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노트북을 열며] 돈키호테가 달려든 풍차 ‘맥쿼리’

윤창희
사회부문 기자
영화는 여자 아이가 빌딩 옥상에 앉아 소설 ‘돈키호테’를 읽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거인을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 알고 보니 상대는 풍차였다.”



 18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맥코리아’ 얘기다. 국내 인프라사업을 장악한 호주 금융그룹 맥쿼리의 특혜 의혹을 파헤쳤다. 소설가 공지영씨가 내레이터를 맡았다.



 영화는 올 4월 민자업체인 메트로9호선이 지하철 요금을 일방 인상한 것을 모티브로 한다. 담당 PD는 요금 인상을 따지기 위해 메트로9호선의 2대 주주(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관계자들과 전직 서울시 공무원들을 집요하게 쫓아다닌다. 대부분 인터뷰를 거부하는 장면에서 비겁한 모습이 부각된다. “죗값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내레이터의 멘트가 이어진다. 관람석 곳곳에선 탄성 소리가 들린다.



 맥쿼리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민 감정을 잘 파고든다. 한국의 인프라 사업이라는 블루오션에 들어와 어수룩한 공무원들을 구슬려 전국 곳곳에 돈벌이처를 만들어 놓은 외국 회사. 어쩌다 민자 도로에 들어서면 비싼 통행료에 짜증도 난다. 그렇다 해도 영화는 의도적 누락과 무리한 추론으로 일관한다.



 맥쿼리가 메트로9호선에 꿔준 15%의 후순위 대출만 놓고 보자. 15% 대출은 9호선 사태에서 가장 국민적 공분을 산 부분이다. 하지만 민자사업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안 되는 바도 아니다. 메트로9호선 주주들은 딱 두 부류다. 인프라를 짓는 건설투자자(CI)와 돈을 굴리는 재무적투자자(FI)다. 메트로9호선 같은 인프라 운영법인은 사업 초기엔 배당수익이 거의 없다. 따라서 CI들은 이 지분투자 손실을 자기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해 벌충한다. 반면에 FI들은 금리가 높은 후순위 대출을 인프라 운영법인에 해주며 보충한다. 다른 모든 민자사업도 이런 기본 구조하에 이뤄진다.



 근데 진짜 이상한 건 9호선을 얘기하면서 왜 호주 회사 맥쿼리만 물고 늘어지는지다. 15% 금리로 대출해 준 회사는 신한금융그룹 등 다른 금융회사도 많다. 더구나 메트로9호선 최대주주는 현대로템이다. 2대 주주인 맥쿼리인프라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사실상 국내 회사다. 이 회사 주주의 80%는 국내 투자자다. 국내 보험사와 연기금의 대부분이 투자하고 있다.



 의문점은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 풀린다. ‘칼 끝’은 이명박 대통령(당시 서울시장)에게 향한다. 이 대통령의 조카가 한 맥쿼리 계열사의 대표를 지낸 점, 맥쿼리 감독이사가 이 대통령의 워싱턴 체류 시절 모임을 함께한 사실이 부각된다. 결국 돈키호테(담당 PD)가 거인으로 알고 덮친 맥쿼리는 풍차에 불과했다. 이제 진짜 거인을 만나러 가야지. 담당 PD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글쎄다. MB가 진짜 맥쿼리에 특혜를 줬는지 알 길은 없다. 그렇다 해도 9호선에 대한 일각의 의혹 제기는 무리가 많다. 이성적 논리보다는 감성적 선동이 더 먹히는 불신의 대한민국, 꼭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