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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왕보다 더 탐나는 건 생애 첫 우승”

허윤경이 26일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KB 금융 스타챔피언십 2라운드 후 자신감에 찬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민(프리랜서 기자)
어떤 스포츠 종목이든 1인자가 있기 마련이다. 개인 종목인 프로 골프에서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는 우승 횟수와 비례하기도 한다.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신지애(24·미래에셋)는 첫해 3승에 이어 2007년 9승을 거두며 투어를 평정했다. 신지애의 독주는 무서웠다.

KLPGA 상금 랭킹 1위 차지한 허윤경

국내 무대 통산 20승의 금자탑을 쌓으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이러다 보니 2008년 후반 KLPGA 투어 선수들 사이에서는 “신지애가 빨리 해외로 나가면 좋겠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다. 신지애는 그렇게 200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건너갔다.

신지애의 미국행으로 KLPGA 투어의 판도는 크게 변했다. 절대 강자는 사라졌고 1인자와 2인자의 라이벌 경쟁이 펼쳐졌다. 서희경(26·하이트진로)과 유소연(22·한화)은 2009년 각각 5승과 4승을 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를 벌였다. 원톱체제에서 투톱의 경쟁구도는 2010년 들어 또다시 바뀌었다.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8명의 생애 첫 우승자들이 나오면서 절대 강자와 라이벌은 사라졌고 누구나 우승 후보가 됐다.

올 시즌에는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더 굳어졌다. 16개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무려 7명이나 된다. 김자영(21·넵스), 정혜진(25·우리투자증권), 양제윤(20·LIG), 김지현(21·웅진코웨이), 이예정(19·에쓰오일), 정희원(21·핑), 김효주(17·롯데)가 생애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골프계에서는 “과거에는 절대 강자가 투어를 호령했지만 이제는 투어의 수준이 평준화됐다. 누구나 우승 후보가 됐고 우승자를 예상하는 일도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 시즌 3승 거둔 김자영 앞질러
절대 강자가 사라진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허윤경(22·현대스위스)이다. 그는 우승 없이 상금랭킹 1위(3억8149만원)에 올라 호랑이 없는 굴에서 주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반기 9개 대회에서 다섯 번 톱10에 들었고 그중 네 차례나 준우승을 차지하며 차곡차곡 상금을 쌓아 시즌 3승을 거둔 김자영을 앞질렀다.

허윤경은 2010년 투어에 데뷔했지만 올 시즌 하반기 레이스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우승 후보로 꼽히지 못했다. 2010년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김보배(24)에게 연장전 끝에 패했고 지난해에는 허리 부상으로 부진했다. 올해는 지난 8월 말 열린 한국여자오픈 3라운드까지 선두를 2타 차로 쫓다가 마지막 날 80타를 치면서 스스로 무너지는 뒷심 부족에 시달렸다. 허윤경은 “첫 홀 보기를 하면 그 다음 홀에서 욕심내면서 무너졌다. 조급한 마음에 스스로 경기를 망쳤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 9월 초 열린 한화금융 네트워크 클래식 이후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17번 홀까지 유소연과 동타였던 허윤경은 18번 홀(파5) 두 번째 샷을 OB를 내면서 1타 차로 패한 뒤 확 달라졌다. 충격적인 패배가 오히려 약이 됐다고 한다. 허윤경은 “처음엔 (유)소연이에게 지고 나서 속상한 마음에 잠도 못 잤다. ‘이러다 우승을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하지만 한편으로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는 유소연을 상대로 정말 잘 쳤다는 생각을 했다. 많이 배웠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마음을 고쳐먹은 허윤경은 일주일 뒤 열린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에 이어 KDB 대우증권클래식에서 단독 2위를 차지하는 등 9월에 열린 3개 대회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다.

상승세는 10월에도 이어졌다. 허윤경은 10월 중순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윤슬아(26)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또 준우승을 했다. 18번 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2차전 때 잘 맞은 두 번째 샷이 디벗 자국에 들어가는 불운에 또 한번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는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허윤경은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경기는 잘했다.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종라운드 18번 홀에서 어프로치 샷이 홀컵을 맞고 나왔다. 연장 2차전에서는 두 번째 샷이 디벗 자국에 빠졌다. 우승을 하려면 운도 따라 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지만 네 번째 준우승을 하면서 우승에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는 데 의미를 뒀다”고 했다.

늦깎이로 엘리트 코스 두루 거친 노력파
허윤경의 성격은 느긋한 편이다. 골프 입문 과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취미로 골프를 시작한 허윤경은 중학교 1학년에 진학한 뒤에야 본격적인 레슨을 받았다. 고2 때인 2007년 국가대표 상비군, 고 3때인 2008년 국가대표가 됐지만 동갑내기 유소연과 최혜용(22·LIG)에게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2010년 프로가 된 뒤에도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조급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고 한다. 허윤경은 “내가 골프를 시작했을 때 소연이와 혜용이는 이미 아마추어 무대에서 펄펄 날고 있었다. 또래보다 조금 늦게 골프를 시작한 탓에 늘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오르지 못할 나무는 없다고 생각했다. 늦었던 만큼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허윤경은 올 시즌 상금랭킹 1위를 비롯해 평균 버디 1위(3.27개), 대상 부문 3위(209점), 평균 타수 5위(71.88타), 그린적중률 5위(75.23%) 등 각종 기록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지난해 파 세이브율 24위(81.73%)였지만 올해 12위(83.91%)로 위기 관리 능력도 좋아졌다. 특히 하반기에 파 세이브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며 상승세의 밑거름이 됐다. 허윤경은 “골프를 할 때는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다. 지난해까지는 버디도, 보기도 많이 했는데 올해 보기를 줄이는 데 신경 썼더니 성적이 덩달아 좋아졌다”고 했다.

프로 데뷔 3년 만에 생애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허윤경은 “상금왕보다 더 탐나는 건 생애 첫 우승”이라고 했다. 그는 “얼마 전 김미현 언니를 만났는데 LPGA 투어 상금랭킹 4위에 올랐지만 3년9개월 동안 우승을 못하니 아무도 알아 주지 않더라는 얘기에 공감이 갔다”며 “상금왕에 올라도 좋겠지만 우승 없는 프로라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 준우승만 네 번 하며 팬들이 많이 늘었는데 꼭 우승해 멋진 세리머니를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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