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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재 칼럼] 농심의 양심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어 봤다. 농심의 자사 제품이 안전하다는 내용의 신문 광고를.

우선 제목부터 확신에 차 있다. “농심 우동류 제품은 안전하며 안심하고 드셔도 좋습니다.” 이어 “농심 제품은 전 세계 8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벤조피렌과 관련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식약청은 해당 제품 섭취로 인한 벤조피렌 노출량이 조리 육류의 노출량보다 1만6000배 낮은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끼니마다 평생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한 수준입니다”라고 강조한다.

농심의 광고 문구를 보면 이번에 문제가 된 농심의 6개 라면은 인체에 크게 해롭지는 않은 듯하다. 평생을 끼니마다 먹어도 무해한 수준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벤조피렌이 라면 수프에서 검출된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니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번 농심 라면 수프의 발암물질 함유 파동을 보면서 야릇한 생각이 자꾸 든다. 이번 사건은 23일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식약청에서 받은 자료를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식약청이 벤조피렌 함유 사실을 알아챈 시기는 지난 6월이다. 그랬으면 관련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제품을 회수하도록 하는 게 상식일 것이다.

당시 해당 수프 원료를 공급하던 업체 대표는 구속됐다. 반면 식약청은 농심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정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이유는 “㎏당 함량이 최대 4.7ppb로 낮아 안전한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식약청이 침묵하는 사이 이들 제품은 소비자들의 입속으로 쏙쏙 들어갔다. 그러다 국회에서 문제를 삼으니까 뒤늦게 리콜에 들어가는 등 법석을 떨고 있는 것이다. 업체와 식약청 사이 혹시 유착이 있지 않았나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촉각 있는 특수부 검사라면 이 부분을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을까 싶다.

식품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기관이 취할 태도가 이럴 수는 없다. 소량이지만 별걱정 없으니 먹어도 된다는 소리 아닌가. 정부가 소비자인 국민은 안중에 없고 업체를 두둔하는 자세를 취하니까 해당 업체가 의기양양하게 나오는 것 아닐까. 이것도 ‘기업 프렌들리’인가. 벤조피렌 함유 사실이 공개되자 농심은 “평생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광고를 곧바로 내보냈다.

라면은 국민식품이다. 몸에 좋아서 국민식품이 아니다. 오히려 고칼로리에 지방·나트륨(소금) 덩어리다. 요즘은 고가전략 탓에 비싼 라면도 상당히 많이 나왔지만, 비교적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먹는 사람도 취약계층에서부터 어린이·임산부·노인까지 각계각층이 즐겨 찾는 서민식품이다. 그런 식품에서 미량이나마 발암물질이 검출됐는데 “평생 먹어도 좋다”니.

물론 해당 업체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다른 식품을 굽거나 요리할 때 나올 수 있고, 분량도 적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데 괜히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농심은 국내 라면시장의 점유율이 70% 가까이 되는 굴지의 식품업체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판매량도 상당하다. 그런 만큼 최고의 안전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내 가족의 음식을 만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이 터졌을 때 업체 오너가 나와 “미량이지만 저의 불찰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며 용서를 구했어야 맞지 않을까. 오너는 뒤에 숨고 월급사장 명의로 “별 유해성이 없으니 평생 드셔도 좋다”고 해명한 것은 오만하기까지 비쳐진다.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농심이 이런 자세라면 라면뿐 아니라 다른 면류나 스낵에서도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 기회에 식약청 대신 중립적인 기구와 전문가들이 식품 안전 전반을 점검해 보길 촉구한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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