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수강료 3만원 없어서 영어공부 못하던 아이들 매년 미국 가는 이 행복

지난해 2월 샘실열린학교 어린이들이 미국에서 노숙인들에게 급식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 샘실열린학교]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은 한때 지역의 대표적 저소득층 밀집지역으로 꼽혔다. 주민 대부분은 여름에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을 상대로 피서용품 등을 팔아 생계를 잇고 있다. 이 때문에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거나 취미활동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다.

동해 지형덕씨의 무료 ‘열린학교’
자비 털고 … 지인들이 돕고 …
주민들 잇는 사랑방 역할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영어회화는 물론 방학 기간에는 미국으로 단기 연수까지 갈 수 있게 됐다. 2005년 지역에 설립된 ‘샘실열린학교’ 덕분이다. 이 학교는 지형덕(60)씨가 설립해 운영하는 사설 ‘방과후 교실’이다.



 22일 오후 5시 동해시 천곡동에 있는 샘실열린학교 강의실에서는 영어수업이 한창이었다. 4층짜리 주상복합건물 가운데 2층(148㎡)을 임차해 쓰고 있다. 이 지역 초·중학생 20여 명은 3∼4명씩 그룹을 형성해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김시형(중2)군은 “샘실학교 덕분에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10개가 넘는다. ▶사진반 ▶야생화반 ▶악기연주반 등 다양하다. 강좌는 학교 설립 초기만 해도 어린이 중심이었지만, 2∼3년 전부터 일반인도 참여하고 있다. 모든 강좌는 무료다. 현재 수강생은 130여 명이다. 강사진은 현직 사진작가·교수·조각가 등 해당 분야 전문가로, 모두 자원봉사자다. 주변 식당과 학원 등을 운영하는 시민들도 차량이나 장소를 제공한다. 지씨는 “시민들의 자발적 봉사로 꾸려 가는 게 학교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지씨는 1980년 미국으로 이민 갔다가 2005년 귀국했다. 이후 곧바로 고향인 동해에서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 영어교사로 활동했다. 교사 자격증은 없었지만 오랜 미국 생활에서 익힌 영어 실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금세 마음이 바뀌었다. 지역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방과후 영어교실 수강생 90명 가운데 수강료(3만원)를 낸 학생은 겨우 20여 명이었다.



 그는 천곡동에 개인 돈 3000여만원을 털어 ‘휴먼대학’을 개설했다. 저소득층 학생을 중심으로 무료 영어캠프를 열었다. 이듬해에는 휴먼대학 이름을 샘실학교로 바꾸고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별도의 거주지도 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줄곧 샘실학교 한쪽 방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



 그는 동해 지역 유지들을 만나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지씨는 “‘귀찮게 하지 말라’며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부터는 해마다 한 차례씩 샘실학교에 다니는 학생 10여 명씩을 인솔해 1∼2주간 미국으로 단기 연수를 다녀온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의 도움으로 연수 경비를 해결하고 있다. 현지에선 노숙인을 상대로 급식 봉사 활동을 한다. 해마다 동해를 찾는 미 해군 장병들을 상대로 학생들과 함께 관광가이드를 하고 있다. 지씨는 “샘실학교가 지역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는 지역화합활동에 기여한 지씨의 공로를 인정해 25일 표창한다.



동해=유길용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