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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30억 마리 비둘기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

도도의 노래

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충호 옮김

김영사, 884쪽, 3만원




1507년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 도착한 포르투갈 선원들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사람은커녕 도무지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발칙한 새 때문이었다. 날개는 퇴화했고 몸은 통통했으며 걸음걸이는 뒤뚱거렸다. 이를 과학자들은 천국이나 다름없는 환경 속에서 벌어진 진화의 역설로 설명한다. 위협이 될 육식동물이 전혀 없고 땅에는 떨어진 과일이 지천인 섬에서 고립돼 수만 년을 살다 보니 이리 됐다는 것이다.



 그 뒤 도착한 네덜란드 선원들은 도도로 불리는 이 새를 줍다시피 손쉽게 사냥했다. 그 결과 이 새는 인간을 만난 지 100년이 되지 않아 희귀종이 됐고 미처 200년을 넘기지 않은 1690년 무렵 영영 사라졌다. 도도는 인간이 멸종을 목격하고 기록한 최초의 종이다. 이 사례는 오늘날 경영학에서 ‘혁신하지 않고 환경에 안주하면 패배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 수시로 인용된다.



도도새. 인간을 만난 지 200년이 안 돼 멸종됐다. [중앙포토]
 이 잔혹한 사연은 이 책의 서곡일 뿐이다. 미국 과학저술가인 지은이는 도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이미 멸종이 됐거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생물의 사연을 추적해 소개한다. 그러면서 멸종의 본질을 탐구한다.



 지은이는 도도의 절멸은 쌍방향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이 이처럼 어떤 종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환경에서라면 인간도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서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도 이미 특정 지역 원주민이 사라지는 재앙을 겪었지 않은가.



 지은이는 한 종의 멸종이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생태계에 연쇄반응을 부른다는 점을 특히 우려한다.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종이 융단의 실타래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 한 종이 멸종해 사라지면 상호 연결고리가 무너져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그의 경고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문제는 인간의 손만 닿으면 멸종이 수시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호주 남쪽 태즈메이니아 섬에 서식하던 주머니늑대는 늑대의 몸집에 캥거루의 주머니를 합친 듯한 독특한 종이다. 숨어 살기 때문에 인간에게 목격되지도, 해를 입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양에게 위협이 될까 봐 목장주들이 20세기 초 대대적인 사냥에 나선 뒤 홀연히 사라졌다. 지금 호주는 혹시 살아남은 주머니늑대가 있을까 봐 대대적으로 찾고 있다. 그 현장을 찾은 지은이는 수색대 활동에 대해 “과학이라기보다 믿음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남겼다. 설혹 한두 마리 남아있다손 치더라도 유전학이나 생태학적으로 불안정해 종을 되살리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사라진 종 찾기의 불편한 진실이다.



 숫자가 많다고 멸종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9세기 중엽까지만 해도 북미 대륙에 30억 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됐던 나그네비둘기는 인간이 상업적인 사냥에 나선 지 수십 년 만인 1914년 멸종됐다. 30억 마리의 멸종. 믿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멸종은 그렇게 순식간에, 철저하게 일어난다. 인간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을 저절로 느끼게 해주는 사례다.



 지은이는 이렇게 멸종과 관련 있는 다양한 변수를 탐구했다. 전세계 구석구석에 다니며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한 장면을 소개한다. 그래서 탐사 저널리즘 기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제 아무리 그럴싸한 주장과 이론보다 이처럼 검증된 사실과 생생한 현장이 더 강한 법이다. 원제 『The Song of the D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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