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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자형 침체 공포 … 3분기 성장률 1%대 전망까지

#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모(46)씨는 요즘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손님이 30%가량 줄어 손실이 쌓이고 있어서다. 유동인구가 많아 이른바 ‘목 좋은 곳’인데도 그렇다. 길거리 경기는 이씨가 장사를 시작한 7년 전부터 꾸준히 악화됐다. 하지만 그 속도가 요즘 들어 부쩍 빨라지고 있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그는 “인근 기업들의 회식이 크게 줄고 ‘2차 문화’도 거의 사라졌다”며 “좋아질 거란 기대도 거의 접은 상태”라고 말했다.



경제 상황, 얼마나 안 좋길래
밖으론 금융위기, 안으론 양극화 덫
수출 줄자 내수 추락, 속도도 빨라

 # “2%대는 불가능하다.” 오는 26일 발표되는 3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한국은행 내부의 관측은 암울하다. 지난해 4분기 3.3%에서 지난 2분기 2.3%로 낮아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분기엔 1%대로 낮아질 게 확실하다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자체 전망에서 3분기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과 내수, 생산과 소비가 지난 분기보다 좋아졌다고 하기 어렵다”며 “경기바닥이 지연되는 가운데 회복시점을 가늠키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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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밖으론 글로벌 금융위기, 안으론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가 겹친 탓이다. 단순한 불경기가 아니라 일본식 장기불황의 전조라는 경고도 부쩍 늘고 있다.



 우려의 중심엔 성장률 하락이 자리 잡고 있다. 한은은 최근 한국 경제가 올 한 해 3% 성장하리라던 전망을 2.4% 성장으로 수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3.8%에서 3.2%로 낮췄다. 한은 관계자는 “3% 후반인 잠재성장률(물가불안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의 성장률)에 못 미치는 저성장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도이체방크 등 일부 투자은행(IB)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대로 낮춰 잡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침체의 속도다. 실물 지표의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를 먹여살리는 수출 엔진이 식고 있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지난해 20% 가까이 늘었던 수출이 올 9월까지 1.5% 감소로 반전됐다”며 “2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감소폭이 커지고 있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출 감소는 내수 부진으로 직결된다. 당장 소비의 바로미터인 대형마트와 백화점 손님이 줄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얼마나 얼어붙었으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늘었던 백화점 매출이 줄어들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재고를 포함한 전체 내수 증가율은 2010년 7.3%에서 지난해 2%로 둔화했다.



 다음 차례는 고용과 일자리다. 세계 1위 조선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22일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등 제조업체와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금융권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거나 준비 중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부문장은 “통계상으로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질적으론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여와 생산성이 낮은 50, 60대 위주로 일자리가 늘고 있어서다. 신 부문장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임금 근로자가 줄고 임시직·자영업자가 늘어나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악순환이 저성장으로 고착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04~2007년 연평균 4.4%에서 2008~2011년 3.9%로 떨어지고 2016년까지 3.7%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설비투자 부진 탓이다. 한국외국어대 임기영(국제경제학)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 세계 평균보다 빨리 성장했던 한국이 앞으론 평균보다 느리게 성장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해외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0년대 초중반 4.39%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18년 이후 2.4%, 2031년 이후 1.05%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 2% 성장률이 지속되는 ‘L’자형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경기 활력 복원을 위한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한 비전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대부분 연구기관이 3분기 바닥을 치고 천천히 경기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단기 대책보다는 중장기 체질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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