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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서비스는 물론 회사까지 ‘디자인’ 해야죠”

책상 위에 놓인 아이폰을 보면 뒷면의 사과 모양 애플 로고를 보지 않아도 ‘애플스럽다’는 느낌을 받는다. 독일 BMW 승용차는 뒤꽁무니만 봐도 ‘BMW스럽다’고 느낀다. 보기 좋고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이다. 그런 마력이 있기에 값이 좀 비싸도 지갑을 흔쾌히 연다. 애플이나 BMW 브랜드는 뛰어난 기술과 서비스에다 뭔가 명품을 가졌다는 자부심을 고객에게 안겨 준다. ‘디자인경영’을 되뇌는 최고경영자(CEO)가 늘어나는 건 브랜드의 이런 이력 때문이다. 자동차·휴대전화처럼 만져지는 제품 말고 통신과 클라우드(Cloud) 같은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에 도대체 디자인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통신을 모태로 하는 ICT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KT가 이달 중순 독일 ‘2012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는 독일 IF, 미국 IDEA와 함께 세계 3대 산업디자인상이다. 수상작 내용이 통신업체 치곤 파격적이다. 종이박스 재활용 아이디어다. 모뎀·셋톱박스를 포장한 종이박스를 변형해 보기 싫게 널려 있는 전원·통신선을 담는 예쁜 케이블상자로 바꾼 것이다. 차가운 하이테크 이미지의 모뎀도 따뜻한 자연미의 조약돌 모양으로 형상화한 공로로 제품상을 받았다.

모뎀 박스가 예쁜 케이블 상자로
이석채 KT 회장은 이번 수상에 고무돼 디자인경영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척 보면 명품 KT 느낌이 오도록 회사 이미지와 상품에서 친근함·자유분방함을 연상케 하자. ‘올레(ollehe)스러운’ 디자인을 담자”는 것이다. 이런 이 회장의 의중을 현장에서 실현하고 있는 실무책임자를 지난 26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사옥에서 만났다. 영국 런던대 공학도 출신으로, 브리티시텔레콤(BT)에서 27년간 일했고 혁신&기술 부문 수석부사장까지 오른 김일영(56·사진)씨다. 2008년 KT에 영입돼 부사장급인 기업총괄 겸 디자인프로젝트 최고책임자를 맡고 있다.

그를 만난 10층 회의실에선 탁자 위에 KT의 간판 로고 ‘올레(olleh)’가 선명히 찍힌 모뎀·셋톱박스 등 다양한 제품을 올려놓고 몇 사람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한쪽 벽에 비친 스크린에는 ‘KT 디자인 매트릭스 매뉴얼’이라는 회의 자료가 보였다. KT 로고·기업이미지(CI)는 물론 협력사가 공급하는 상품통합이미지(PI)부터 사옥 설계에 이르기까지 통일된 디자인 규격이 담겨 있었다.

KT 광화문 사옥 뒤편에는 2014년 완공 예정인 청진동 신사옥의 건설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는 창문 넘어 공사현장을 가리키며 “디자인경영의 결정판인 신사옥은 1층과 옥상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열린 복합 놀이문화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대한민국을 대표할 명소를 만들려고 이탈리아의 세계적 건축가 렌초 피아노에게 설계를 맡겼다. 그는 “프랑스 문화예술의 메카로 꼽히는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인물로, 열린 공간디자인 철학의 선구자”라고 설명했다.

그와 함께 10층 회의실에서 1층 ‘올레스퀘어’로 내려갔다. 공기업 문화의 폐쇄적 사무실을 열린 고객 공간으로 바꾼 첫 디자인 프로젝트가 올레스퀘어란다. 그곳에서는 젊은 세대는 물론 중장년들까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다뤄 보고 있었다. “올레스퀘어를 준비할 때 회사 보안이나 외부인 통제 문제로 내부 반발이 좀 있었어요. 하지만 개관을 해 보니 그런 갈등을 고객 스스로 해결하더라고요. 이제 서울시민들이 부대끼며 첨단 ICT를 체험하는 열린 공간이 됐어요.”

통신업에서 출발한 KT가 디자인경영에서 얻으려는 건 뭘까. 크게 ▶고객 감동에 힘입은 지속 성장과 ▶통신 융합 기반의 신사업 추진 두 가지다. 디자인경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혁신 성장한 사례는 애플이나 BMW 외에도 많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현대카드가 디자인경영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디자인센터의 전문 인력을 1000명까지 늘렸다. 특히 BMW의 디자인총괄 출신으로 세계 3대 자동차디자이너로 꼽히는 크리스 뱅글에게 생활가전 디자인을 맡겼다. 현대카드는 단색 바탕에 알파벳을 넣은 신용카드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얻었다. 현대자동차가 2001년 인수할 때 업계 꼴찌였던 이 회사가 CI부터 카드까지 디자인을 몽땅 바꿔 2005년 흑자전환 후 지금은 업계 선두권이다.

디자인경영은 한계사업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사다리이기도 하다. 컴퓨터업체였던 애플이 세계적인 휴대전화 및 콘텐트 회사로 환골탈태한 것도 ‘겉은 물론 속도 예뻐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 철학 덕분이라는 평가다. ‘애플’ 하면 믿고 사게 만든 것이다. 김 부사장은 “통신업 한계로 절박한 상황에 빠진 KT로서는 전화 회사가 아닌 모바일 콘텐트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디자인경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디자인경영은 경영 자체도 디자인한다. KT는 새로운 경영비전 디자인을 통해 음성전화의 한계를 벗어 던지려 하고 있다. 특히 비(非)통신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김 부사장이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BT가 그 성공사례다. 60조원에 달하는 부채로 링거를 맞으며 숨을 할딱이던 통신공룡 BT가 2008년부터 기득권인 전화망을 걷어내고 차세대 모바일 인터넷망을 깔았다. 전화회사에서 ICT 기업으로 변신해 올해 1분기(4∼6월)까지 11분기 연속 두 자릿수 주당순이익(EPS)을 이어 왔다. KT도 네트워크의 중심을 전화망에서 모바일 인터넷망으로 돌리고 있다. 그는 “콘텐트 자회사 KT미디어, 위성사업 자회사인 KT샛(SAT)도 연내 설립한다”고 말했다.
“혁신은 고통 욕먹는 게 당연”

KT의 디자인경영 철학은 역발상이다. 사옥 정문에 걸려 있는 회사 로고를 가리킨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올레(olleh) 로고부터 역발상 개념이다. 거꾸로 읽으면 헬로(hello)다. 따뜻하게 인사하자는 취지다. 로고 색도 반대로 바꿨다. 차가운 하이테크 이미지인 파란색에서 감성·정열의 따뜻한 느낌을 주는 빨간색으로 변화를 줬다. 기술보다 사람과 고객에게 다가가겠다는 뜻이다.”

옛 한국통신 하면 연상되는,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전화국. 전국 287개 전화국도 내년부터 확 바뀐단다. “전화국은 고객이 무슨 문제가 있을 때 찾아오는 어두운 공공기관 분위기였다. 내년 초부터 전화국을 ‘기분 좋게 찾아와 즐기는 공간’으로 차례로 바꾼다. 그런 이미지가 결국 영업·경영 실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디자인경영 혁신들이 만만할 리 없다. “바꾸는 데 고통과 불만이 따르더라. KT 소유 부동산을 현물 출자하거나 매각하는 데 대해 내부 이견도 많다. 통신업 환경이 절박한데 저수익 자산을 활용하지 않으면 경영진의 직무유기다. 그 돈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좋은 회사를 사들인다.” 그가 인터뷰를 끝내면서 던진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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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