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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영어?" 외국인들 한국서 운전하다 '멘붕'

교통표지판에는 한글명과 영문명을 함께 넣지만 정작 외국인은 영문 표기의 뜻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 적지 않은 불편을 겪고 있다. 영문 표기가 복잡하고 제각각으로 쓰여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강다리들의 표기가 대표적이다. 같은 한강다리를 알리는 교통표지판에 서강대교와 마포대교는 영문명 뒷부분이 ‘gyo’(왼쪽 사진)로, 양화대교는 ‘daegyo’(오른쪽 사진)로 달리 표기돼 있다. [안성식 기자]


“쎄오그… 흠… 뭐라고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미국인도 쩔쩔매는 콩글리시 표지판
발음대로 표기 “영어 맞나?”
다리 표시 Br도 잘 안 보여
서울시 “국토부 지시대로”
중국도 다리는 Bridge로 써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터리에서 도로표지판를 보며 쩔쩔매던 유학생 펠릭스 지글러(23·독일)는 결국 읽기를 포기했다. 지글러가 도전한 단어는 ‘Seogangdaegyo’로 서강대교의 영문 표기다. 그는 “저게 정말 영어가 맞냐”며 “다리를 가리키는 말로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도로표지판에는 한글과 영어가 함께 쓰여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나 관광객들을 배려해서다. 하지만 영문 표기가 복잡하고 제각각인 탓에 정작 외국인들은 이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기 일쑤다.



 다리 표기가 대표적이다. 역(station)이나 도로(road)는 ‘Stn’ ‘Rd’ 같은 약어를 사용하지만 교량(Bridge)은 유독 ‘대교(daegyo)’나 ‘교(gyo)’로 우리말 발음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성수역은 ‘Seongsu Stn’으로 쓰지만 성수대교는 ‘Seongsudaegyo’로 표기하는 식이다. 물론 다리 표기 옆에는 ‘bridge’의 약자인 ‘(Br)’을 표시한다. 하지만 띄어쓰기 없이 붙여놓아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필리핀 관광객인 호세 로드리고(25)는 “교통표지판들을 유심히 봤는데도 옆에 쓰여 있는 ‘(Br)’ 표시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한강에 설치된 27개 다리 모두 상황은 비슷하다. 가장 긴 영문 표기는 영동대교로 ‘Yeongdongdaegyo(Br)’라는 영문명이 ‘영동대교’라는 한글 4자 아래 빼곡하게 적혀 있다. 같은 다리를 표시하는데도 표지판마다 표기가 다른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마포대교의 영문 표기가 표지판에 따라 ‘Mapogyo’와 ‘Mapodaegyo’로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곤욕을 치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2년째 거주하는 그레그 해밀턴(35·미국·학원강사)은 “한국에 처음 와서 운전을 하는데 멀리서는 표지판을 알아볼 수 없어 가까이 가서야 간신히 알아보고는 급히 방향을 바꾸다 사고를 낼 뻔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리는 ‘Br’로, 거리는 ‘St’ 등 약어로 통일해 표기하기 때문에 방문객들도 이해하기 쉽다. 중국은 다리를 표기할 때 ‘Bridge’라는 단어 전체를 넣는다.



 한강 주변 도로표지판은 서울시가 관리한다. 하지만 표지판의 표기법은 국토해양부 지침을 따른다. 마국준 서울시 교통운영과장은 “판독성에 문제가 있어 고치고 싶어도 중앙정부 규정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1983년 처음 지정된 국토해양부의 ‘도로표지 제작 설치 및 관리 지침-영문 표기 방법’에 따르면 교량, 산, 하천 등 시설물명은 한글 발음대로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



 국토해양부 도로운영과의 이용우 사무관은 “판독성과 시의성이 떨어져 외국인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면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도로표지판은 가독성이 좋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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