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취재일기] 전업주부 두 번 울리는 국민연금

박수련
사회부문 기자
2004년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국민연금 8대 비밀’이란 글이 전국을 강타했다. 요지는 ▶유족연금과 노령연금 중 하나밖에 못 받는다 ▶배우자 사망 후 유족연금을 받으려면 소득이 없어야 한다 ▶기금 고갈 위기 때문에 연금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촛불집회와 국민연금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그 결과 2007년 국민연금법이 개정돼 중복 연금의 감액 비율이 소폭 조정됐고, 기금 고갈 시점도 2060년으로 13년 늦춰졌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올해,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섰다. 가입 의무가 없는 가정주부들, 특히 여윳돈 있는 서울 강남의 주부들이 앞다퉈 보험료를 낸다. 민간 개인연금과 달리 국민연금은 물가가 오른 만큼 받을 연금액도 올려주니 수익성으로 따지면 이만한 상품이 없어서다. 적립금도 2004년(141조원)의 2배가 넘는 375조원(올해 7월)에 이른다.



 하지만 출범한 지 24년 된 국민연금은 그간 제도 개선 노력을 소홀히 했다. 보험료를 내고도 배우자가 돈을 번다는 이유로 장애를 입거나 숨졌을 때 연금을 못 받게 되는 전업주부(남성 포함)가 539만 명,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가면 한 사람 몫의 연금은 무용지물이 될 부부가 214만 5000쌍이다. 약 50만 명이 혜택을 못 보고 국민연금을 원망하고 있다.



 고통 분담과 소득재분배 역할을 하는 사회보험 성격상 국민연금에 대고 민간보험처럼 ‘낸 만큼 다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보험료를 안 내면서 장애·유족연금 수령 자격은 유지되는 납부예외자 310만 명에 비해 전업주부들이 더 심하게 차별받고 있다.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못 내겠다는 납부예외자 중 1035명은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살면서 외제차를 굴린다고 한다(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국감자료). 지금도 ‘쥐꼬리 연금’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마당에 배우자가 사망한 후 연금 하나는 무조건 포기하라는 것은 억지 행정이다.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 보험료율(월 소득의 9%)을 서서히 높여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의 보험료율이 가장 낮다. 보험료 부과 기준이 되는 소득 상한선(현재 월 389만원)도 올릴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노후연금이 증가해 명실상부한 노후 버팀목이 된다. ‘저부담-저혜택’ 제도를 ‘적정 부담-적정 혜택’으로 틀을 바꾸자는 것이다. 마침 국민연금공단 전광우 이사장이 22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논의의 불을 지폈다. 2013년은 5년 만에 연금 재정을 따지고 제도를 고치는 시기다. 새 정권도 출범한다. 국민연금을 내실화해 선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