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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카·우주선·잠수함… 21세기 ‘밴더빌트 후예’ 답다

작년 7월 영국 국제 항공쇼에 참석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개인 우주선 ‘스페이스십(SS)2’ 창문에서 우주선 모형을 들어 보였다. (오른쪽) SS2가 지난해 4월 미 샌프란시스코만을 건너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
미국 경제사학자들 사이에선 ‘밴더빌트의 후예(Vanderbilt Child)’라는 말이 곧잘 쓰인다.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사치에 빠진 부호들을 일컫는다. 이 말의 뿌리는 19세기 후반 철도 부호인 코닐리어스 밴더빌트(1794~1877년)의 아들과 손자들이었다.

지구촌 억만장자들의 호사 취미

신대륙 미국 졸부의 유럽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이었을까. 밴더빌트 아들·손자들은 유럽식 궁궐 같은 대저택을 뉴욕 맨해튼에 지었다. 밤마다 호화 파티를 열었다. 참석자들 가운데 달러 지폐로 만 시가를 피우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사치는 검소함을 중시하는 청교도 정신이 그나마 남아 있던 당시 미국인들에게 충격이었다.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그 유명한 유한계급론을 쓴 계기가 이들의 행태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세계 셋째 부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애장품인 하와이 전통 악기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다.
밴더빌트의 후예는 시대마다 존재했다. 부를 과시하는 품목이 바뀔 뿐이다. 그렇다면 21세기의 그 후예들은 무엇으로 부호임을 드러내 보일까.

미국 CNBC와 로이터통신, 영국 인디펜던트지 등이 최근 ‘억만장자의 장난감’을 소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우주선 ‘스페이스십(SS)2’였다.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개발한 것이다. 올 6월 말까지 2년 반 동안 4억 달러(약 4400억원)가 투입됐다. 20차례 정도 시험비행이 이뤄졌다.

스페이스십2가 완성되면 100㎞ 정도 상공으로 영국 런던에서 호주 시드니 사이를 20분 정도에 주파한다. 브랜슨은 “20만 달러(약 2억2000만원)의 탑승료를 받고 6분간 우주여행을 하는 관광상품을 팔겠다”며 스페이스십2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인디펜던트는 “상업성이 있을까. 브랜슨의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한 개인적 취미 활동 아니냐”고 혹평했다. 실제 브랜슨은 열기구를 타고 대양을 횡단하는 등 ‘비행’ 환상을 지녔다. 그의 재산은 지난해 말 현재 42억 달러(약 4조6000억원)로 추정된다.

환상을 좇는 또 다른 억만장자를 꼽는다면 “러시아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일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소개했다. 그의 재산은 지난해 말 현재 196억 달러(약 21조5600억원)다. 주로 석유회사 지분 평가액이다.

미 월가의 역사 전문가인 글린 데이비스는 지난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판 밴더빌트 후예가 바로 아브라모비치”라고 평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졸부 콤플렉스가 있는지 런던의 고색창연한 저택을 사들여 갓 축적한 부(富)에 ‘역사’를 덧칠했다. 또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축구구단 첼시를 인수했다.
이런 그가 요즘 가장 즐기는 장난감은 ‘개인 잠수함’이다. 아브라모비치는 영국 파파라치들을 향해 “너희들이 나를 발견하면 잠수함을 주겠다”고 큰소리쳤다. 그가 보유한 잠수함은 한두 척이 아니다. 인디펜던트는 “수천만 달러를 들여 적어도 넉 대를 사들였다”고 최근 보도했다. 유일하게 공개한 잠수함은 2인승이다. 엄밀하게 말해 잠수정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아브라모비치가 호화 요트에 싣고 다니는 가장 작은 잠수함만 공개한 것이다. 그가 러시아 핵잠수함 장교의 꿈을 이루지 못해 개인 잠수함을 보유해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하다”고 전했다.

환상을 좇는 데는 나이가 없다. 미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인 칙필에이(Chick-fil-A)의 설립자 트루엣 캐시는 올해 91세의 억만장자다. 애틀랜타 저택 차고엔 배트맨이 영화 속에서 타고 다닌 특수 제트카가 주차돼 있다.

CNBC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인 그의 마음속엔 수퍼 히어로가 되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다. 이런 그가 배트카를 사는 데 25만 달러(약 2억7000만원)를 투입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미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카지노 뉴프런티어의 주인인 필 러핀은 독특한 자가용 비행기를 갖고 있다. 이른바 ‘날아다니는 카지노’다. 보잉737기를 개인용으로 개조해 카지노 게임기를 다양하게 설치했다. 업무용으로 쓰는 일은 없다. 순전히 러핀 자신과 가족·친구들을 위한 전용 카지노다. 지난해 말 현재 그의 재산은 21억 달러(약 2조3000억원)다. 이 ‘스카이 카지노’에 러핀이 들인 돈은 얼마나 될까. “우선 7000만 달러를 들여 보잉737기를 사들이고 1600만 달러를 들여 럭셔리 침대와 집기, 카지노 게임기를 설치했다”고 CNBC는 전했다.

미 정보기술(IT) 업계의 악동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는 올 6월 하와이 제도 란아이섬을 사들였다. 무인도가 아니다. 넓이가 365㎢에 이르고 주민은 3000명에 달한다. 억만장자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최고급 리조트가 있다. 매입 당시 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거대 호화 요트 등 엄청난 사치를 뽐내는 그가 또 한번 상상을 뛰어넘는 소비를 했다”고 꼬집었다. 엘리슨의 재산은 지난해 말 현재 410억 달러(약 45조1000억원) 정도다.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했을까. 매입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CNBC 등은 5억~6억 달러(약 5500억~650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엘리슨은 지난 4일 “란아이는 개인 휴양지나 파티 장소가 아니다.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연구하는 실험실처럼 활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IT 부호인 폴 앨런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의 거대 요트 옥토퍼스가 “평범해 보일 정도”라고 인디펜던트는 평했다. 하지만 앨런의 요트도 무려 2억 달러(약 2200억원)짜리다. 길이가 126m에 이른다. 건조된 2003년 기준으로 세계 최대 요트였다. 헬기 2대가 동시 착륙할 수 있다.

CNBC는 “앨런의 옥토퍼스 탄생 후 지구촌 거부들이 경쟁적으로 거대 호화 요트를 건조하는 바람에 올 들어서는 개인 요트 중 세계 12위로 내려앉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자산 거품이 심한 시대에 앨런이 부호들의 요트 경쟁에 불을 지핀 셈”이라고 비판했다. 앨런의 재산은 지난해 말 현재 142억 달러(약 15조6200억원)다.

부호라고 다 엄청나고 독특한 사치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재산 460억 달러(약 50조6000억원)의 세계 셋째 부호다. 하지만 그의 장난감은 하와이 기타 우쿨렐레다. 축제를 연상케 하는 연례 주주총회 행사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 역시 몇만 달러짜리 우쿨렐레를 수집하는 호사를 즐기기도 하지만 다른 억만장자들의 수천만~수억 달러짜리 애용품들과 대비된다. 세계 억만장자들의 이런 호사 취미가 널리 알려지면 ‘1% 대 99%’ 월가 점령시위의 불씨에 다시금 기름을 끼얹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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