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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면 사무실 PC 저절로 꺼지는 회사

1996년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유통업체 뉴스킨(Nu Skin)은 첫해에 10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리며 유통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듬해 한국이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뒤 추락했다. 지독한 추락이었다. 매출은 10분의 1 토막이 나고 250여 명이던 직원도 50명으로 구조조정했다. 경쟁업체들은 물론 살아남은 직원들조차 “이 회사가 언제 간판을 내릴까” 수군거리던 98년, 한 경영 컨설턴트가 한국지사에 부사장 직함으로 투입됐다. 35세의 젊은 나이였다. ‘철수는 없다. 한국지사를 살리라’는 본사의 특명과 함께-. 입사 14년이 지난 지금, 그에겐 ‘해결사’라는 호칭이 따라붙는다. 2003년 지사장이 된 유병석(49·사진) 대표가 주인공이다. 뉴스킨 한국지사의 지난해 매출은 3500억원으로 진출국 중 일본에 이어 둘째다. 최근엔 미 ‘스티비(Stevie) 상’이 주관하는 ‘2012 국제비즈니스 대상(IBA)’에서 최고경영자 부문 ‘실버 스티비’ 상을 받았다. 미 유타주 본사 회의를 마치고 막 귀국한 그를 22일 서울 삼성동 한국지사에서 만났다.

유병석 뉴스킨코리아 대표 인터뷰

-회사를 재건하고 빠르게 성장한 비결은 .
“회사의 성장성은 컸는데 외환위기라는 초대형 악재에 밀렸다. 무너진 판매망과 실추된 사기를 되살리면 금세 회생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 안티-에이징(노화 방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한편으로는 어려울 때일수록 ‘직원 행복 경영’을 중시했다. 90년대 후반 회사가 문닫을 수 있다는 불안감과 열패감이 직원들 간에 심했다.”

-어떤 영업전략을 구사했나.
“회사 형편도 어려운데 불법 다단계 판매 회사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제품력으로 맞서자고 하기엔 충격이 컸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사업 분리(division)’ 전략이었다. 당시 미 본사에서 인수한 미 유명 제약회사 ‘파마넥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매장도 따로 만들고 직원과 콜센터도 분리했다.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서서히 뉴스킨을 연결했다. 그 결과 2006년 13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초창기 매출 규모를 회복했다.”

-‘행복 경영’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일과 삶의 균형은 잘나가는 회사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회사가 어렵다고 근로 강도를 높이면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90년대 말 부임 후 근무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정하고 야근을 금지시켰다. 급여도 인상했다. 얼마 전부터는 출근을 오전 10시로 더 늦췄다. 근무시간 이외에는 사무실 책상의 PC가 꺼진다. 업무용 인트라넷 접속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이 밖에 대학원 학비나 동아리·취미 활동 지원을 강화했다. 앞으로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더 줄여 보려 한다.”

-어려우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정상 아닌가.
“다들 긴축을 외칠 때 돈을 더 쓰겠다고 하니 미 본사의 반대가 심했다. 열심히 본사를 설득했다. 더 이상 구조조정을 하면 직원들에게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그 후 14년간 일하면서 직원을 내보낸 적이 없다.”

-한국시장의 특징은 무언가.
“지난해 뉴스킨 글로벌 매출은 17억4000만 달러(약 2조원)인데, 한국시장이 16%를 차지해 둘째다. 구매력 있는 인구가 많고 무엇보다 소통 인프라가 발달했다. 인터넷 강국인 것은 물론이고 기질이 가족 중심적인 데다 혈연·지연 등 각종 인적 네트워크가 활발해 정보가 빨리 퍼진다. 제품이 조금만 시원찮아도 악평이 금세 퍼져 마케팅 리스크도 크다.”

-일본 시장까지 책임지게 됐는데.
“일본은 뉴스킨 진출국 가운데 최대 매출(약 6500억원)을 기록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20여 년 장기불황 탓에 2000년 이후 매출이 감소세다. 미 본사에서 관심과 걱정이 많았고, 많은 사람을 책임자로 보내봤다. 그러다 ‘당신이 해결사 노릇을 잘하는 것 같으니 한국 경험을 살려 일본을 맡아보라’고 해 2010년부터 일본 담당을 겸하고 있다. 다행스레 12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매출이 증가세다.”

-한국식 마케팅의 전도사라는데.
“한국 시장을 복원할 때 경험한 난관들을 토대로 나름대로 경영 표준화 시스템을 만들었다. 가령 글로벌 신제품 출시 때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봤다. 1년6개월의 사전 출시 준비 기간에 하는 ‘뉴스킨 론칭 프로세스’라는 것이 있다. 독립 사업자의 경우 판매역량에 따라 단계를 나눠 트레이닝을 시키고 일반 고객들에게 출시 전 미리 제품을 소개해 피드백을 받아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과정을 거친다. 2010년 출시한 ‘에이지락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제품의 경우 이 프로세스를 도입해 1주일 만에 270억원어치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시스템을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가 자주 전수했다. 사실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 내수 영업도 30% 정도 간여하고 있다.”

-이 회사에 합류한 계기는.
“이곳 식구가 된 98년 당시 미 유타주의 한 중견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84년 설립된 뉴스킨의 본사도 유타 프로보에 있다. 컨설팅 일을 하다가 뉴스킨 경영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나를 잘 본 것 같다. 애초 3년 기약으로 왔는데 오래 다니고 있다(웃음).”

-향후 제품이나 영업 전략은.
“동안(童顔) 만들기 열풍에 부응한 안티-에이징에서 한 걸음 나아가 몸짱 만들기를 위한 보디 안티-에이징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4월 께 보디 홈케어 시스템인 ‘에이지락 바디 트리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제품·영업력을 강화해 2016년 국내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잡았다.”



유병석 서울에서 고교를 나와 미 유타주 브리검영 대학에 유학 후 경영컨설팅 업체 이스트웨스트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98년 뉴스킨코리아 부사장으로 영입돼 2003년 대표가 됐다. 2010년부터 한국·일본을 담당하는 북아시아 지역 사장을 겸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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