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후보가 ‘펀드 세일즈맨’… 캠프 요원들 함께 식사해도 밥값은 각자 계산

지난 1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2012 과학기술 나눔의 마라톤 축제 개회식에 참석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대통령 후보(오른쪽부터).
#장면1. 27일 오후 서울 서교동 홍대 인근 카페 꼼마.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이곳에서 투자자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펀드 세일즈맨’이었다. 대선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22일 출시된 ‘문재인 담쟁이 펀드’의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56시간 만에 3만4799명이 펀드에 참가해 200억원 목표가 달성됐다. 문 후보는 “재벌이나 기업에 빚지지 않고 국민에게만 빚을 지는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면2. 지난 11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충청지역 방문 현장. 한형민 기획팀장을 비롯한 캠프 실무진과 기자 등 40여 명이 안 후보의 청주교대 강연을 앞두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메뉴는 8000원짜리 갈비탕. 서둘러 식사를 마친 이들은 계산대 앞에 일렬로 서서 자신의 갈비탕 값을 계산했다. 식당 주인은 40여 명의 카드를 일일이 받아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위에서 밥을 먹던 사람들이 힐끗힐끗 바라봤다.

#장면3. 1997년부터 대선판을 지켜본 한 새누리당 당직자의 이야기. “2002년 선거 땐 시·도당별로 2000만원 정도씩 보냈고 격전지엔 더 보냈다. 97년엔 더 많이 보낸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번엔 김무성 본부장이 사무처 직원들에게 밥 먹으라고 10만원씩 준 게 전부다. 돈 구경하기 힘들다. 캠프 일부 인사에게 신용카드가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이 자기 돈 쓰며 활동한다.”

인물·조직·자금은 선거 승리를 위한 3대 요소로 꼽힌다. 자금은 다른 두 요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윤활유다. 대선을 50여 일 앞두고 각 후보 캠프는 이런 윤활유를 마련하기 위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하지만 양상은 예전과 사뭇 다르다. ‘펀드 모금’ 방식이 처음 등장했다. 선거에 들어간 비용의 수입·지출 내역은 인터넷에 공개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모두 ‘깨끗한 돈으로만 선거를 치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박 후보 캠프의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불법 선거자금 동원이란 구태를 없애는 게 최우선 소임”이라고 말했다. 문 캠프의 자금담당인 우원식 총무본부장은 “선거 끝난 뒤 감옥 가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역대 어느 대선에서 ‘클린’을 말하지 않은 적이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번엔 진짜”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캠프 ‘2차 펀드도 성공 자신’
‘국민펀드’ 조성엔 문재인 후보가 적극적이다. 문 후보 측은 선거비용을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마련한다. 펀드·국고보조금·후원금이다.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559억7700만원) 가운데 국고보조금(152억원)과 후원금·당 자체 자금을 제외한 400억원가량을 펀드로 모을 계획이다.

우원식 총무본부장은 “1차 펀드 200억원에 이어 2차 펀드를 다음 달에 시작한다. 2차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펀드 참여자에겐 연 3.09%의 이자를 준다. 원금과 이자는 대선이 끝난 뒤 민주당이 국가에서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면 지급한다. 문 후보가 대선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국가는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쓴 비용 전액을 보전한다. 우 본부장은 “펀드로 조성된 자금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후보 등록일 이후에 지출될 예정이고, 15% 이상 득표가 확실해 원금손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공식 선거운동 이전엔 후원금과 당의 자금을 쓴다. 문 후보는 선거활동에 들어가는 비용도 일주일 단위로 공개하고 있다. 문 후보가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6월 18일부터 10월 21일까지 쓴 비용은 7억6000만원이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쓴 비용(7억7565만원)은 제외했다.

무소속이어서 정당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안철수 후보도 조만간 ‘안철수 국민펀드’(가칭)를 모집할 계획이다. 안 후보는 지난달 19일 대선 출마선언 이후 26일 현재까지 서울 공평동의 사무실 운영비, 활동비 등으로 6억원 정도를 썼지만 후원금 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캠프가 지금까지 거둔 후원금은 모두 2억원 수준으로 목표액 28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캠프는 정확한 후원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현재까지 들어간 비용은 대부분 안 후보의 차입금으로 쓰고 있다. 유민영 대변인은 “그동안 후원회가 있다는 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며 “조만간 국민펀드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펀드 모금액과 이자율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지지율이 높은 만큼 후원금 마련이나 펀드 모금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후원금(28억원 목표), 국고보조금(약 160억원)과 대출금으로 선거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출금 비중이 가장 큰데,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대로 갚을 예정이다. 황규필 총무국장은 “지금으로선 대출받아야 할 금액이 300억~4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본다”며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가 확실해 금융권 대출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지만 필요할 경우 황우여 대표 등 당직자가 보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와 같은 국민펀드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선거운동 차원의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당원과 조직에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 부작용을 우려해 소극적이다.
 
송영선 사건이 자금수수 위험성 각인
새누리당은 최근 정당의 대선 후보가 사퇴하면 국고보조금을 반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치자금법 일부 개정안’을 냈다. 대표 발의자인 김영우 의원은 “선거보조금은 제대로 정당정치를 하도록 국가가 경비 일부를 지원해 주는 제도다. 최종 후보도 내지 못하는 정당이 보조금을 챙기는 것은 먹튀 행위”라고 말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가 사퇴할 경우 민주당은 국고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문 후보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선거 연합을 막고, 상대 후보를 표적 삼아 낸 꼼수”라고 강력 비난했다.

‘깨끗한 자금’을 바라보는 시민단체와 정치권, 재계의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세 후보의 이미지가 깨끗하고, 선거환경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선은 돈이 많이 드는 조직동원 선거에서 미디어·인터넷·SNS 선거로 바뀌고 있다. 최근 잇단 선거자금 추문으로 비공식·불법 금품수수의 위험성도 높아졌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은 “야권의 두 후보는 깨끗한 이미지인 데다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비공식적인 자금 마련 자체에 익숙하지 않다”며 “박근혜 후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 후보는 물론 캠프에서도 과거 대선자금 수사, 송영선 전 의원 사건 등으로 비공식적인 선거자금 마련에 대해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돈을 잘못 주고받다간 망신만 당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강원도당 관계자는 “송영선 전 의원의 경우처럼 주는 사람이든 받는 사람이든 녹취를 하고 위치가 추적되니 누가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겠느냐”며 “요즘엔 중앙당에서 내려오는 돈도 전혀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조직동원에 돈이 드는 것인데 이번엔 중앙에서 그런 요구도 거의 없다”며 “당협이 있긴 하지만 지구당이 없어 중앙당에서 지역에 돈을 내려줄 공식 통로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역구민들도 돈을 요구하거나 식사대접을 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 재계 인사는 “탈법적인 자금수수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단체를 통한 정치자금 제공 금지가 상당히 정착됐고,돈을 요구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모두 큰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관계로 은밀히 주고받는 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이나 SNS에 올라 들통나면 끝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한 고위 임원은 “과거엔 대선을 앞두고 주요 기업 총수들이 해외에 나갔는데 이번엔 거의 없다”며 “대선자금 지원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작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송준호 공동대표는 “실제로 끝까지 ‘클린 선거’를 이어가려면 대선자금의 투명한 감시가 시민단체에 의해서도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펀드 모금이나 대출은 선거법을 지키면서 투명하게 돈을 마련하고 선거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