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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30년 맛집] 잠원동 오복 꼬리곰탕

강남 사람들은 입맛이 까다롭다. 소문난 맛집에서는 줄을 서 기다리지만, 맛이 없다고 판단되면 싸늘하게 돌아선다. 이 지역에서 음식점이 자주 생겨나고, 또 쉽게 없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그렇게 엄격한 곳에서 오랜 세월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맛집이 있다. 중앙일보 강남서초송파&에서는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장수 맛집을 소개한다.



최고급 사골 5시간 씻고 5시간 끓여 깊고 구수한 맛

글=전민희 기자 , 사진=장진영 기자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맛집 비결? 그런 게 어딨어. 그냥 좋은 재료 사다가 정성들여 만들면 되는 거여.” 오복 꼬리곰탕 조성숙(59) 사장과의 첫 전화통화는 간단했다. 그는 기자의 취재요청을 한사코 거절했다. 이유는 “별다른 비결이 없기 때문”이란다. 며칠 동안 계속된 취재요청에 조 사장이 한마디를 했다. “그럼 일단 와서 잡숴봐.”



사골로 우린 뒤, 꼬리·우족·머리 넣고 고아



“진곰탕 하나 주세요.” 일단 먹어보고 취재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곧이어 진곰탕이 모락모락 김을 내며 식탁에 놓였다. 푹 고아 끓인 국물은 뽀얗다 못해 노리끼리 했다. 배추김치, 부추김치, 고추 2개와 쌈장, 깍두기가 반찬의 전부다. 방과 홀을 합해 테이블이 7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 또한 소박했다. 메뉴는 테이블 수보다 더 적은 6종류.



국물을 한 숟가락 떠 입에 넣었다. 목구멍으로 따뜻한 기운이 내려갔다. 서늘해진 날씨에 손끝의 냉기를 잊게 만드는 깊고 구수한 맛이었다. 다시 한 번 곰탕 국물의 비결을 물었다.



“비결? 진짜 없는디.” 단칼에 잘라 말하는 조사장. 다른 곳에 소문이 날까 얘기하기를 꺼려하는 걸까. “정말 특별한 방법은 없어. TV나 신문에서 보면 고기 잡냄새 없애려고 인삼·황기·월계수잎·마늘·생강 등등 많이도 넣데. 우린 그런 거 안 넣어. 고기만 깨끗이 씻으면 잡냄새가 안 나거든.” 소뼈와 물만 넣고 끓이는 게 이 집만의 비법이다.



하지만 국물을 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사골을 씻는 데만 보통 5시간 넘게 걸린다. 마장동에서 구입한 최고급 사골을 찬물에 3~4시간 넣어 놓고 핏물 빼기를 10차례, 사골 끓이기를 2차례, 건져낸 사골을 또다시 씻는 작업을 10차례. 이런 과정을 거쳐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한 사골을 물에 넣고 5시간 이상 끓이면 진한 국물이 우러나온다. 이 국물에 꼬리 10개와 우족 한 벌, 소머리 한 채를 넣고 삶으면 대표메뉴인 꼬리곰탕·우족탕·진곰탕이 완성된다.



진국이 동나면 당연히 그날 영업도 끝이다. “진국에 삶은 우족이랑, 맹물에 삶은 우족이랑 맛이 같겠어? 몇 그릇 더 팔려고 맛을 속일 수는 없지. 그래서 우리 영업시간은 ‘진국이 떨어질 때까지’야.”



“맛있다”는 단골손님 한마디에 34년 버텨



조 사장과 오복꼬리곰탕과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34년 전 시작됐다. 그의 남편은 결혼 후 2년 만에 병을 얻었다. 직장에서도 퇴직했다. 당시 서울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던 막내 시누이가 “일손이 부족하다”며 함께 해 볼 것을 권유했다. 그날로 5살배기 아들을 친정에 맡긴 채 서초구 잠원동으로 향해 셋방을 얻었다. 3년 후 막내 시누이가 다른 식당을 차려 나가면서 가게운영은 조 사장 차지가 됐다. “가게 운영 초기엔 꼬리 삶는 게 가장 어려웠어. 삶는 시간이 너무 짧으면 고기가 안 떨어지고, 어떨 때는 고기가 다 떨어져서 상품가치가 없어졌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제는 고기 색깔만 봐도 소의 나이를 알아맞힐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식당의 역사와 함께 조 사장은 물론, 손님들도 나이가 들었다. 30년 전 오복 꼬리곰탕을 찾던 단골손님은 이제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됐다. 입사 시험 볼 때 왔던 한 청년은 대기업의 중역이 됐고, 신입 사원이었던 아가씨는 어느새 대학생 아들을 둔 엄마가 됐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아들 대학공부를 시켰고, 장가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이 5년 전 “식당 일을 배우고 싶다”며 그를 찾아왔다. 대학생 때까지 “엄마가 식당에서 앞치마 두르고 있는 게 창피하다”며 가게에서 밥도 안 먹던 아들이었다. “식당 일이 쉬운가. 5년 동안 가르쳤는데도 아직 1단계 ‘핏물 빼기’ 과정에서 못 벗어나고 있어.” 하지만 조씨는 가업을 잇겠다는 아들을 보면 흐뭇하기만 하다. “내 손으로 손질해서 우려낸 국물 먹으면서 ‘든든하다’ ‘맛있다’는 사람들 보면 자다가도 힘이 나. 내가 지금까지 손님들에게 음식 대접하면서 느낀 보람, 이제는 아들이 5년 전 이어갔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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