대 개발사업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주장이다.
 
“개발되면 그린벨트 풀리고 땅값 뛸 것”
관심은 레일바이크 설치 이후 새들이 다시 찾아올 것이냐로 모아진다.
의왕시 용역을 받은 조삼래(한국조류학회장) 공주대 교수팀은 2011년 11월에 낸 보고서에서 ‘필요한 조류 보존대책을 마련한다면 조류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의왕시는 이 보고서를 사업 추진의 강력한 근거로 삼는다. 보고서는 조류 보존대책으로 ▶호수 수변과 레일바이크를 최대한 떨어뜨리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구간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장대레일 등으로 소음을 줄일 것 등을 제시했다.

동서조류연구소 이정우 소장도 ‘충분한 연구와 시설 도입’이 전제되면 가능하다고 봤다. 이 소장은 “다만 새들의 종류에 따라 무인 생태섬이나 갈대, 높은 수목 등 조건을 만들어주고 사람과 차츰 친해지게 시간을 갖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왕시 정책홍보팀 관계자는 “당초 호수를 가로지르려던 것을 순환형으로 바꾸고, 조류 친화적인 식물을 심는 등 친환경적으로 계획을 세웠다”며 “일부 환경단체는 주민 다수가 찬성하는 이 계획을 무조건 반대한다”고 비난했다.

반면에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은 회의적이다. 조류학자인 박 소장은 “공사기간의 소음과 그 이후 수많은 사람이 왔을 때 고니·기러기 등 철새가 과연 안심하고 휴식을 위해 기착할 것이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도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하라는 입장이다.

환경단체들의 반대와 달리 의왕시가 레일바이크 건설에 의욕을 갖는 것은 그린벨트 밀집지역으로 개발에 목마른 의왕시의 사정이 숨어 있다. 의왕시의회 이동수 의원은 “인근 안양·군포·수원에 비해 주민들의 소외감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자연을 잘 보전해야 하지만 개발이 가능한 곳은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김성제 시장은 이런 개발 욕구에 잘 부응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취임 후 의왕도시공사를 만들었다. 왕송호수 일대 외에도 100만㎡ 규모의 백운지식산업밸리 등 여러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의왕시민 일부는 레일바이크 사업에 기대감을 표시한다. 의왕시 초평동의 한 부동산 업주는 “레일바이크 건설이 시작되면 그린벨트가 풀리고 수년 내에 땅값이 몇 배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대 변병설(도시환경계획학) 교수는 “철저히 보호해야 하는 곳이 있고, 도심 인근에서 사람들에게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한 것”이라며 “개체 수 감소 등 개발의 악영향을 줄이면서 생태와 인간이 공존할 방향을 찾는 게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