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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정부 지원 ‘날개’…한국 학교는 문패 내릴 위기

사하 공화국에서 동방학을 둘러싸고 한·중·일 삼국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북동대의 본관. 10월인데도 눈까지 내렸다.
사하 공화국의 수도 야쿠츠크. 25일 동장군이 기지개를 켜면서 날씨가 영하 10도로 떨어졌고 눈발도 날렸다. 시내 코로렌코가 42번지에 있는 3층 건물. ‘사하-카레이스카야 슈콜라(한국학교)’다. 1994년부터 한국센터 역할을 해 온 곳이고 내년이면 20주년이다. 그러면 뿌듯해야 할 텐데 학교의 한국어 관계자 분위기는 우울하다. 한국어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엔 한국에서 온 대학생 선생 2~3명과 현지인 2명이 학교 분위기를 잡았지만 지금은 현지 출신 한국어 선생 2명뿐이다. 그중 한 명인 야쿠티아인 김 타마라 선생은 “한국어 인기가 떨어졌어요. 진짜 한국인의 말은 생동감도 있지만 현지인은 아무래도 그만 못하지요. 가르치다 보면 학생 10여 명 가운데 몇 명은 눈을 반짝이며 배우지만 나머지는 그냥 멍해요”라고 안타까워했다.

고학년이 아는 한국어, 사과·바나나…
그런 상황이 지표로 드러난다. 2학년부터 가르치던 한국어를 지금은 5학년에 시작한다. 시간도 줄어 7학년의 한국어 시간은 주당 6시간에서 4시간이 됐다. 교재도 특별한 게 없다. 보통 고학년이 아는 한국어가 사과·바나나·선생님·학교·엄마·아버지 정도라고 한다. 김 선생은 “이름은 한국학교이지만 속은 보통 학교예요. 한국 색이 줄어든 거지요. 전엔 한국 문화도 가르치고 태극기도 있고 태권도도 가르쳤었는데…”라고 한숨을 쉬었다.

야쿠츠크에 있는 오사카성을 닮은 일본타운(사진 위)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시장(사진 아래).
한국어 선생이 줄어든 직접적 원인은 자격과 체류를 엄격하게 규정한 노동법 때문이다. 이전엔 학교 설립자 중 한 명인 한국외국어대 노어과 강덕수 교수가 매년 보내는 3~4명의 대학생이 월급 200~300달러를 받으면서도 1년간 열심히 가르쳤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어려워졌다. 자격도 까다로워졌고 비자를 새로 받으려면 3개월마다 출국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학교가 열의를 가지면 다 해결될 문제인데 그게 없다는 것이다.

거기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도 악재다. 지금까지 거의 4000명의 학생이 한국어 교육을 받았지만 졸업 뒤 한국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한국어 일자리라곤 북동대 한국어학과와 사하-한국학교 정도뿐이고 그외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학생과 학부모의 한국어 관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중국이 치고 들어왔다. 사하-한국학교는 중국 때문에 10년 사이 ‘두 번의 위기’를 겪었다.

야쿠츠크로 중국인이 몰리고 자녀 교육 문제가 등장하자 중국인들은 1999년 한국학교에 눈독을 들였다. 한국학교 간판을 내리고 동양학교로 이름을 바꿔 중국어를 가르치자는 것이었다. 그들은 당시 고려인 교장에게 접근했고 거의 성공했다. 그런데 이를 강 교수가 알고 ‘난리’를 피웠다. 예브게니아 미하일로바 당시 교육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고 청문회가 열리는 소동 끝에 간신히 막아 냈다. 교육부 장관은 고려인 교장을 전출 보냈다. ‘1차 파동’이었다.

새 교장은 열심히 하는 듯했지만 차츰 속내를 드러냈다. 학생들이 한국어에 관심이 없다며 수업시간을 줄였다. 강 교수가 보내는 한국어 선생도 안 받으려 했다. 수년에 걸친 저항은 ‘2차 파동’으로 이어졌다. 교장은 2011년 ‘사하-한국학교’라는 이름을 내리고 ‘35번 학교’로 개명하려 했다. 한국 색을 없애려는 이 ‘음모’를 선생들이 막아 냈다. 파동의 배경엔 늘 중국이 어른거렸다.

한국어 교육에 종사하는 선생이나 교수들은 “중국이 커 가니 중국어가 인기다. 학부모들은 한국학교를 졸업한 자녀를 중국 대학으로 보낸다. 중국 유학이 모스크바보다 싸다”고 말한다. 시내의 중국인 시장에선 거의 모든 소비재를 판다. 소매를 거의 장악한 양상이다.

중국 파도는 러시아 8개 국립대의 하나인 야쿠츠크 시내 북동대의 동양학부 한국어학과에도 닥친다. 한국어과는 2002년 강 교수와 미하일로바 교육부 장관의 뜻이 통해 시작됐다. 당시 중국어ㆍ일본어과는 이미 있었다. 현재 학생 수가 한국어과는 49명, 중국어과는 69명, 일본과는 55명. 한국학과 강사 균네이는 “중국의 상승세가 빠르다”고 했다. 일본어의 인기는 약간 미스터리다. 미하일로바 장관은 “어릴 때 일본 만화영화를 봤기 때문에 익숙해진 것 아닐까”라고 했고 균네이는 “일본은 뭔가 특별한 나라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중국어의 상승, 일본의 탄탄함 뒤에는 제도적인 지원이 있다.

교수진의 경우 한국학과엔 강사 4명이 있다. 최근 한국에서 보낸 교수는 보직을 맡으면서 강의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중국어과ㆍ일본어과는 각각 5명이다. 그런데 가장 중심이 되는 파견교수에 대한 지원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강 교수가 ‘개인적’으로 석사 학위 소지자를 보내면 북동대가 항공요금과 최고 700달러(약 2만 루블)의 월급, 기숙사비를 지원한다. 그런데 중ㆍ일은 다르다.

한국학교 이름 없어질 위기 두 번 겪어
중국은 ‘중국어 국제화’ 차원에서 정부가 보낸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2만 루블, 학교가 2만 루블을 준다. 기숙사도 제공된다. 월급 4만 루블(약 160만원)이면 현지에선 살 만하다. 강 교수는 “하얼빈대도 자기 부담으로 교수를 파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정부 출연재단에서 교수진을 보낸다. 그래서 중국ㆍ일본에서 파견된 교수는 수입이 안정되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오래 머물지만 그렇지 못한 한국 교수는 1년이 되면 돌아오고 뿌리가 약해지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교재도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한국어과는 교재 지원이 없고 교수진이 직접 만든다. 균네이는 “실제 응용할 수 있는 교과서가 없어 교재를 만드는 데 애를 먹는다”고 했다. 학생 개개인도 교재를 확보하지 못해 수업시간에 나눠 줬다가 회수한다. 중국어과는 좀 더 체계적이어서 ‘중국 유학반’을 만들었고 2중 학위도 준다. 일본어과는 2012년 홋카이도 2개 대학과 교류 협정을 맺고 ‘전액 지원 유학생’을 받는다고 한다. 일ㆍ러협회는 야쿠츠크에 지부까지 두면서 일본어과를 측면 지원한다. 균네이는 “이르쿠츠크 한국 총영사관에서 1년에 1500달러를 한국관에 지원하는데 그 돈으로 교재를 구입하거나 교육장비를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야쿠츠크 시내에는 한ㆍ중ㆍ일을 상징하는 세 장소가 있다. 코리아타운으로 통하는 LG 건물, 오사카성을 닮은 일본타운, 소비재를 장악한 중국 시장이다. 중국 시장은 사하 최대 규모이고 일본타운은 한국타운 건물보다 크고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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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