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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역 지하보도서 ‘스타 꿈’ 키운다

드라마, 영화에 이어 세계를 매혹한 K-POP 물결은 강남스타일에 이르러 문화의 폭발적인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류 스타들로 인해 대한민국은 자타공인 문화 강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문화예술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여전히 숙제다. 모두가 스타를 꿈꾸지만, 대부분 그 자리에 올라가지 못하고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할 줄 아는 것은 오로지 연기뿐인 젊은 청춘들에게 송파구가 대안을 제시했다.



송파구, ‘오디션S’서 25명 선발 연기 교육

글=김록환 기자 , 사진=황정옥 기자





지난달 25일 송파구청 대강당에서 이색적인 오디션이 펼쳐졌다. 송파구가 준비한 취업 전문교육 강좌의 수강생을 뽑는 자리였다. 그런데 강좌의 내용이 특별하다. 연기다.



송파의 이니셜을 따 일명 ‘오디션S’라 이름이 붙여진 이날 자리에는 배우로서의 재능이 있는 만 18세 이상의 미취업자 중 서류전형을 거쳐 뽑힌 70여 명이 모였다. 정해진 대사를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울고 웃으며 대사를 읊기도 하고, 준비해온 춤과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결국 엄격한 심사 끝에 오디션장을 웃으며 빠져나간 이는 25명이었다.



합격자 중 한 명인 이상무(27)씨는 ‘연기 늦둥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배우의 꿈을 품은 그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연기에 도전하겠다는 생각만 가진 채로 막연히 학교를 다니다가 흘러가듯 군대에 입대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사격훈련을 하던 도중 그에게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청력을 잃게 된 것이다. 1달 동안 치료를 받으며 상태는 많이 호전됐지만 끝내 왼쪽 귀의 청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심하게 좌절했다. 대화를 할 때도, TV를 시청할 때도 모든 음성들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과 제대로 말도 섞기 힘든데 연기는 무슨 연기냐 싶었다. 더 일찍 연기에 도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연기의 꿈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씨의 눈에 어느 날 송파구청에서 연기자 양성교육 오디션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친한 누나의 격려로 이씨는 용기를 얻었다. 그의 굳건한 마음은 청력 장애라는 단점을 극복하기에 충분했고, 결국 25명의 합격자 명단에 그는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교육과정 마치면 극단 합류해 배우의 길 걸어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방법을 몰랐다.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가짜 연예기획사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합격자인 문애림(21)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연기가 하고 싶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명배우들의 연기를 따라 하기도 했고 발성 연습을 위해 홀로 연구를 거듭했다.



그러다 얼마 전 기획사를 찾아갔다. 하지만 배우의 꿈을 이루고 싶었던 그녀에게 기획사는 각종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데뷔조차 할 수 없었다. ‘당했다’고 생각한 순간 문씨는 연기의 꿈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이후 메이크업 자격증을 취득하며 미용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러나 문씨는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 지금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까 걱정이 들었다.”며 다시 연기에 도전했다.



이 외에도 연기의 꿈을 발견한 사람은 또 있다. 호리호리한 체구의 합격자 김범준(23)씨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케이스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대학에서 장학금도 받을 정도로 열성적인 축구인이었다.



그런 그가 연기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교회에서 연극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운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내 삶에 연기는 새로운 충격이었다.” 김씨는 그렇게 연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뽑힌 이들은 지난 8일부터 매일 6시간씩 연기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장소는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지하보도다. 송파구청에서 지난 5월부터 인적이 한산한 지하보도 한쪽을 리모델링해 연습 공간을 만든 것이다. “굉장히 재능이 뛰어난 친구들이다. 현재 캐릭터를 잡는 방법을 지도하고 있는데 많은 역할을 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기본과정을 가르치고 있는 염유림(27) 강사의 말이다.



수강생들은 기초연기와 발성과 같은 기본과정에서부터 즉흥연기, 연극·연출 등 이론 심화과정과 고급과정을 내년 2월까지 받고, 모두 수료하게 되면 새로 창단할 구립 극단에 합류하게 된다. 어엿한 극단의 단원으로 배우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송파구청 천인필 일자리지원담당관은 “극단을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 직업적인 연기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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