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암스트롱 몰락의 교훈

우리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경쟁을 좋아할까? 많은 이들은 발전을 위해 경쟁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고의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 승진하고 싶어하는 회사원, 불안한 세계 경제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국가들이 그렇다. 현대사회는 경쟁을 찬양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리적으로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초강국 사이에 위치하고, 역사적으로도 독립국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외세의 침입을 막아내야만 했다. 한국의 놀라운 성장 역시 경쟁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경쟁이 좋은 것이라고 여기면서 경쟁 혹은 경쟁승리자들을 우상화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과도한 경쟁에 대해선 재평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면에서 최근 선수 자격이 영구 제명된 ‘사이클링의 제왕’이라고 불렸던 랜스 암스트롱의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것 같다.

암스트롱은 프랑스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사이클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7회나 우승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전 세계인의 우상으로 유수의 세계적 기업의 광고 모델로 출연하며 매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자선단체에 많은 금액을 기부했다. 하지만 현재 이 모든 타이틀이 박탈당하고, 사람들에게 최악의 사기꾼으로 기억되게 됐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암스트롱은 암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운동선수로 추앙받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미국 반도핑기구(USADA)와 국제사이클연맹(UCI)이 그의 도핑 혐의를 입증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암스트롱은 추락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승자가 되고 싶어했던 암스트롱의 욕망이 부메랑이 되어 그 자신에게 돌아온 셈이다. 지난 몇 년간 암스트롱은 수많은 약물 테스트를 운 좋게 통과했었지만, 이젠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공개됐다. 암스트롱은 실제로 존재하기엔 너무 완벽한 사람이었던 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도한 경쟁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기도취가 강하고 정서가 불안하다고 한다. 일종의 노이로제 혹은 공격성이 있는 셈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오로지 이기는 것만이 전부다. 암스트롱의 과도한 경쟁심은 자부심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막이 어떻든, 이 세상에서 영원히 숨길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진리가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다.

여러분은 “암스트롱의 사건이 한국과 무슨 상관이냐”고 물어볼지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암스트롱 역시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많은 어려운 일들을 겪었다. 암스트롱은 암과 투병했고, 한국은 처참한 전쟁을 겪었다. 그러나 암스트롱은 병마를 이겨냈고 최고의 선수로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경쟁을 했다. 대한민국 역시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매우 훌륭한 자산을 갖춘 세계적 경제국가로 성장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문맹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 한때 암스트롱이 그랬던 것처럼 아주 막강해 보인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결국 자만심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여기에서 한번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 봤으면 한다. 우리는 지금 현재 겸손함을 되새기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자만심의 늪에 빠져 훗날 우리에게 좋지 않을 결과를 초래할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주변에도 극한의 경쟁은 만연해 있다. 우리는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어하고 더 큰 자동차를 타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 결국 친구나 친척, 이웃, 동료와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경쟁심이 지나친 건 아닐까. 과도한 경쟁심이 암스트롱을 수렁에 빠뜨린 것처럼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결국 독이 되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더 강한 한국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인 것 같다.



수전 리 맥도널드 미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후 국내 방송사에서 영어 강사·연기자로 활약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 석사과정 수료.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