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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너무 모른다

올 어바웃 러브

벨 훅스 지음, 이영기 옮김

책읽는수요일, 304쪽

1만5000원




요즘 TV에 부부 관계나 부모·자녀 갈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사(私)적 영역으로 여겨졌던 시시콜콜 가정사를 온 국민이 함께 들여다보는 시대다.



 그런데 ‘그 놈의 사랑’이 문제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서로 말과 행동 때문에 마음에 상처 입은 채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아내와 남편, 그리고 아이들이 적잖다. 분위기는 대략 이렇다. 모욕감·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말을 마구 내뱉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애정과 배려, 보살핌도 충분히 준다. 극소수 가정만의 얘기일까.



 이 책을 쓴 미국의 문화비평가 벨 훅스(58·뉴욕시립대 영문과 특별교수)도 그런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에 따르면 ‘따뜻한 보살핌과 잔인한 몰인정이 공존하는 이상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 그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나는 가족으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은 받았지만 사랑은 받지 못했다”고. 돌아보니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다고.



 훅스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사랑에 무지한 채 살아가고 있다. 사랑의 문맹자라는 얘기다. 대중가요에, 영화에, 드라마에 넘치는 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갈망이다. 사람들은 그토록 사랑을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사랑에 대한 믿음을 잃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신간은 사랑을 주제로 한 고급 에세이다. 실연의 상처, 병마와의 싸움 등 개인의 내밀한 경험과 사랑의 본질을 탐구해온 여성학자의 지적 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랑의 정의를 다시 묻고, 정직함·가치·탐욕·공동체·로맨스·우정 등을 주제로 사랑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하나씩 들춰낸다.



 저자는 우리가 사랑을 실천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징후로, 자식에게 애정도 있고, 극진히 보살피는 부모들 중에 사랑을 주는 법, 받는 법도 알지 못하는 부모가 수두룩하다는 점을 꼽는다. 보살핌은 사랑의 전부가 아니라 한 요소일 뿐이며, 거친 말로 아이의 자존감을 건드리는 것은 폭력이라는 것이다. 학대와 사랑을 착각하지 말라는 얘기다.



 또 우리가 사랑을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된 이유로 거짓말이 널리 용인되는 문화를 꼽는다. 사랑의 핵심은 열린 마음과 솔직함인데, 대부분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주의의 영향도 지적했다. 사람보다 물건을 우선시하는 시대, 마음 관련 문제도 물질적 관계처럼 처리하는 데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사랑의 결핍을 핵가족제도의 실패와 연결해 풀이한 대목도 흥미롭다. 그는 “핵가족을 가족(family)와 동일시하는 것은 가족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은 대가족 속에서 공동체의 힘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로맨틱한 사랑에 대해 흔히 쓰는 ‘사랑에 빠졌다’는 식의 표현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사랑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오히려 이 때문에 사랑하는 법 같은 건 배울 필요가 없다고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진정한 사랑은 혁명과 같은 것’이라고 갈파한다. 사랑에는 우리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개선시켜 나가려는 의지가 생긴다는 얘기다.



 뒷부분에 ‘영혼과 영혼과의 연결’ 등 지나치게 영성을 강조한 듯한 대목은 약간 거슬리지만, 밑줄 긋고 싶을 만큼 통찰이 빛나는 문장들이 워낙 많아 그 정도는 용인해주고 싶어진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과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들이 반가워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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