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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뒤 상위 20% 실질소득 41%↑… 하위 20%는 24%↓

김낙년 교수
양인석(56·여)씨는 한 대형 병원에서 청소일을 한다. 하루 12시간씩 일해서 받는 월급은 130만원 정도. 노모와 고등학생 자녀까지 “세 식구가 먹고살기에 빠듯하다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한다. 8년 전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보단 월급이 30만원 넘게 올랐는데도 그렇다. “월급이 올라도 물가는 더 빨리 치솟잖아요. 옛날보다 사는 게 나아지긴커녕 더 나빠졌죠.” 양씨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 때만 해도 작은 카페 사장님이었다. 당시 불황으로 가게 문을 닫고 모아둔 돈을 까먹으며 지내다 찾은 일이 비정규직 청소일이다. 그는 “가게 할 땐 밥 먹고 사는 데 걱정은 없었는데, 지금은 사는 게 불안하다”고 말했다.



근로소득 양극화 … 김낙년 교수, 물가상승률 감안 비교
저소득층은 월급 올라도 물가 탓에 살림살이 팍팍
고소득층은 연봉이 더 뛰어 상위 1% 소득은 77% 증가

 양씨와 같은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이 외환위기 이후 큰 폭으로 줄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고소득층은 같은 기간 소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소득불평등이 그만큼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23일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한국의 소득불평등, 1963-2010’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근로소득 하위 20% 계층의 물가상승률을 따진 실질소득은 1996년과 비교해 24.3% 줄었다. 숫자상 연봉은 96년 410만원에서 2010년 492만원으로 늘었지만, 그동안 소비자물가상승률(58.3%)을 감안하면 96년 410만원이 지금의 650만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형편이 조금 나은 하위 20~40% 계층도 비슷하다. 14년간 연봉 상승률(43%)이 물가상승률을 밑돌아, 실질소득이 9.7% 줄었다. 급여 통장에 찍히는 월급액수는 늘었더라도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 셈이다.



 그런데 고소득층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위 20% 계층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실질소득이 14년간 41.4% 증가했다. 연봉 상승률(123.9%) 워낙 가팔랐기 때문이다. 최상위층으로 갈수록 차이는 더 커졌다. 상위 10%는 53.8%, 상위 1%는 76.9%가 늘었다. 상위 0.1%에 해당하는 초소득층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무려 155%에 달했다. 부자일수록 더 잘살게 됐다는 뜻이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게 된 걸까. 김낙년 교수는 외환위기 전후로 달라진 경제환경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는 “외환위기 뒤 미국식 성과급 체계가 확산되면서 기업 최고경영자 등 최상위층 소득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위 계층은 1992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경공업 분야 고용이 줄었고, 외환위기로 비정규직이 늘면서 고용의 질마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중산층이 줄고 부자 또는 가난한 계층으로 양분되는 소득양극화 현상도 뚜렷했다. 1996년엔 근로자 중 54%가 중간소득(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가운데 소득)의 50~150% 안에 드는 중산층이었다. 2010년엔 이 비율이 45%로 줄었다. 대신 중간소득의 50%를 채 못 버는 빈곤층(19→22%)과 150% 이상 버는 상류층(27→33%) 비율이 전보다 늘었다. 김 교수는 “중산층은 숫자도, 전체 근로자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세청 소득세 자료와 통계청 가계조사 자료를 활용해 가구가 아닌 개인 단위로 근로소득을 추정해 분석했다. 사업소득이나 금융소득은 빠져 있다. 설윤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런 자산소득까지 포함하면 양극화는 더 심해졌을 것”이라며 “특히 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의 경우 근로자보다 소득불평등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소득=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조정한 소득. 실제로 구입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다. 이번 보고서에선 2010년을 기준으로 실질소득을 계산했다. 1996년 전체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1386만원이지만, 이를 2010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그동안의 물가상승률(58.3%)만큼 늘어난 2194만원이 실질소득이 된다.



◆중산층=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중간소득)의 50~150%범위에 속할 때 중산층으로 규정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은 월 350만원이다. 중간소득의 50% 미만인 가구는 빈곤층 또는 저소득층, 50% 이상이면 상류층 또는 고소득층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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